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1년을 말한다 : 전문가 좌담회
수십년간 다진 한국사회 토대 일거에 무너뜨려
안으로는 사회 전면적 붕괴, 밖으로는 굴종외교
이런 정부 없었고 앞으로 변화 가능성도 거의 없어
탄핵, 총선 심판 등 국민적 불신임 의사 표출해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토록 짧은 시간에 조롱과 풍자 대상 된 건 처음"
시민언론 민들레는 윤석열 정부 1년에 대한 분야별 평가를 결산하는 좌담회를 갖고 지난 1년간의 윤 정부 및 한국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앞으로의 전망과 함께 시민사회의 대응 과제에 이르기까지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었다.
좌담에 참여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김상준 경희대 공공대학원 교수,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중앙대 사회학 교수)의 윤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평가는 “지난 1년간 유사한 전례를 찾기 힘든 총체적인 역주행과 파탄의 행태를 보였다”는 말로 요약된다.
“대통령이 이토록 짧은 시간에 국민들의 조롱과 풍자 대상이 된 게 처음일 것이다. 취임 1년도 안 돼서 모든 종교계의 퇴진 요구에 직면한 것이 지난 1년이 어떠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검찰 만능주의, 검찰 권위주의 정권의 폭주에 사회도 부재하고 정치도 부재했다.”
“대통령이 위헌과 불법 편법을 밥 먹듯이 저질렀다.”
세 사람은 “앞으로 윤 대통령의 변화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암울한 상황”이라면서 “강력한 독재권을 노리고 파국적인 사태를 유발해 기회로 삼으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한다”는 우려까지 내놓았다.
이들은 “이미 낙제점을 받은 데다 변화와 개선 전망도 보이지 않는 윤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심판을 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탄핵이든 내년 총선에서의 평가든 폭주와 실정에 대해 제동을 걸 수 있는 전방위적 시민역량의 결집과 연대가 절실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였다.
좌담회는 지난 10일 서울 공덕동 시민언론 민들레 사무실에서 열렸으며 사회는 이명재 민들레 에디터가 맡았다.
사회자: 먼저 윤석열 정부 1년에 대해 전반적인 평가를 해 달라.
곽노현 전 교육감(이하 곽노현):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정권이라고 해야겠다. 평등을 위한 개혁, 성장을 위한 혁신은 전혀 없었고 위헌과 불법 편법을 밥 먹듯 한 대통령이었다.
이나영 이사장(이하 이나영): 역사, 평화, 인권, 안전, 민생, 주권, 민주주의 모두가 위태로운 퇴행의 시대다, 그런 퇴행의 시대를 현 정부가 의도를 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만들어냈다고 본다. 역사는 부정당하고 평화는 위태로워졌으며 적대감은 늘어났고 안보 불안 역시 커졌다. 정치 경제 외교 안보 사회 전반적으로 전 영역에서 민주주의가 축소되거나 퇴행되었다.
자유를 계속 외치고 있지만 그가 말하는 자유는 국가나 시장, 시민사회 어떤 영역에도 해당되지 않는 그런 자유였고, 자유 지상주의라고 하는 말도 아까울 정도로 그가 얘기하는 자유는 윤석열 개인이, 혹은 그 주변인들이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자유이지 않을까, 라는 것이다. 심지어 거짓을 거짓으로 덮고 사건을 사건으로 덮으면서 우리 국민 모두를 정신 산란하게 만들어 도대체 공격을 하려 해도 어디를 타격해야 할지 알 수 없게 하는 그런 전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보고서 안 내고 설명도 하지 않는 정부
김상준 교수(이하 김상준): 비유하자면 대학에서 중간평가랄 수 있는 중간고사를 보는데 제일 애를 먹이는 학생이 중간 보고서를 안 내는 학생인 경우와 같다고 할까. 불안하고 막막하게 하는 것이다. 보고서란 대화다. 그런데 취임 1년 기자회견도 안 하고 설명을 하지 않는 모습, 국민과의 대화도, 야당과의 대화도 거부하고 있고, 여러 정책에서도 설명이 없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불안하다.
곽노현: 사실 시사만화가협회에서 대상이라도 줘야 될 듯하다. 이렇게 매주 풍부하게 끊임없이 만화 소재를 제공할 수가 없잖은가. 아마 대통령과 그 배우자가 이렇게 빠른 시점에서 많은 국민들의 조롱과 풍자 대상으로 떠오른 게 아마 처음일 것이다. MB(이명박)를 이미 능가했다는 생각이 든다.
임기 1년도 안 돼서 모든 종교계의 퇴진 요구에 직면한 사람 아닌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서부터 시작해서 기독교 불교 쪽이 다 가세했다. 개혁 종단들은 다 가세한 것인데, 이것도 기록이다. 흔히 말하듯 무능 무지 무치 무책임, 여기다가 무속까지 들어가는데, 이런 대통령, 이런 정권은 정말 없었던 것 같다.
1년이 1년이 아니라 일각이 여삼추 같다는 말도 있는데 매주가 여삼추 같았다. 일 년이 지난 게 아니라 뭐 한 5년이 지났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던, 보통 대통령들이 5년 임기 동안 보일 수 있는 모든 스캔들을 다 만들어내고 갖가지 ‘묘기’를 다 보여줬다는 생각이 든다.
참 기가 막힌 현상인데 이게 기본적으로는 대통령이 워낙 성공신화에 도취돼서 그렇다고 본다. ‘나처럼 정치권에 나와서 100일 만에 대통령 된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는 식의, 상상할 수 없는 횡재를 한 것이고, 거기다가 그는 검찰 조직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 권력의 생리를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 행사에서 대단히 절제가 없고 무자비한 모습을 보인다. 여당 당대표 뽑는 국면에서 그게 유감없이 발휘되지 않았는가.
