[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 투기] 전문가 3인 대담

핵오염수 투기 길 터주면 나중엔 그냥 막 버릴 것

IAEA보고서, '세슘 우럭' 나오는 이유 설명 못해

삼중수소는 암, 세슘은 이자에 쌓여 당뇨 불러와

곰팡이 이용해 방사능 정화 등 다양한 대안 가능

일본의 핵오염수 투기에 대해 관련 국내 전문가들이 시민언론 민들레에서 대담을 가졌다. 왼쪽부터 백도명 교수, 최무영 교수, 이정윤 대표. 시민언론 민들레
일본의 핵오염수 투기에 대해 관련 국내 전문가들이 시민언론 민들레에서 대담을 가졌다. 왼쪽부터 백도명 교수, 최무영 교수, 이정윤 대표. 시민언론 민들레

일본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의 여론조사에서 국민 85.4%가 투기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오염수 투기는 마치 정해진 시간표처럼 진행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최근 오염수 투기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를 냈다. 한국 정부도 일본의 투기 계획이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국민은 이 보고서의 엄밀성, 투기 발생 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이 궁금하다. 이에 시민언론 민들레가 의학자인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 물리학자인 최무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원전 전문가인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가 참여한 좌담회를 열었다.

12일 서울 공덕동 민들레 사무실에서 진행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IAEA 보고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근거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방류된 핵물질로 인한 방사능이 인체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해악은 명확하다”고 했다. 또한 참석자들은 “오염수의 위험성을 괴담으로 모는 것은 과학을 이용한 가짜 과학”이라고 성토했다.

백도명 교수.
백도명 교수.

사회자(민병선 에디터)=최근 공개된 IAEA 보고서의 문제점과 한계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도명 교수(이하 백도명)=보고서는 도쿄전력이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한계가 명확하다. 도쿄전력은 오염수가 담긴 수조에 생물을 두고 핵 오염도를 측정했다. 이걸로는 실제 바다에서 세슘 우럭이 왜 나왔는지 설명할 수가 없다. 문제가 된 우럭은 세슘이 1만8000베크렐(㏃) 검출됐다. 통상치의 180배다.

최무영 교수(이하 최무영)=실험실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수치를 가지고 일반화하는 것은 대단히 무리가 있다. 생태계나 생물학적인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해양 오염범위를 후쿠시마 원전을 중심으로 반경 10km로 잡은 것도 문제가 있다. 누가 왜 10km라고 정했는지를 아무도 모른다. 모든 기준이 임의적이다.

사회자=최 교수님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핵종이 4000종이나 되는데, 그중에 다핵종제거설비(ALPS, 알프스)가 거르는 것은 9종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무영 교수(이하 최무영)=(보고서에) 흡착제를 써서 9가지를 걸러낸다고 돼 있기는 한데, 그 성능도 알 수가 없다. 정말 걸러내는 게 있는 건지, 제대로 걸러내는지는 내가 봐도 도저히 판단할 수가 없다. 적게 잡아도 핵종이 100종은 넘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회자=세슘보다 스트론튬이 더 위험하다고 했다.

최무영=그 이유 중 하나는 체내에 농축되면 생물학적 반감기가 굉장히 길다는 것이다. 칼슘과 화학적 성질이 거의 같아서 골수에 들어가면 반감기가 10년이 훨씬 넘는다.

이정윤=플루토늄이 더 독성이 있다고 보통 알려져 있다. 후쿠시마 3호기 원자로의 핵연료 중 3분의 1이 혼합 핵연료이다. 혼합 연료 중 플루토늄 농축도가 7%로 알려져있다. 플루토늄 양이 대단히 많다는 뜻이다. 이런 핵 물질은 반감기가 길어서 지역 오염을 증가시킨다.

최무영 교수.
최무영 교수.

최무영=과학자 입장에서 보면 도저히 이건 정상적인 보고서라고 볼 수가 없다. 진짜 조작됐을지도 모른다는 의심까지 들 수 있는 보고서이다.

사회자=유전자 변형 등 핵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백도명=삼중수소가 인체에 들어가면 헬륨으로 바뀐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근본이 되는 원소가 탄소와 수소인데, 수소가 헬륨이 되는 것이다. 몸속에 제일 많은 게 탄수화물인데, 이게 ‘탄헬륨화물’(탄소+수소가 아니라 탄소+헬륨)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DNA가 망가져 암이 생긴다. 또 만성질환, 즉 당뇨나 고혈압 등이 증가한다. 이건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 조사에서 확인된 것이다.

최무영=세슘이 이자(췌장)에 축적된다는 보고가 있다. 이자가 망가지면 당뇨병이 생긴다.

사회자=국민들의 궁금증 중 하나는 후쿠시마 원전이 현재 어떤 상태인가이다.

이정윤=(방사능 농도가 워낙 높아서) 로봇도 제대로 들어가기 어렵다. 최근 뮤온(muon·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 입자 중의 하나로서 뮤 입자라고도 한다. 전자와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을 이용해 촬영한 자료가 나왔다. 하지만 원자로 안에 코륨(핵연료가 녹아서 주변 물질인 콘크리트와 금속 등과 범벅이 된 상태)이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져 구멍이 뚫려 그 밑으로 핵물질이 내려갔는지 확인을 할 수 없다. 하지만 핵분열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비극이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사회자=해양 투기 말고도 다른 대안들이 많다고 들었다.

