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1년을 말한다 : 시민사회
투명성 제고 명분 시민단체 규제·감시 강화
지방보조금법·기부금품법 개정 추진
정부 정책 반대 단체에 대한 세무조사
※ 편집자 주 : 시민언론 민들레는 창간사 첫 마디에서 윤석열 정권 6개월을 '거대한 퇴행의 시대'라고 규정했습니다. 다시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시간이 갈수록 더 악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현 상황을 집중 분석하는 '윤석열 정부 1년을 말한다' 기획 기사를 8일부터 닷새간 연재합니다. 12일에는 마지막으로 전문가 좌담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지역마다 축제가 한창이다. 지역단체는 지자체와 함께 주민, 관광객이 어우러진 축제를 기획하고, 환경단체는 남겨진 쓰레기를 모니터링하며 축제 참여자들과 함께 정화에 나선다. 전국적으로 비가 쏟아졌던 어린이날, 장애단체는 장애 아동의 현황을 알리며 휠체어 이용 아동이 이용할 수 있는 실내놀이터, 모든 어린이가 함께 뛰놀 수 있는 무장애통합놀이터 확대를 촉구한다. 잘 인식되지 않지만 우리의 일상은 시민사회, 제3섹터 속에서 이루어지고, 이는 높은 시민의식,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의 토대가 된다.
국제사회도 이러한 시민사회의 역할과 활성화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UN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수립과 이행, 모니터링, 평가 과정에 시민사회가 참여하도록 하고, OECD 개발원조위원회는 원조효과성을 높이기 위하여 정부에게 시민사회에 우호적인 환경 조성을 요구하고 있다. EU도 글로벌 외교안보정책(2016년)과 EU개발정책성명(2017년) 등에서 시민사회와의 파트너십과 시민사회단체(CSO) 활성화 환경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년, 우리나라에서는 시민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에서 국격에 걸맞는 선진국형 국제개발협력 추진을 통해 지속가능발전 목표 및 글로벌 가치 실현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으나 시민사회와의 협력에 관한 언급은 없다. 기부금 및 시민단체 활동의 투명성을 확보해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겠다는 과제만 강조하였을 뿐, 기부금단체 및 시민단체를 활성화시킬 정책은 전무하다.
오히려 취임 후 곧바로 추진된 정책은 시민사회 활성화 규정 폐지였다. 지난 20년 간 시민사회는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기본법 제정을 위해 노력한 결과, 지난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추진되어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심의에 진전이 없었다. 그나마 2020년 5월에 시민사회 발전과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었는데, 이는 2003년부터 국무총리훈령으로 시행해온 시민사회발전위원회 규정을 대통령령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시민사회 발전과 공익활동 증진을 위한 기본 원칙, 기본계획, 시·도계획 등 인프라 조성에 관한 사항이 규정되었다. 그러나 규정이 시행된 지 2년 만에 정부는 각 부처·지자체에 비공개 공문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등 밀실 폐지를 추진했고, 시민단체의 반대 시위에도 불구하고 폐지를 강행했다.
대통령령 폐지로 20년간 이어졌던 시민사회발전위원회가 구성되지 않고 있고, 그 사이 시민단체에 대한 규제와 감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정부의 지방보조금법 개정안이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하여 보조금 예치제도, 지방보조금 공시 등의 규제가 강화되었다. 행정안전부는 기부금에 관한 전용예금계좌 도입, 기부통합관리시스템 법적근거 마련 등을 위한 기부금품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위와 같은 규제 강화는 시민단체 투명성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나, 상당부분 중복 규제에 해당하고, 단체에 행정 부담을 증가시킨다. 그 외에도 정부는 국무총리훈령으로 국고보조금 부정수급관리단 설치 규정을 제정하여 공무원 및 관계기관 파견 직원 등으로 부정수급관리단을 구성하고 부정수급 방지 정책 수립, 법제도 개선, 방지체계 마련, 부처별 이행 확인 점검 등의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부정수급관리단 설치 이전에 감사원은 지난 해 8월부터 정부와 서울시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시작하였고, 올 해 1월부터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각 부처도 비영리단체 보조금 전수 조사를 실시하였다. 행정안전부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제정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등록 단체들을 전수 조사하였고, 위 과정에서 단체 회원에 대한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가 문제되기도 하였다.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시민단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위법 사례가 발견되기도 하나, 대부분의 선량한 단체들이 조사 대응에 목적 사업수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집행의 타당성에 관한 무리한 해석으로 부정수급으로 몰아가는 사례도 있다. 또한 시민단체에 대한 국세청의 현장 조사도 강화되고 있는데,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985년 출범 이후 세무 조사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는 상황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문제로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 이후 세무 조사를 받게 됨에 따라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K·미르재단, 새희망씨앗 사건 등으로 지난 정부에서도 비영리 투명성은 강조되어 왔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세법상 규제와 감독이 강화되었고, 세법과 기부금품법 등의 중복 규제 문제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보조금은 법령에 명시적 근거가 없는 한 운영비로 사용하지 못하는 등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고, 각종 증빙과 보고 등으로 과도한 행정력이 소요되어 단체들은 보조금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으나 성과는 없었다. 최저임금은 계속 인상되는 가운데, 기부금, 보조금의 각종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단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 사업비를 주겠다는 곳은 많아도 사업을 수행할 사람들의 인건비를 지급하는 예산은 부족하여 보조금 사업을 수행할수록 운영비 부담은 더욱 증가하였다. 새로운 공익사업 아이디어가 있는 청년들도 과도한 규제를 접하며 단체 설립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이전에도 이미 시민사회는 침체의 길에 들어섰으며 활성화를 위한 획기적인 수혈이 필요한 상황에서 지난 1년간 몰아친 조사와 규제는 시민사회를 더욱 급격한 위기로 내몰고 있다.
위 과정에서 단체는 정부의 예산을 일체 받지 않고 회원의 회비와 기부금 확대를 추진하는 방안도 있다. 그러나 개인 후원만으로 시민사회를 활성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사회 문제 해결에 있어 정부가 직접 나서 모든 일을 할 수도 없다. 시민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를 발굴하고, 상호 연대하여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돕고 지원하며, 상호 협력할 때 시너지가 극대화된다. 부정 수급자를 엄격하게 제재하는 것은 필요하나, 지금과 같이 활성화 정책 없이 규제와 조사만 지속하는 경우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이 무너질 수 있다.
환경오염, 저출산 문제 등으로 소멸의 위기에 있는 지금, 제3섹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각 지역의 시민들이 자녀의 생존을 위해 직접 나서고, 정부는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해법을 찾아가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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