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1년을 말한다 : 남북관계 분야

북, 남북 통신선 차단…대화 거부 분위기 명백

윤 '담대한 구상'에 "동족 대결 복사판" 거부

남, 북 미사일 발사에 미 전략자산으로 맞대응

'힘에 의한 평화' 강조, 군사력 의존 강경 대응만

한중 관계 악영향, 일본 재군비 추진에 명분도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 편집자 주 : 시민언론 민들레는 창간사 첫 마디에서 윤석열 정권 6개월을 '거대한 퇴행의 시대'라고 규정했습니다. 다시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시간이 갈수록 더 악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현 상황을 집중 분석하는 '윤석열 정부 1년을 말한다' 기획 기사를 8일부터 닷새간 연재합니다. 12일에는 마지막으로 전문가 좌담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3일 공화국전략무력의 전망적인 핵심주력수단으로, 중대한 전쟁억제력의 사명을 수행하게 될 새형의 대륙간탄도미싸일(미사일) '화성포-18' 형 시험발사가 단행되였다"고 14일 보도했다. 2023.4.14.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3일 공화국전략무력의 전망적인 핵심주력수단으로, 중대한 전쟁억제력의 사명을 수행하게 될 새형의 대륙간탄도미싸일(미사일) '화성포-18' 형 시험발사가 단행되였다"고 14일 보도했다. 2023.4.14.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1년이 되는 2023년 5월 지금의 남북 관계는 강경 대응이 난무하는 가운데 군사적 대립도 격화되고 있다. 남북 대결 일변도는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달라진 풍경이다. 지난 4일 '윤석열 정부 1년에 부치는 기독교 목회자 시국선언'에 참가한 목사들도 남북 관계에 대해 “정부는 강 대 강의 벼랑 끝 전술에 집착하면서 한반도 주변정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혹평했다.

지난 1년간 남북한 간의 대화와 교류는 거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거나 단절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지난 4월 7일부터 남북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을 차단한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남북간 합의로 설치된 직통 통신선을 차단한 북한의 조치는 비난받을 행태이지만, 남북 당국간 경색된 대화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힘 지난 대통령선거 공약집 가운데 ‘남북관계 정상화’ 부분.
국민의힘 지난 대통령선거 공약집 가운데 ‘남북관계 정상화’ 부분.

대선 공약과 배치

남북 관계의 대화 단절은 윤 정부의 대선 공약과도 배치된다. 윤 정부는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정책공약집에서도 “대화를 통해 긴장을 완화하며, 선 평화정착인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을 계승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우리나라의 공식 통일 방안이며, 그 통일 과정의 3단계 가운데 첫 단계가 화해 협력이다. 통일부는 화해 협력에 대해 “남북한이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고 적대 대립 관계를 공존 공영의 관계로 바꾸기 위한 다각적인 교류 협력 추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통일 과정의 2, 3단계는 각각 남북연합, 통일 국가이다. 남북한 간의 화해 협력 또는 교류 협력이 없이는 평화통일은 이뤄질 수 없다.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은 남북 비밀 접촉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대통령실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한 비밀접촉설 사례가 있다. 그 내용은 지난해 10월 말에서 11월 초 국정원 고위 관계자가 해외에서 북한측 인사와 두 차례 접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보도에서 비밀접촉의 계기가 됐다는 ‘담대한 구상’은 설령 비밀접촉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반응을 볼 때 남북 대화를 이어갈 동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부된 ‘담대한 구상’

담대한 구상은 지난 8·15 광복절 윤 대통령의 경축사를 통해 제안됐다.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관심 사항인 안보 우려 및 요구 사항이 빠져 있고, 대표적 남북 협력 사업인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철도·도로 연결 등 ‘3대 경협 사업’은 언급조차 없었다.

북한은 담대한 구상에 대해 거침없는 비난을 쏟아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담화문을 내고 “어리석음의 극치” “동족대결의 산물로 버림받은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이라며 정면으로 거부했다. 김 부부장은 나아가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 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을 해가지고 문을 두드리겠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라며 남북 교류의 중단까지 예고했다.

이후 남북한은 경쟁적으로 서로를 향한 군사력 과시에도 수위를 높여갔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3일 공화국전략무력의 전망적인 핵심주력수단으로, 중대한 전쟁억제력의 사명을 수행하게 될 새형의 대륙간탄도미싸일(미사일) '화성포-18' 형 시험발사가 단행되였다"며 14일 영상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3.4.14.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3일 공화국전략무력의 전망적인 핵심주력수단으로, 중대한 전쟁억제력의 사명을 수행하게 될 새형의 대륙간탄도미싸일(미사일) '화성포-18' 형 시험발사가 단행되였다"며 14일 영상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3.4.14. 연합뉴스

북한은 잘 알려진대로 다량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 제임스 마틴 비확산 연구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윤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10일부터 지난 4월 말까지 북한이 시험 발사한 미사일 개수는 2022년 52발과 올들어 발사한 16발을 합쳐 모두 68발이다. 참고로, 2022년의 경우 발사된 북한 미사일은 윤 정부 출범 이전에 17발이었지만, 출범 이후에 52발로 나타나 출범 이후가 다수를 차지한다.

