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오정희 씨,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에

박근혜 정부 때 문예위서 동료들 적극 배제

작가회의 등 시민단체 “임명 철회하고 사과하라”

서울국제도서전 홈페이지에 오정희 소설가(왼쪽 세번째) 등이 ‘도서전의 얼굴’로 올라 있다. 도서전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국제도서전 홈페이지에 오정희 소설가(왼쪽 세번째) 등이 ‘도서전의 얼굴’로 올라 있다. 도서전 홈페이지 갈무리.

박근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 실행에 앞장선 오정희 소설가가 서울국제도서전의 홍보대사로 임명돼 문화예술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는 12일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6월 14~18일) 개막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에는 “소설가 오정희, 김인숙, 편혜영, 김애란, 최은영, 천선란 등 6명이 홍보대사로 활동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오 씨는 서울국제도서전 홈페이지와 포스터의 한 가운데에도 자리하고 있다. 오 씨가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도서전의 상징이자 얼굴인 것이다.

이에 한국작가회의, 문화연대 등 문화 관련 시민단체들은 13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대한민국 문학‧도서출판의 상징이자 얼굴이 동료와 후배 작가들을 검열하고 배제하는데 앞장 선 국가범죄의 실행자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며 “문체부와 출협이 대한민국 문학과 도서출판을 대표하는 국제행사의 홍보대사로, 법원과 정부는 물론 자신들 스스로가 공언했던 국가범죄의 실행자를 선택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오 씨는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제5기) 위원이자 위원장 직무대행이었다. 그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들(2015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사업, 우수문예발간지사업, 주목할만한작가사업 등)에 관여했다.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심의에서 심사위원들이 배제 조치에 반발하자 문예위가 직접 30여 명을 무더기로 배제하는 블랙리스트 실행에 가담했다. 문예위 회의에서 심의위원들과 배제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검열 행위에 적극 가담했다는 사실이 회의록과 진상조사 결과보고서 등에 담겨있다.

그는 2018년 문체부의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가 문학계와 언론에서 문제가 제기되자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 씨는 지금까지도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는 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아 빈축을 샀다. 오 씨는 여전히 ‘대한민국예술원’ 정회원으로 국가 세금으로 종신 연금까지 받는다.

작가회의 등은 “동료와 후배들의 창작과 출판을 검열한 소설가가 당당하게 ‘얼굴’이 된 서울국제도서전이 어떻게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책 축제가 될 수 있느냐”며 “문체부와 출협이 이번 사태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14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장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연다. 18일 오후 2시 반에는 오 씨가 참여하는 도서전의 섹션 장소인 코엑스 A&B1홀 앞에서 항의 행위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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