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위성발사체와 같은 고출력 백두산 엔진 사용

천리마-1형 제작시기도 비슷…진전 기술도 공유

엔진 장착 개수는 차이, 1단 낙하해역 확인해야

북한 위성발사체 ‘천리마-1형’의 잔해를 인양하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비밀에 싸여 있던 북 최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17형의 전모를 밝혀줄 단서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북한의 위성발사체 천리마-1형과 화성-17형 미사일의 대표적인 공통점은 추력 엔진으로 '백두산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두산 엔진은 러시아의 RD-250을 모방해서 북한에서 제작된 것으로, RD-250 엔진과 유사하거나 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RD-250 엔진 가운데 최신형은 현재 배치 중인 러시아 대륙간탄도탄 SS-18 사탄에도 사용되고 있다.

 

RD-250 엔진 그림. 위키미디어 커먼스
RD-250 엔진 그림. 위키미디어 커먼스

 

화성-17형 미사일 그림. 위키미디어 커먼스
화성-17형 미사일 그림. 위키미디어 커먼스

북한은 그동안 세 차례 위성 발사에서 은하 3호 로켓을 사용했다. 은하 3호 로켓의 엔진은 스커드 미사일의 엔진을 확대한 노동 엔진을 4개 묶어서 사용했다. 그러나 은하 3호 엔진은 기본적으로 구시대의 엔진이어서 대륙간탄도탄 또는 우주 위성발사체로는 추력이 부족했다. 스커드 미사일은 2차대전 당시 독일이 제작한 V-2 로켓을 기반으로 설계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천리마-1형 발사체는 북한 입장에서 새로운 차원의 위성발사체이다. 또한 미사일 분야에서도 최근에 개발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로 자랑하는 화성-14, 15, 17형 미사일도 백두산 엔진을 채용하고 있다. 백두산 엔진은 연료로 등유를 사용하는 노동 엔진과는 달리 효율성이 높은 비대칭 하이드라진(UDMH)을 사용하는 관계로 추력이 훨씬 강력하다. 화성-17형 미사일은 그동안 시험발사 궤적을 추적할 때 사정거리 1만5000km 이상으로 추정돼 미 본토의 모든 지역을 공격할 수 있다.

또 천리마-1형과 화성-17형의 본격적인 개발 시기는 비슷하다. 북한은 지난해 2월 27일과 일주일 뒤인 3월 5일 각각 1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당시 북한은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은 2월 27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공정 계획에 따라 중요 시험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정찰위성에 장착할 촬영기들로 지상 특정지역에 대한 수직 및 경사촬영을 진행해 고분해능 촬영체계와 자료 전송체계, 자세 조종장치들의 특성 및 동작 정확성을 확증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러한 발표에 따라 군 당국은 처음 준중거리 탄도 로켓에 정찰위성에 탑재할 정찰카메라를 달아 지상 촬영 시험을 진행한 것으로 관측했다. 당시 두 미사일은 비행 거리 모두 약 300㎞, 최고 상승고도 각각 약 600㎞ 정도와 약 550㎞ 정도의 준중거리 미사일 수준이어서, 군 당국은 대륙간탄도탄급 미사일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군 당국은 일주일도 못돼 한미 정보당국 평가를 거쳐 두 미사일 시험 발사는 새로운 대륙간탄도탄 체계와 관련됐다고 언급했다. 군 관계자는 “대륙간탄도탄 최대 사거리 시험을 앞두고 중간 단계에서 관련 성능을 시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무렵부터 화성-17형 미사일을 개발하려는 북한의 노력은 집중적으로 진행됐다. 그동안 지난해 2월 한 차례, 3월 네 차례, 5월 두 차례, 11월 두 차례, 그리고 올해 3월 한 차례 등 모두 10번의 시험 발사가 이루어졌다. 화성-17형은 지난 3월의 시험 발사에서 성공을 거두어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같은 시기에 천리마-1형 발사체도 동시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10일 국가우주국을 방문해 정찰위성 배치 계획을 밝혔다. 다음날 이번 위성발사가 이뤄진 서해 위성발사장을 현지 지도하면서 ‘위성발사장 개량과 현대화 목표’를 제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의 방문은 위성 발사체 제작의 본격 돌입으로 해석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군사정찰위성의 개발을 위한 최종단계 중요 시험’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후  3개월 뒤인 지난 3월 화성-17형 미사일의 성공적인 시험 발사도 진행했다. 따라서 천리마-1 발사체와 화성-17 미사일은 개발 과정에서 진전된 기술도 공유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여기서 지난 1년여 동안의 화성-17 형 미사일의 시험 발사 내역은 2020년 10월 10일 북한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된 화성-17형 미사일이 시제품 또는 모형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고 있다. 북한은 당시 열병식에서 마치 개발이 완료된 것처럼 수 대의 화성-17형 미사일을 등장시켰다. 북한은 1년 뒤인 2021년 10월 개최된 국방발전 전람회 ‘자위 2021’에서 ‘화성포-17’이라는 명칭을 공개했다. 그동안 북한의 군사 퍼레이드에서 등장한 북한 무기가 과장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는데, 화성-17형 미사일은 이같은 의혹의 또다른 사례이다.

 

북한의 '천리마-1형' 위성 발사체 발사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의 '천리마-1형' 위성 발사체 발사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그렇지만 동시에 개발된 천리마-1형 발사체와 화성-17 미사일은 똑같은 모형이 아니다. 화성-17 미사일의 발사시 분사 불줄기는 4개이지만, 이번 천리마-1형 발사체의 발사 사진에서 분사 불줄기는 2개이다. 화성-17형 미사일은 두 쌍의 백두산 엔진을 장착하고 있으며, 천리마-1형 발사체는 한 쌍의 백두산 엔진으로만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원래 RD-250 엔진은 두 개의 엔진을 묶어서(클러스터) 제작된 관계로 분사구(노즐)가 엔진당 2개이다. 일부에서는 위성발사체의 사진 촬영 각도 때문에 분사 불줄기가 2개로 보인다는 주장을 하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

 

북 위성발세체 진행 방향. 북한은 1단체의 예상 낙하해역을 현재 2단체 인양작업 인근으로 발표했다. 연합뉴스
북 위성발세체 진행 방향. 북한은 1단체의 예상 낙하해역을 현재 2단체 인양작업 인근으로 발표했다. 연합뉴스

그리고 군 당국에서 인양중인 위성체는 2단체, 3단체, 탑재체이다. 1단체는 분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1단체의 예상 낙하 해역은 2단체가 떨어진 인근이지만,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과거 은하-3호 발사체에서 1단 분리체의 낙하 지점은 서해 남쪽 해역이었으며, 낙하 해역을 레이더 등의 추적으로 군은 곧바로 특정했다. 백두산 엔진을 2단체보다는 1단체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분리된 1단체의 낙하 해역은 반드시 확인이 되어야 할 사항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