 

자료 : 미 제임스 마틴 비확산 연구센터
자료 : 미 제임스 마틴 비확산 연구센터
 북한의 2022~2023 월별 미사일 발사 개수 자료 : 미 제임스 마틴 비확산 연구센터
 북한의 2022~2023 월별 미사일 발사 개수 자료 : 미 제임스 마틴 비확산 연구센터

윤 정부 1년간에 발사된 북한 미사일 개수는 1984년 이후 지금까지 북한의 연간 발사량에서 최고치이다. 그동안 북한의 연간 미사일 최대 발사량은 2019년 27발이었으며, 직전 해인 2021년에는 6발이었다. 지난 1년간 북한은 과거보다 10배를 넘기도 하는 막대한 양의 미사일을 발사해 남북 관계를 더욱 경색시켰다.

윤 정부는 여기에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우며 오로지 강경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통일부가 연두 업무보고에서 “북한과 대화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전개하지만, 북한이 대화로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힘 과시 또는 환경 조성의 수단을 군사력에 의존했다. 그것도 한국군의 역량이 아닌 미군이 보유한 무기에 주로 의존했다.

 

지난 4월14일 미국 공군  B-52H 전략 폭격기(가운데)와 한미 공군 전투기들이 한반도 상공에서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지난 4월14일 미국 공군 B-52H 전략 폭격기(가운데)와 한미 공군 전투기들이 한반도 상공에서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그 결과 미국 전략자산들이 한반도에 수시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 전개된 미 전략자산의 종류도 다양하다. 로널드 레이건과 니미츠 핵추진 항공모함과 순양함 구축함, 잠수함 등이 포함된 항공모함 전투단, 전략폭격기 B-52H, B-1B, 스텔스 전투기 F-22, F-35B, 핵추진 잠수함 등이 한미 연합훈련 등을 통해 존재를 과시했다.

7차 핵실험 위협

그렇지만 북한은 이에 질세라 핵실험 준비 작업을 노출하는 방법으로 추가 핵실험을 위협하고 있다. 미 국무부의 ‘2023 군비통제·비확산·군축 이행 보고서’는 그동안 6차례 핵실험이 실시됐던 풍계리 주변의 활동을 주목하면서 “최근 활동이 핵실험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은 ‘화산-31’로 명명된 것으로 보이는 다량의 핵 탄두를 공개하면서, 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라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지시도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했다. 한반도 정세는 비핵화 방향의 노력 대신에 ‘핵 공갈’이 난무하고 있다.

더욱 난감한 것은 북한의 무력 과시가 연속성을 갖고 있으며, 계획된 목표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즉, 북한은 조 바이든 미 정부와 담판에 대한 기대를 지난해 9~10월쯤 접고서, 원래 계획한 전략무기들의 집중적인 개발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2021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 5대 과업으로 △ 극초음속 무기 개발 △ 초대형 핵탄두 생산 △ 1만5천㎞ 사정권의 타격명중률 제고 △ 수중 및 지상 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로켓(ICBM) 개발 △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의 보유 등이다. 북한은 미중 대결 시기를 오히려 전략무기 개발의 호기로 여기고 있다.

 

2012~2021년 북한의 대중국 교역 추이 출처: 한국무역협회 2022
2012~2021년 북한의 대중국 교역 추이 출처: 한국무역협회 2022

북한 주민의 희생

북한의 대결적 자세는 북한 주민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그동안 2017년 6차 핵실험 시기까지 내려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만으로도 북한은 2017년 -3.5%, 2018년 -4.1%, 2019년 0.4%, 2020년 -4.5%(한국은행 자료) 등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이후 코로나 유행으로 북한 무역의 90%를 차지하는 대중국 무역이 급감했다. 또 국제제재의 강력한 시행으로 노동자 송출 중단, 관광사업 중단 등으로 북한의 주요 산업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더욱이 식량의 상업적 수입이 감소한 것은 물론 인도적 지원까지도 차단되어 기존에 국제사회의 지원에 의존하던 취약계층의 식량난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을 것이라고 통일연구원의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대결적인 남북 관계는 남한의 대외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은 남북 대화의 가교 역할에 적극적이어야 하지만, 북한을 의식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 정부가 중국 측에 북한 제재의 동참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자 그렇지 않아도 긴장국면의 한중관계에 또다른 부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한미일 군사협력도 북한의 군사 위협을 명분으로 적극 추진되고 있다. 이것은 냉전 시기에 형성됐던 한반도 주변 북방 삼국(북중러)과 남방 삼국(한미일)의 대결 국면을 재조성하고 있다. 노태우 정부는 북방 외교로 이러한 구도를 뒤흔들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시장 접근을 가능하도록 한 업적을 남긴 바 있다. 새로운 남북 삼국 대결은 일본 재무장 추진세력에게 주변국의 비판 여론을 잠재우는 효과를 안겨주고 있다.

DIME 활용해야

앞으로 윤 정부는 남북간 전쟁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우발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상황을 세밀하게 관리해야 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북한에 대한 대응 수단을 군사적 분야에서 찾은 결과이다. 그렇지만 군 교범에서도 추가적인 위기를 막으려면 국력의 요소인 외교, 정보, 군사, 경제(DIME)를 수단으로 하거나, 이들 요소를 조합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 규모에서 55배(2020년 명목 GNI)가 넘는 남한이 지난 1년간 북한을 상대로 강경 대응 방식을 고집한 것이 과연 정책적 선택에서 최선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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