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촉발된 한한령(限韓令)으로 중국 진출 한국 현지법인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2016년 이후 6년 동안 국내 대기업 중국 법인 매출이 13% 감소했다. 최근 매출이 반짝 증가한 배터리와 반도체를 제외하고 보면 감소 폭이 40% 가까이 된다.

매출액 감소가 5조 원을 넘는 법인이 현대차, 삼성전자 등 5개에 이른다. 특히 현대차의 매출은 20조 원대에서 75% 넘게 줄어 5조 원에도 못미쳤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5일 국내 500대 기업 중 중국 생산법인 실적을 공시한 113곳을 대상으로 6년간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지난해 합산 매출액은 총 111조 424억 원으로, 2016년(127조 7292억 원) 대비 13.1% 감소했다고 밝혔다.

더구나 최근 중국 매출이 급증한 국내 배터리, 반도체 관련 기업을 제외하면 국내 대기업의 중국 생산법인 매출액은 2016년 117조 2300억 원에서 지난해 73조 4485억 원으로 37.3%나 급감했다.

CEO스코어는 "한한령으로 국내 기업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한 이후 미중 무역 갈등, 공급망 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복합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의 대(對)중국 사업이 후퇴를 거듭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한한령 이후 매출액 감소가 컸던 중국 생산법인 10개의 매출액 감소액은 법인당 최소 5000억 원을 넘고, 감소율은 50% 이상이다.

중국 생산법인 매출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현대차였다. 현대차 중국 법인인 '북경현대기차'의 매출액은 2016년 20조 1287억원에서 지난해에는 4조 9003억 원으로 무려 75.7%(15조 2284억 원) 폭락했다.

같은 기간 기아의 중국 법인 '강소열달기아기차' 매출도 9조 7996억원에서 1조 8835억원으로 80.8%(7조 9161억 원) 급락했다. 현대차·기아의 중국 생산법인 매출은 6년 새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같은 완성차 업체들의 매출 감소는 국내 부품 업체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해 현대모비스 중국 생산법인의 매출은 1조 7051억 원으로, 2016년(8조 8746억 원)과 비교해 80.8%나 급감했다. 현대트랜시스(-55.1%), 현대위아(-62.7%), 성우하이텍(-71.4%), 현대케피코(-74.3%) 등도 중국 생산법인의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과 가전 부문의 위축으로 2016년 17조 1236억 원이던 중국 생산법인 매출이 지난해 9조 6798억 원으로 43.5% 줄었다. 2021년 후이저우 공장을 청산한 것이 매출 감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디스플레이 중국 법인 매출도 2016년 10조 7831억 원에서 지난해 5조 4035억원으로 49.9% 급감했다.

큰 타격을 입은 자동차, 전자업종과는 대조적으로 배터리와 반도체 업종은 미국과 중국의 정치 경제적 갈등 등의 영향으로 중국 내 매출이 크게 신장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3사의 중국 법인은 역대급의 실적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중국 법인의 지난해 매출액은 12조 8458억 원으로, 2016년(2조 4167억 원) 대비 431.6%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 중국 법인 매출도 9298억 원에서 5조 4250억원으로 483.5%가 늘어났다. 이차전지를 생산하는 삼성SDI의 톈진 생산법인은 2558.7%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2019년 중국에 신규 법인을 설립한 SK온 역시 지난해 2조97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안착했다.

중국 내 반도체 매출도 크게 성장했다.

삼성전자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법인 중 하나인 시안법인(SCS)의 매출액은 2016년 4조 1521억원에서 지난해 9조 6798억 원으로 133.1% 증가했고, SK하이닉스의 중국 생산법인 매출액도 2016년 3조 6억 원에서 지난해 7조 5454억원으로 151.5% 늘었다.

이밖에 LG화학(179.4%)과 LG디스플레이(38.7%), 효성티앤씨(182.3%), HD현대인프라코어(138.1%), 삼성전기(21.0%) 등의 중국 법인 매출도 성장했다.

업종별로 보면 자동차·부품 업종의 매출 감소 폭(-36조 329억 원)이 가장 컸다. 생활용품(-2610억 원), 건자재(-532억 원), 철강(-355억 원) 등의 매출도 감소했다.

반면 IT‧전기‧전자 업종의 매출은 12조 4824억 원 증가했다. 이어 석유화학(6조 290억 원), 식음료(6809억 원), 조선·기계·설비(3399억 원) 순으로 매출 증가 폭이 컸다.

한편 지난 6년간 국내 대기업의 중국 생산법인 가운데 16개 법인이 청산되고, 30개 법인이 매각된 것으로 조사됐다. 청산된 법인의 매출액은 2016년 기준 13조 1981억 원, 매각 법인의 매출액은 6조 5945억 원 등 합쳐 20조 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