사회자: 세 분의 말씀처럼 유사한 전례를 찾기 힘들다, 그렇게 한마디로 요약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윤석열 정권의 성격을 좀 더 압축적으로 뭐라고 정의 내릴 수 있겠는지 말씀을 해 달라.
대한민국 번영 가능했던 조건 단번에 허물어
김상준: 유사한 전례를 찾기 힘든 이유가 있다. 최근 수십 년간 한국 대통령이 외교 문제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이렇게 대놓고 각을 세우고 거의 적대적으로 느껴지는 외교적인 발언을 공공연히 하는 경우가 없었다.
이런 점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고 특이한 일이다. 1980년대 말 노태우 정부 때부터 북방 정책을 하면서 대한민국이 러시아 동구권 중국 베트남 등과 수교를 하면서 90년대 이후 지금까지의 여러 가지 안정적인 번영이 가능했던 조건이 돼왔다. 그런데 이걸 단번에 몽땅 허물고 들어가는 대통령의 모습이 정말 낯설고 유사한 전례를 찾기 힘든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지금 신냉전 말이 많지만 일본도 미국도 여러 복선을 깔면서 대응하고 있고 미국은 내부에서 그런 강공 드라이브에 대해서 반대하는 세력이 상당히 세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그런데 유독 윤 대통령은 용감하게 나서고 있는데, 일개 논평가가 아닌 한국 대통령이 아주 중요한 외교적인 위치에 있는 나라들에 대해서 너무 한쪽으로 적대적인 발언을 이어간다. 그런가 하면 또 한쪽에 대해서는 자기를 도청한 일에 대해서는 마치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이야기를 해서 망신살을 산다. 너무나 균형을 잃은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아주 미묘한 전쟁인데 제일 민감한 포탄 문제로 한국이 그 한가운데 자청해 뛰어든 모양이 되었다. 어리석은 일들인데 이런 행동들에 대해 뭐라고 불러야 되느냐, 난감하다.
그냥 생각 없는 실수일까? 그러나 잘 보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어떤 ‘박자’나 ‘패턴’이 있는 듯하다.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설명을 해 주면 서로 논의도 할 텐데 그러지 않고 그런 언행을 일방적으로 반복한다. 그래서 불안하다.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일정한 흐름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크게 보면 분명히 역주행하는 정권이고, 이 역주행도 40년 전으로, 그러니까 냉전에서 벗어나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기조를 취하고 있다. 이건 만약 어떤 그림을 갖고 벌이는 행태라면 상당히 심각한 문제고, 이는 외교 안보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에 있어서도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는 대화 거부와 그동안에 이루어졌던 민주화의 성과들을 부정하고 민주화나 복지의 성과들을 부정하고 삭감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과 함께 역주행 정권으로 성격을 규정할 수 있겠다. 다시 냉전 시대로 회귀하는 정권이 아닌가.
불통 독선 오만 거짓 기만의 정권
이나영: 앞에서도 말씀하셨듯 윤 정권의 성격을 다시 규정하면 불통과 독선, 오만과 거짓, 이 모두를 자유와 공정이라는 단어로 포장하는 기만, 법을 무시하면서 법치를 강조하는 위선, 조금이라도 듣기 싫거나 싫은 사람들 모두 적으로 돌리는 이분법적 흑백 논리, 그리고 검찰 만능주의, 뭐가 잘 안 되면 수사와 기소를 남발하는 식, 그렇게 되니까 사회도 부재하고 정치도 부재하는 것이다. 당연히 국가 책임도 실종되어 있다. 거버넌스는 완전히 퇴행하거나 무너졌고, 언론을 탄압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가장 강하게 겁박하고 탄압하는 정권이다.
놀라운 것은 대화와 소통은 일본 극우, 미국 대통령하고만 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건 국익에 철저히 반하는 외교인데, 사실 신냉전이 아니고 한반도 분단 이념 체제를 지렛대 삼아 국익을 철저히 챙기려고 하는 미국의 행동대장 역할을 자임하면서 오히려 신냉전을 부추기고 있는 자다,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뭘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이 모두를 아우르면서 특히 제 활동 분야의 측면에서 말씀드리면 ‘신내선일체파’들이 주도하는 남성 중심의 검찰독재 정권, 검찰 권위주의 정권이라는 말도 쓰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분야를 검찰이 장악하고 있는 검찰독재 정권이다라고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 있을 것 같다.
곽노현: 말씀하신 것처럼 신자유주의 신냉전주의 첨병 정권으로 보는 게 그 실질에 맞는 규정인 것 같다. 그리고 그 형식은 검찰 정권으로, 검찰을 앞세워서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검찰 정권으로 보인다. 공정과 상식 법치 자유 이런 개념들이 완전히 왜곡됐다.
탈진실 시대에 앞장서는 탈진실 시대의 전사이다, 이런 생각이 들고 정치적 진실이 실종된, 적어도 대통령의 입 안에서는 실종된 것 같다. 자유를 그렇게 외쳐도 진짜 강자와 부자의 자유이지 약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자유하고는 거리가 멀잖은가. 차별로부터 자유라든가 억압 착취로부터의 자유라든가 권력 남용으로부터 자유나 권력을 비판할 자유, 안전하게 일할 자유, 노조 할 자유, 그런 것들과는 다 거리가 멀잖은가. 사실은 세금 조금 낼 자유, 무한 축적할 자유, 강자의 자유, 그런 자유들이다. 이렇게 송두리째 왜곡되기도 어려울 것이다.