최무영=태평양도서국포럼(PIF)에서 제안한 방법이 여럿 있다. 그중에 하나는 저장 탱크에 오래 보관하는 것이다. 원유 탱크처럼 엄청나게 큰 탱크를 만들어 100년쯤 놔두면 안전해진다.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10~12년이다. 다른 방법은 콘크리트로 만들어 고체화시키는 것이다. 이 콘크리트를 사람이 없는 시설물에 쓰면 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곰팡이류 등 미생물을 이용해 방사능을 정화하는 것이다.

이정윤 대표.
이정윤 대표.

이정윤=일본에서 애초에 5가지 옵션을 놓고 검토했다. 그중 해양 투기가 가장 경제적이라고 결론을 낸 것이다. 하지만 해양 투기가 가장 저렴하지 않다. 34억 엔이 든다고 했는데, 방류 터널 건설에 350억 엔 들어갔다. 어민 보상도 해야하고, 고가의 ALPS 필터로 교체해야한다. 그런데도 해양 투기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일단 투기를 시작하면 나중에는 바다에 그냥 가져다가 버릴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사회자=이런 위험성에도 전 세계적으로 반대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은 것 같다.

이정윤=오염수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라서 그렇다고 본다. 도쿄전력이 내놓은 측정 데이터 이외에는 정보가 부족하다. 하지만 검증된 정보가 아니다. 여기에다가 이 정보를 IAEA가 검증하지 않았다.

최무영=최근에는 중국 CCTV 등에서 오염수 관련 방송이 나오고 있다. CCTV를 동남아에서도 많이 본다. 최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하원의원 등이 반대 성명도 내고 움직임이 있다. 오염수 반대 운동이 가장 활발한 곳은 한국이다. 한국이 계속 전 세계 오염수 반대 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

사회자=백 교수님은 핵 발전소 인근 주민의 안전과 건강 문제를 연구했다. 현재 그들의 상황은 어떤가?

백도명=1990년부터 2009년까지 20년 동안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어떤 암 발생과 사망에 대해 조사했다. 갑상샘암의 발병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확실히 높았다. 그런데 연구의 방사선량 측정이 잘못됐다고 문제를 제기하더라. 그런데 2023년 이번에는 월성 원전 주변 주민들을 조사해 보니 (암 발생 비율이 높은 결과가) 똑같더라.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백도명 교수, 최무영 교수, 이정윤 대표, 민병선 에디터.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백도명 교수, 최무영 교수, 이정윤 대표, 민병선 에디터.

최무영=독일에서 폐쇄한 원전 주변 주민들을 조사한 연구 결과도 있다. 소아암을 주로 봤던 것 같은데, 월등히 높다는 게 통계 수치로 완벽하게 나왔다.

사회자=그런데도 현 정부는 원전을 늘리겠다고 하고 있다.

이정윤=핵 발전소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 웨스팅하우스사가 우리의 폴란드 원전 수출을 가로막았다. 웨스팅하우스가 그 시장을 차지해야 하는 데 수출을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내에 지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최무영=원전은 경제성 면에서도 지으면 안 된다. 균등화발전비용(LCOE)이 최악이다. 안전성은 말할 것도 없고, 태양광 발전 원가가 원전의 절반 이하다. 우리나라에 더 짓겠다는 것은 국토 전체를 죽음의 땅으로 만들겠다는 말밖에 안 되는 거다.

사회자=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이정윤=오염수 투기는 한마디로 범죄다. 그런데도 일본이 범죄행위를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바로 IAEA와 대한민국 정부가 이를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고 지지한 것이다.

최무영=도쿄전력이나 일본이 투기하겠다고 할 자격이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괴담이다’ ‘비과학적이다’라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과학을 왜곡시키는 것이다. 과학의 탈을 쓰고 비과학, 반과학을 말하는 것이다.

백도명=유홍준 교수가 한 말이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알아야 보인다’고 했다. 위험이 보이려면 그 위험을 이해하고 알아야 한다.

최무영=일반 시민이 과학에 겁먹을 필요가 없다. 과학은 상식이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횡포를 부리는 것은 진정한 과학이 아니라 가짜다. 거기에 절대 속지 마시라.

 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내에 설치돼 있는 1천여개의 핵오염수 저장 탱크들. 일본정부는 올해 8월께부터 이 핵폐기물을 바다에 흘려보낼 예정이다. 2021.o2.13. 교도 연합뉴스
 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내에 설치돼 있는 1천여개의 핵오염수 저장 탱크들. 일본정부는 올해 8월께부터 이 핵폐기물을 바다에 흘려보낼 예정이다. 2021.o2.13. 교도 연합뉴스

△백도명 교수=직업병과 환경 질환을 수십 년 연구해 왔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라돈 침대 문제,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발병, 원진레이온 노동자 사망 사건 등 노동과 생활 현장의 유해 요소를 고발했다.

△최무영 교수=물리학 중에서도 복잡계를 주로 전공했다. 이런 이유로 물질뿐 아니라 생명, 생태, 사회문제 등에 관해 관심이 많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인문학과 물리학을 아우르는 강의와 저술 활동을 해왔다.

△이정윤 대표=30년 넘게 원자로 연구와 설계개발 작업을 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 안전 분야에 투신했다. 원자력안전과미래는 원자력 안전 현안에 대한 객관적인 전문가 의견 제시, 안전 감시 등을 목표로 만든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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