사회자: 많은 비판과 지적들을 했는데 혹시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해 줄 대목이 있는가.
이나영: 없다. 미안하지만 무엇 하나라도 긍정평가를 할 만한 대목이 없다. 여성계가 어제 1년 평가를 했는데 기본적으로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인지가 부재하고 여성 없는 여성 정책을 내세우면서 한국 사회가 30여 년간 일궈온 성평등의 가치와 방향을 완전히 무너뜨렸다고 평가했다. 성차별 해소 없는 저출산 대책, 여성을 단순히 재생산 도구로 본다든지 노동자 없는 노동자 정책, 노동자를 적대시한 노동 정책, 또 여성들은 기본적으로 돌봄 노동이나 이중 노동에 허덕이고 있는데 거기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폭력 정책이라 하지만 실상은 성폭력이나 젠더 폭력에 대한 내용이나 인지가 전혀 없는 폭력 정책, 가족정책이라지만 정상가족 중심의 가족 정책, 복지라고 하지만 실은 시장 중심의 복지 정책, 역사 정의가 없는 대일 외교, 평화가 없는 대미 외교, 이런 식이기 때문에 어떤 분야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는 게 없다.
사회자: 총체적인 파탄 맞다. 그렇게 얘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긴 하다.
긍정평가할 대목 하나라도 있는가?
곽노현: 그래도 어떻게 한 정권이 단 한 개도 잘한 게 없겠는가, 라고 애써 생각해 보자. 청와대 이전이 그와 같은 방식으로만 이뤄질 수 있는 건지는 대단히 의문이지만 청와대 바깥으로 나온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게 사실이다.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많이 수반했기 때문에 점수를 줄 수가 없어서, 또 그게 천공 같은 자들의 조언을 따랐다는 소문 때문에 그렇지 청와대에서 나온 거 자체는 아무튼 약간의 점수를 줄 수 있겠다. 그것과 짝을 이룬 게 이른바 도어스테핑이었는데 어쨌건 간에 기자들과 날마다 한두 마디씩 나눈 거 아닌가. 현안 질문들을 할 수 있었고 그것이 하도 문제를 일으키니까 어쩔 수 없이 중단한 거지만 사실 그걸 계속했더라면 더 적나라한 본질이 드러나고 더 자기 무덤을 팠겠지만 그런 시도 자체는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자: 김 교수님도 좀 밝은 얘기를 해달라.
김상준: 잘한 일에 대해 나도 중도적으로 보이는 이들한테 좀 물어봤는데 마땅히 답을 못하는 것 같았다. 중도적인 분들이 처음에는 전 정권과 비교해 뭔가 잘하겠지 이런 기대가 있었던 것 같지만 그게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 말은 하더라, ‘아메리칸 파이’는 잘 부르더라고.
이나영: 교훈을 주고 있다는 면에서 긍정평가할 대목이 있는 같다. 즉 대통령의 결단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국정을 운영하는 자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어떤 용기를 가지고 나라를 이끌 것인지 결심한다면 우린 정말 좋은 나라가 될 수 있겠다는 것이다. 눈치도 안 보고 야당의 비판도 신경 쓰지 않고 언론이 매일 떠들어도 신경 쓰지 않는 그 담대함으로 그게 가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정말 훌륭한 대통령을 뽑아야 되겠다, 이런 결심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의 교훈이나 긍정적인 거는 지난 정권에서 만들어진 20, 30대 남성 집단, 야당과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 중에 소위 일베류를 제외하고는 돌아서게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비판의 칼날이 지금 윤 정권을 향하고 있다. 20대들이 이럴 줄은 몰랐다, 이렇게까지 무능할 줄은 몰랐다, 그야말로 최악인 정권이 있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것, 나는 그 점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고 보고 있다.
'대통령 잘 뽑아야겠다' 반면교사로는 긍정적 역할
곽노현: 반면교사로서만 긍정적이라는 것인데, 미일과의 관계를 봐도 중러와의 계 악화를 불러오는 방식으로 나아간 것이기 때문에 평가할 수가 없는 것이다. 뭔가 돌파구를 내야 한다는 생각들은 많이 다들 동의했을 텐데 참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꼭 수반하고 또 그런 방식으로 상식과 공정에 어긋나는 방식을 꼭 택한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담대한 부분도 없진 않아서 꼭 다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지만 전체를 저울에 올려놓고 재면 완전히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 이런 결론은 이른바 중도층 국민들도 광범위하게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특히 내치보다 외치에 대해서 굉장히 강한 감수성을 갖고 있는데 그래서 그 부분에서 대담하다거나 꼭 필요한 일을 했다고 평가한 게 아니고 굉장히 못했다, 우리 국격과 우리 국민의 자부심 자존심을 심대하게 훼손했다, 이런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게 틀림없다. 난 그것이 상식과 공정에 부합하는 평가라고 생각한다.
김상준: 그러니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과거 냉전 시대라는 건 전쟁 연장선상에서 모든 걸 다 걸고 싸웠던 때가 아닌가. 그런데 그 뒤로 냉전 종식 이후 그동안은 전혀 관계가 없었던 구 사회주의권들, 중국이나 러시아와 정상적인 외교 관계를 맺으면서 30, 40년 동안 큰 바람을 탔다. 한국이 냉전 이후 지금까지 훨씬 더 높은 곳까지 올라왔던 것이 그런 안정된 관계 때문이었고 이런 관계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40년 동안 굉장히 많은 공을 들였다. 그러니까 여야 할 것 없이 역대 정부들이 그 부분에 관해서만은 안정적인 바탕을 마련하기 위해서 많은 애를 썼다. 그러나 이것을 지금 한 번에 뒤집고 있는 것은 40년 동안 쌓아왔던 그런 탑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것이다.
문제는 단순히 외교 경험이 없어서냐, 아니면 소위 신냉전에 오히려 앞장을 서서 이득을 보겠다는 계산이 있는 것이냐다. 만약 후자라면 문제다. 예전 냉전 체제에서는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그게 없다. 오히려 손해다. 군사적으로는 매우 위태롭게 된다.
계산이 안 나오는 게임이다. 과거 냉전과 같이 죽기 살기로 정치적 이념적인 경제적인 것을 모든 걸 다 끊고 적대를 하면서 수십 년 동안 버틸 수 있는가? 사실 그런 속셈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아무도 없다. 그런데 한국만 그러자고 나서는 모양새다. 왜 그러는 것일까.
이 대목에서 윤 대통령이 후보로 나왔을 때부터 자신의 가치관에 제일 큰 영향을 줬다고 했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책 <자유와 선택>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프리드먼은 영향력이 큰 신자유주의의 대표적인 이데올로그다. 프리드만 정책의 현실적 결과를 아주 명쾌하게 분석한 책이 있다. 나오미 클라인의 유명한 <쇼크 독트린>이다. 프리드먼을 이해하려면 이 책을 꼭 함께 읽어야 한다. 강력한 재난급의 쇼크가 있을 때 프리드만식 개혁은 최적의 기회를 만난다고 했다. 1970년대 피노체트 군사독재 정권에서부터 시작해서 1990년대 이라크 전쟁 이후의 사회개조, 아시아 금융위기와 한국의 IMF 사태 등 많은 사례를 다룬다. 지금 대통령이 국제 관계에서 40년 동안 닦아온 바탕을 흔들어가면서까지 계속 위태로운 방향으로 나가는 이유가 뭘까. 프리드먼식 쇼크를 바라고 있는 것인가. 클라인의 분석처럼 재난(disaster)이 오기를 기다려 개혁의 독재권을 강화하려는 것일까?
재난이 오기를 기다려 독재권 기회로 삼으려는 것 아닌가
독재권의 가장 친화적인 조건은 재난이다. 지금 조성되고 있는 신냉전의 군사적 긴장이 지역적인 군사적 쇼크로 터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현재는 대만보다 코리아의 남북 간이다. 이런 일은 엄청난 충격을 준다.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이렇게 보면 해석의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방식으로 40년 만에 판갈이를 새로 하기 위해서는 모종은 강한 독재권이 필요하다는 생각, 그러기 위해서는 모종의 재앙(disater)에 준하는 파국적인 사태를 감수하겠다, 또는 감수를 넘어서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오히려 새로운 출발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는 것 아닐까?
사회자: 재난의 방지와 예방이 아니라 재난의 도래를 오히려 바라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의 이 불가해한 상황에 대해 이해할 길이 열린다.
곽노현: 설마, 그게 무슨 큰 이득이 있겠는가. 물론 재난이 오고 쇼크가 오면 기존 질서와 기존 관념들이 달라질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해서 이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개인적인 이득은 정권 재창출, 그리고 감옥에 가지 않는 것, 그런 것일 텐데,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 이득은 뭐가 있을까. 그러니까 그 이득을 실제로 생각해 보면 너무 슬퍼져서라도 그렇게 보고 싶지 않다.
김상준: 저도 그렇다. 그 길로 가지 말기 바란다. 너무 리스크가 클 것이다. 그럼에도 신냉전적인 기조에 대해서 세계에서 윤 정부만큼 정말 강하게 이걸 원해서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곳이 없다. 미국마저도 이 게임을 꼭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한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1위를 내주기 싫어서. 미국도 강경 매파 일부를 빼면 중국과 직접 전쟁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의 윤 정권은 무엇을 바라고 그렇듯 적극적인가, 그게 뭘까? 그런 추론을 해보게 된다.
김상준: 한중러 관계에 있어서 지난 수십년 만들어진 안정된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이게 한 번에 몇십 년 과거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있었다. 보수 진보를 아우르는 두터운 합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안정된 기조를 오히려 불안하게 생각하는 극우적 흐름이 생기고 있다. 이러한 세력들이 재난에 준하는 군사적 쇼크 방식을 원할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이런 문제는 단순히 한 정권의 의미를 넘어서는 대한민국의 운명과 관계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정부도 이런 문제에 대해 정말 숙고해야 한다. 이 정부가 역사 속에 어떤 위치로 남을 것이냐를 생각해야 한다. 국민들로서도 이 문제를 잘 풀어야 이제 내부에 있어서의 여러 가지 복지 문제나 민생 문제도 아울러 풀어갈 수 있다. 모두가 가장 주목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준비나 절차 없이 터뜨리는 '불쑥 정권'
사회자: 이제 각론으로 들어가서 세 분의 주요 활동 영역들에서의 평가를 좀 듣고 싶다. 먼저 곽 전 교육감께서는 요즘 집중하고 있는 정치 분야, 정치 혁신에 대해 말씀해 달라.
곽노현: 정치 영역에서 지난 1년은 정치의 실종으로 얘기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전 정권 탓에 정적 제거에다 여야 대표회담 같은 게 전혀 열리지 않고 있는 등 정치행위라는 건 전혀 없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실은 내부 소통도 없는 정권이다. ‘59분 대통령’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정도면 자아도취다. 그리고 법에서는 검찰권을 동원해서 내로남불 하는 사태 그건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이른바 본부장 비리가 다 실체가 있는 것이고 그게 대통령이 됐다고 그래서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 아닌데 아마 검경이 알아서 기어서 다 계속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있을 뿐이다.
아무튼 정치라는 건 철저히 실종된 것이고 정책이라는 거는 아무 준비 과정이나 절차가 없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불쑥 터뜨리고서는 수습하지 못하고 거둬들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고, 노동연금 교육 개혁을 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그걸 추진할 정치적 동력, 정치적 협력을 전혀 구하지 않고 있지 않는가. 그렇기 때문에 말밖에는 안 되는 것이다. 이 여소야대 국면에서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야권의 협력을 구하려는 생각, 대화를 하려는 생각이 전혀 없다.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없다. 완전 무시인데 여당에는 이상한 ‘깜냥’이 안되는 당대표 하나 세워 놓고는 공천권 좀 휘둘러 볼까 하고.
그러나 아마 복잡할 것이다. 나는 여권 내부 정치가 상당히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뿌린 대로 거두게 돼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을 쳐내고 그랬으면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다 복수심이 불타오르게 되고 어느 때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반작용이 부메랑이 돼서 올 거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뭐 민생 정책이라는 것이 안 보인다. 노동 복지 부동산 정책에서 리트머스 테스트가 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중대재해처벌법 노란 봉투법을 어떻게 하는지, 또 화물연대 같은 경우에 불공정 관행을 어떻게 바로잡을지, 또 요즘 최근에 건설노조 강원지부장 양희동 씨가 분신으로 항거했는데 그런 경우에도 건설 현장에서의 불공정 관행들, 또 갑질 관행들 이런 것들 바로잡는 데 필요한 일들 별로 안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미 성적은 다 나와 있다. 낙제 수준이다. 국민 지지율 40%를 넘은 적이 없는데, 22개국 지도자 국제 비교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20%에서 25% 수준이다. 완벽한 낙제인 것이다. 헌법적으로 우리 정치 제도가 참 미비하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는데 누가 ‘대통령이 탄핵되면 헌정의 중단이다’라고 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대통령이 탄핵되면 헌정의 정상화다. 우리 헌법에서 만약에 대통령 국민소환 제도를 마련해 놨다면 윤 대통령은 바로 소환될 사람이다. 그러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 어마어마한 정치사회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잘못 뽑았네 했을 때 ‘손가락 무덤’ 만들 필요 없이 다시 한 번 제대로 찍으면 되는 것이다.
종합하면 법과 정치 영역이든 다른 세부 정책 영역이든 똑같은 문법이 관통되고 있다는 것, 소통하지 않고 대화와 협의가 없으며 절차와 과정이 없는 ‘불쑥 정책’ 제안과 후퇴, 이렇게 대통령도 준비 안 돼 있고 내각도 준비 안 된 정권을 일찍이 본 적이 없다.
사회자: 이 정권의 또 다른 ‘불’이랄 수 있겠다. 불통과 불쑥, 그렇게 통하는 듯하다.
'신내선일체파' 활개치게 만들어 줘
이나영: 올해가 정전협정 70주년, 미일 군사동맹 70년이고 일본에서 일어났던 간도 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년이다. 그리고 그나마 일본에서 과거사를 위안부 문제에 특히 초점이 맞춰져 과거사에 대한 진전이 있었던 고노 담화의 30주년이다. 이에 맞춰 시민사회가 많은 활동을 해왔는데 이 정권이 들어서면서 완전히 다 무너지게 됐다.
나는 김상준 교수와 달리 위기를 가중시켜서 권력을 확장한다든가 하는 전략적 사고가 윤 대통령한테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까 신내선일체파라고 한 것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국에 존재한다는 것을 이제 확신하고 있는데 일본의 극우의 뿌리와 연루된 사람들이 분명히 한국에 존재한다는 걸 나는 깨닫게 됐다. 그들은 전략을 갖고 있고 목표도 분명하다.
게다가 지금 우리의 비극은 기시다와 바이든은 외교통 출신이란 점인데, 특히 기시다는 아베의 지지 기반을 활용해서 오히려 확장시키고 있는 대단한 사람이다. 반면 우리는 권위주의 검찰 출신에다 책 한 권도 안 읽는 사람들, 무식하고 뭔가 설명을 해도 들으려 하지 않으며 강자에 굴종하고 약자에 군림하는 자들이 권력을 잡고 있다.
그런 특징이 불쑥 튀어나오는 발언들에서 묻어나오고 그러니까 정체가 없는 것이다. 깊게 생각하고 체스를 두거나 장기를 두듯이 그다음 수순이 뭘까를 고민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까 말이 늘 결단한다, 이렇게 얘기하잖은가. 결단밖에 모르는 것이다. 그게 결국 대미 대일 굴종 외교를 초래했다.
나는 기시다와 바이든이 되돌아가려고 하는 과거의 좋았던 시절이 미국의 입장에서는 1951년 샌프란시스코 협정일 수 있겠다고 보는데 왜냐하면 그 시기가 동북아를 미국 중심의 냉전 체제로 구축하면서 일본과 평화협정을 맺은 때이고 일본에 면죄부를 완전히 준 때였다. 이 체제로 일본은 모든 전쟁 범죄에서 면책을 받았고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이득을 얻었다.
미국의 남은 고민은 미일 동맹 체제와 미한 동맹 체제가 엮여야 되는 것이었는데 그게 1965년 체제였다. 그러나 그것이 완성됐다고 보기 어려웠는데,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식민지를 겪은 사람들이 살아 있었고 그때 저 박정희조차도 겉으로는 민족주의를 내세웠다.
일제 식민지를 경험했던 자들의 기억이 희미해지거나 사라지기를 계속 노리면서 한국 내 은근한 친일 굴종예속에 머물렀던 이들이 점차 노골적으로 돼 왔지만 2015년 위안부 한일합의 때만 해도 위안부 할머니들이 꽤 살아계셨지만 지금은 아홉 분이고 말할 수 있는 한 분 정도다. 강제동원 같은 경우도 문제가 되고 있는 대법원 판결 2개에서 승소한 원고 당사자 중에 피해 생존자는 단 세 분이다. 결국은 시간은 그들의 편이 된 것이다. 이렇게 시기적으로 딱 맞물린 것이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어느 때로 돌아가고 싶은가. 어떤 학자는 65년 한일협정 체결 때를 얘기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이번에 윤 대통령이 방일 했을 때 일본이 차려놓은 밥상을 보니까 결국은 50년 전쟁의 시발점이었던 청일전쟁, 그리고 명성황후를 살해하고 동학농민혁명을 완전히 초토화시키고 한반도에 일본군을 주둔시킨 그때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라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다. 그러니까 군사동맹 미명하에 한반도에 진출해야 되는 것이고 그것이 미국의 입장에서도 디커플링을 해소할 수 있는 이득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과 일본이 당황하는 것은 그렇게 가는 과정에서 너무나도 이 사람(윤 대통령)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계속 내주니까 일본 언론에서도 너무 당황스러운 것이다. ‘놀라운 선물’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이다. 상상할 수 없는 짓을 한국 대통령이 먼저 하니까 미국과 일본에서는 꽃놀이패인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기시다 총리가 한국을 찾아온 것이고, 이러다가 윤 대통령이 무너지면 모든 게 물거품으로 돌아가는데, 적어도 지지율 40%는 유지해 줘야 되는데 30% 미만으로 계속 가면 안 되니까 뭐라도 도와줘야 한다는, 그래서 ‘배려’라는 단어가 일본 신문에 많이 등장하고 있다. 굴종외교 굴욕 외교 이런 단어조차 아까운 상황이 됐다. 굉장히 엄중한 상황이다. 그러니까 한반도에서 그래도 지난 100여 년간 우리 민중이 이루었던 그 모든 성과, 기반이 뿌리째 뽑힐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다.
신냉전 앞장, 한국만 위험한 경기 뛰어들어
김상준: 냉전시대 때 가장 이득을 본 나라는 전쟁을 일으킨 독일과 일본이었다. 패전국이 되었으면서도 미국에 의지하면서 경제성장에 크게 성공했다. 냉전 덕택이었다. 서유럽도 부흥했고 한국도 60~80년대에 국제 분업 질서에서 중간생산자 자리를 부여받았고,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그래서 냉전시대에서 얻은 게 있다는 것인데, 그러나 지금 신냉전이라고 하는 것은 그때의 냉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일본은 한국이 남북 문제에서 앞장을 서주고 중국이나 러시아 관계에서 선을 먼저 그어 주니까 전선에서 일선에 안 서는 이득을 누린다. 소련과 미국이 서로 냉전을 한다고 했지만 자기들끼리는 전쟁을 안 했다. 총 쏘고 전쟁하는 나라들은 따로 있었다. 코리아 남북이 그랬다. 그런 위치로 다시 뛰어들자는 것인가. 얻을 것은 없고 잃을 것은 너무 많다. 지금 이 게임에 뛰어드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다.
이나영: 미국이 중국과 패권 경쟁을 하고 있지만 중국과 협상을 해서 경제협력 분야에서 오히려 손해를 보지 않고 있다. 유일하게 냉전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한국을 지렛대 삼아 미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중국을 고객으로 하는 외교를 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중국과 협상하고 다 한다. 중국과 러시아를 적대시하는 나라는 거의 우리밖에 없는 상황이다.
돌아보면 2021년 5월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가 발표됐을 때 보통 국정과제에서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한일 관계 부분이 단 한 문장, ‘셔틀 외교 복원을 위한 신뢰 회복 및 현안 해결 등을 토대로 공동 이익과 가치에 부합한 한일 미래관계 미래 협력관계 구축’으로, 세부 과제로 ‘과거를 직시하며 한일관계 미래상을 포괄적으로 제시한 김대중 오부치 선언의 발전적 계승과 양국 미래세대 열린 교류 확대’로만 돼 있었다. 이렇게 심플한 국정 과제를 본 적이 없어서 그때 굉장히 당황했다. 그런데 이제 생각하면 많은 복선이 깔려 있었다. 지금 셔틀 외교로 시작해 그걸로 끝나고 있는데 다른 것은 현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 정권은 역사 문제는 걸림돌로, 시민사회도 대화 상대가 전혀 아닌 걸림돌로 생각한다. 목표로 가기 위해서 치워야 될 걸림돌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매우 위험하다. 이런 사고가 한반도 7천만의 공멸을 가져올 수 있는 위기이며, 그래서 우리 모두가 민감하게 대응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다.
스스로 달라질 게 없다, 내년 총선으로 변화 이끌어내야
사회자: 이제 시점을 미래로 옮겨서 앞으로의 전망을 좀 해달라.
곽노현: 나아질 전망이 없다. 여태까지 정권 첫 해보다 둘째 해에 더 잘하고 둘째 해보다 셋째 해에 더 잘하고 햇수를 거듭할수록 더 잘한 정권 있었는가. 특히 선거를 일 년 앞둔 시점에서 잘하는 정권 봤는가. 어떤 진척도 이룰 수가 없는 거고 특별히 달라질 게 없을 것이다.
다만 총선 결과에 따라서 달라질 수가 있다. 총선 결과 반윤 세력이 200석 이상을 얻으면 탄핵이 가능해지는 것이지만 200석 이상 얻기를 기대하는 건 조금 난망할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언론이 도와주지 않기 때문인데, 그래도 모를 일이다.
만약에 여소야대가 계속되면 5년 내내 여소야대가 된다는 뜻인데, 5년 내내 대통령의 이니셔티브를 통해서 집행력을 통해서 변화를 만들어 낼 길이 봉쇄된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이제 윤 대통령의 여권 장악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사실은 헤어질 결심이 머지않다고 봐야 된다. 내년 총선 때까지 헤어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특히 선거제도 개편이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면 훨씬 더 헤어질 결심 하기가 용이해진다. 이렇게 봐도 암울하고 저렇게 봐도 암울하다. 지금 야당이 180석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저렇게 무도하게 구는데 혹 여당이 과반수를 차지할 경우에 도대체 얼마나 권력을 남용할지 눈에 보인다. 그것은 진짜 암울하지만 그렇다고 여소야대가 계속돼서 아무 일도 못하는 식물 정권이 5년 계속되는 것도 암울하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이 문명사적인 대전환기에 지금 힘껏 달려가도 시원치 않을 판에 뒷걸음질 치는 거니까. 두 배로 격차를 벌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재앙이다. 외교안보 부문에서의 재앙 가능성은 여러모로 말씀들을 해 줬지만 그 외로도 정말 재앙이다. 예컨대 5년 동안 이러다가 탄소 중립화를 위한 조치 하나도 안 되게 생겼다.
김상준: 전망에 대해선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아까 보고서를 안 내는 학생에 대한 걱정과 다르지 않다. 보고서 늦더라도 내기 바란다. 이 정부 내부의 공직자들이 벌써 몸을 사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전 정부에서 정책 관련 일을 했던 사람들이 기소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그런 것인데, 정권 일 년짼데 공직자들이 여러 가지 일들을 해야 하는 때에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 시늉만 하고 있는 것이다. 1년 만에 정권말기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이걸 심각하게 생각해야 될 것이다. 보고서를 꼭 내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정치를 해라, 검사 노릇하지 말고 대통령 일을 해라, 그렇게 말하고 싶다.
시민사회의 전방위적 연대 어느 때보다 절실
사회자: 그럼 우리 한국 사회, 시민사회의 대응은 어떻게 해야 되는가. 촛불 집회에서는 이미 퇴진은 물론 타도 구호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나영: 우리가 촛불 혁명을 통해서 정권을 바꾼 경험이 있는데 오히려 그것 때문에 다시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촛불의 역설이다. 또다시 그런 방식으로 정권을 바꾸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 회의, 냉소가 있다. 한편 정권의 표적이 전방위적인 상황에서 시민사회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붕괴까지는 아니더라도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제 시민사회 모임에서 한 얘기인데 조각보 연대, 즉 다양성을 기반으로 차이를 인정하며 조각을 만드는 그런 연대로는 약하다는 것이다. 조각보는 실밥을 뜯으면 뜯어져버린다. 그럼 우린 다시 각각 하나로만 남는다. 그렇게 되면 절체절명의 위기가 올 것이다. 함께 연대하지 않으면 모두가 갈갈이 찢어지면서 무너질 것이다. 작은 차이는 서로가 수용하고 인정하면서 가장 중요한 지점에서 우리가 다시 강하게 연대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한다. 어느 때보다 시민사회의 전방위적 연대가 절실하다. 역사정의가 환경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우리가 명심해야 된다.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는 연대가 필요하다.
곽노현: 특별히 뾰족한 게 없다. 그런데 다만 국민이 뽑았기 때문에 국민이 불신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국민이 뽑았는데 영 아니더라 그러면 바꿀 수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국민들 중에는 그런 강한 의견을 가지고 퇴진과 타도를 외치는 것도 당연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모이면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선거다. 원칙적으로 선거를 통해서 그나마 심판을 할 수 있는 것이지 않는가. 그래서 윤석열 정권이 정말 그렇게 준비되지 않고 어처구니 없는 불쑥 정권이면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을 해야 한다. 그 심판을 잘하는 운동을 해야 된다.
사실은 대통령 지지율이 30% 안팎에서 형성돼 있는 상황이라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200석 넘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확실한 심판이다. 지금 윤 정권의 문제는 어느 한 부문에서 못 한다는 게 아니다. 외치의 문제가 내치의 문제와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정치에서의 문제가 경제에서의 문제, 사회에서 문제, 문화에서의 문제가 다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다.
중도층 마음 얻어 정치적 심판 해야
그러기 때문에 정치적 심판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각 부문별로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폭주에 대해서 정확하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되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이른바 중도층 유권자들, 그래도 그래도 뽑아줬는데 미워도 다시 한 번의 기대를 갖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텐데 5년 내내 식물 정권 되면 어떡하나 이런 걱정도 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 합리적인 우려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을 할 수 있어야 된다.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심을 줄 수 있는 뭐가 있어야 된다. 그러면 총선에서 분명히 승리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가장 확실한 제도적 심판이고 그래야만 그 후에 여러 가지 변수들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 후에는 윤석열 정권은 바로 식물 정권으로 빠지게 될 것이다.
사회자: 마지막으로 좀 더 시야를 넓혀서, 윤 정부의 집권 기간이 얼마나 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 또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한국 사회의 과제에 대해서 말씀해 달라.
이나영: 지금 가히 전면적 반동의 시대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의 말씀처럼 사람들이 우려와 환멸이 낙심과 무관심으로 이어질까 두렵다. 걱정되는 것은 정치와 사회 전반의 역주행, 우경화가 고착화될까 봐 두렵고 매일 일어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많은 시민들이 좌절, 낙담, 냉소에 빠질까봐 매우 두렵다. 이런 식으로 4년을 더 가면 상당히 고착화될 것 같다. 물론 회복할 수 있겠지만 많은 시간이 걸릴 거고 에너지가 들 것이고 국가적으로 엄청난 낭비가 될 것이다.
그래서 저도 우리의 과제는 확실한 제도적 심판을 하는 것이라는 데 일치하는데,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아까 연대라는 추상적 단어를 썼지만 진보의 갱신과 활성화가 아주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의 활성화가 되지 않으면 중도 좌파도 중도 우파도 건강한 성장이 불가능하다. 제가 사실은 학교 다닐 때 운동권이 아니었는데 오히려 지금 시민사회 활동하기에 편한 측면이 있다. 아직도 여전히 80년대 계파 정치에 사로잡혀 있는 정치인들과 시민단체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내년 총선을 대비하는 다양한 모임들과 움직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부디 정말로 미래에 대한민국 미래 혹은 미래까지 지금 현재를 고민한다면 그런 것을 넘어서서 진보를 갱신하고 연대하고 그래서 앞으로 한국이 어떻게 나가야 될지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가 진보에서 나와야 된다 이렇게 생각한다.
정치 양극화 극복 위한 선거제 개편 중요
곽노현: 제일 걱정되는 거는 정치 양극화다. 경제 양극화 못지않게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이다. 이 두 개의 양극화가 우리 사회의 사회적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것이다.
이런 모든 양극화를 극복할 힘이 정치에서 나와야 되는 건데 그 정치를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양극화하고 있다는 점이 윤석열 정권의 가장 큰 역사적 책임이고 재앙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책임을 다 못하니까 환경책임서부터 모든 역사 책임 뭐 이 책임들이 다 뒤따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정치 양극화를 극복하려면 사실은 선거제도 개편이 굉장히 중요하다.
양당제 극복이 필요하다고 할 때 우리가 진보 성향을 갖고 있고 진보 정당의 원내 진입 문제 세력화 문제를 많이 생각하지만 현재로서는 양극화 해소 문제는 진보 쪽의 문제가 아니라 이른바 중도 쪽 거대 양당에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중도들의 문제가 더 크다. 중도층 시민들의 결핍이라고 할까, 그에 대해 정치권이 책임 있게 반응해야 된다. 그런 의미에서 진보뿐만 아니라 중도층까지를 포함하는 다당제 정치로 길을 여는 다당제 정치의 길을 여는 선거제 개혁이 필수적이다. 이 부분은 2020년 선거법 개정할 때 민주당이 굉장히 강조했던 정치적 대의였고 또 2022년 대선 당시에 대선 막바지에 이재명 당시 후보가 굉장히 강조했던 정치적 대의다.
2020년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일대 전환을 이미 했는데 그것을 강화해야 한다. 그건 간단하다. 비례 의석을 늘리고 의원 정수를 늘려서 비례 의석을 늘리고, 연동률을 50%에서 100%로 높이고, 또 득표율을 초과하는 의석을 인정하지 않고 조정하는 그런 3중 장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아주 이상한 방향으로 선거제 개혁이 흐르고 있는데, 500인 공론화 회의를 보고서 굉장히 놀랐지만 숙의 민주주의적인 정치 혁신의 하나로 정치권이 마지못해서 500인 공론화회의를 진행하는데 그것이 대단히 악용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들고 있다.
그래서 우리 시민사회가 내년 총선을 대비할 뿐만 아니라 이런 정치 양극화를 반드시 극복해야 된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여기서부터 모든 사회 경제 개혁을 시작한다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선거제 개혁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된다. 선거제 개혁과 내년 총선 심판, 이 두 가지에 지금 전체적인 힘을 모아야 될 때다. 지금 다른 달리 모아낼 수 있는 게 있을까 싶기도 하고 당면 과제로서 또 그것만큼 중요한 과제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에도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사실 많은 국민들이 180석 만들어줬는데 뭐 하냐고 질타하는데 우리 국민들이 한 가지 오해하시는 게 있다. 사실 180석은 오직 소선거구제의 불비례성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면 이 초과 의석의 권한으로 진보 진영의 10대 개혁과제 입법을 그냥 서둘러서 하고 그걸로 심판을 받았어야 했다. 민주당은 계속해서 초과 의석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 초과 의석을 기대하기 때문에 지금 선거법 개정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비례성을 대폭 높여서 중도당이든 진보당이든 간에 최대한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그런 다음에 연대해서 과반수를 만드는 게 훨씬 좋겠다. 그것이 정치의 발전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과 의석에 대한 환상 기대하지 말고 실력만큼 갖고 역사정치적 대의에 맞는 일을 하면 거기에 대해서 국민들이 보상해 주고 평가해 줄 것이다, 그걸 믿고 연대로 확실한 과반수를 만들어서 나아가는 게 역사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정치 양극화를 해소하고 완화해서 그나마 윤석열 정권의 가장 나쁜 영향력을 축소시킬 수 있는 길이다.
사회자: 윤석열 정부에 대한 진단에서부터 전망, 과제의 제시까지 많은 말씀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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