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방패', 도발격퇴·북한지역 '안정화' 시나리오

'지도부 제거' 특수작전훈련에도 무게 둬 파문

역대급 규모·기간, 핵 항모 등 미 전략자산 전개

북 "중대한 실천적 조처" 동해상 미사일 발사

 

북한의 3월 9일 신형전술유도무기 발사 현장.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북한의 3월 9일 신형전술유도무기 발사 현장.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한미 양국이 13일 '실제 전쟁상황'을 가정한 사상 최대 규모의 연합연습에 돌입했다.

연합연습의 명칭은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이다. 이날부터 역대 최장인 11일간 쉼 없이 이어진다.

이번 연습 기간에 한미는 쌍룡 연합상륙훈련과 연합특수작전훈련(Teak Knife·티크 나이프) 등 20여 개 연합야외기동훈련(FTX)을 진행한다고 한미 군 당국을 인용해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또한 이달 말 핵추진 항공모함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일 3국의 미사일 경보훈련도 확정 단계에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한미가 유례없는 대북 군사 압박에 나선 모양새다. 북한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11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전쟁억제력을 공세적으로 활용할 중대한 실천적 조치들'을 결정했다고 밝혀 유사시 군사적 대응을 경고했다.

'북한 도발 – 한미 훈련'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한반도는 또다시 전쟁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북한과 함께 한미, 그리고 한‧미‧일의 위정자들이 한패가 되어 7천만 한반도 주민을 가둬놓고 '인질극'을 벌이는 듯한 형국이다. 한반도 정세가 전쟁 전야와 같은 상황에 놓이면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전쟁 반대와 평화 수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승겸 합동참모의장이 지난달 27일 한미 연례 연합특수작전훈련(Teak Knife·티크 나이프) 현장을 찾아 작전수행절차를 점검하고 특수전 장병들과 결전 준비 의지를 다졌다고 합참이 2일 밝혔다. 한미 연합 특수작전훈련에 투입된 美 항공타격 자산 AC-130J가 훈련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연합뉴스
김승겸 합동참모의장이 지난달 27일 한미 연례 연합특수작전훈련(Teak Knife·티크 나이프) 현장을 찾아 작전수행절차를 점검하고 특수전 장병들과 결전 준비 의지를 다졌다고 합참이 2일 밝혔다. 한미 연합 특수작전훈련에 투입된 美 항공타격 자산 AC-130J가 훈련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연합뉴스

한미, 곧바로 격퇴와 '북한 안정화 작전' 연습

이번 '자유의 방패'(FS) 연합연습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실제 전쟁상황을 상정했다는 점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시나리오에는 북한의 전면적 도발 시 방어와 반격에 이어 북한 지역에서 시행할 치안 유지와 행정력 복원, 대민 지원 등 '북한 안정화 작전'도 포함됐다고 한다. 이날 시작된 본 연습에서는 방어 단계를 생략하고, 격퇴와 북한 지역 안정화 과정 시나리오를 훈련한다. 특히 쌍룡 연합상륙훈련과 이른바 '참수 작전'인 연합특수작전훈련에도 무게를 싣는 것으로 알려져 연습의 최종 목표가 '북한 지도부 제거와 점령'임을 암시해 파문을 예고했다.

둘째는 역대급 규모와 기간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관을 계기로 조성된 대북 화해 기조 속에 중단된 전구(戰區)급 연합훈련인 독수리훈련(FE)을 5년 만에 부활시켰다. 특히 20여 개 연합야외기동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하면서 독수리훈련 수준을 넘어선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연합야외기동훈련은 대대급 이하로 축소 시행됐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작년 하반기 연대급 이상 기동훈련이 재개됐고 이번에 전구급으로 복원됐다. 그 기간도 11일로 역대 최장이다. 하루도 쉬지 않고 연속으로 훈련이 진행되는 점도 범상치 않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전략자산도 한반도에 전개된다. 이달 말 미국의 니미츠급(10만t급) 핵추진 항공모함이 한반도로 전개해 참여하는 연합항모강습단훈련과 한‧미‧일 미사일경보훈련도 FS와 연계해 이뤄지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또한 탄도미사일 탐지 및 요격 기능이 있는 이지스 구축함, 토마호크 미사일을 탑재한 핵 추진 잠수함 등의 전개도 예상된다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지난달 말 미국은 로스앤젤레스급 핵 추진 공격잠수함 스프링필드함(SSN 761·6천t급), 지난 3일 B-1B 전략폭격기와 무인공격기 MQ-9, 6일 핵 탑재 가능 장거리 폭격기 B-52H 등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했다.

 

니미츠 항공모함.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홈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니미츠 항공모함.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홈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북한 "상시적 준비 태세"…군사 대응 수위 높일 듯

북한은 한미 연합연습에 거세게 반발했다. 북한은 12일 새벽 잠수함에서 전략순항미사일 2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북한이 잠수함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미사일이 1천500㎞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액면 그대로라면 남한 전역과 주일미군 기지가 모두 사정권에 들어간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가 열린 지 하루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회의에서 "미국과 남조선의 전쟁 도발 책동이 각일각 엄중한 위험계선으로 치닫고 있는 현 정세에 대처하여 나라의 전쟁억제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행사하며 위력적으로, 공세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중대한 실천적 조치들이 토의, 결정되였다"라고 전했다.

여기서 '전쟁억제력을 공세적으로 활용할 중대한 실천적 조치'가 그 핵심이다. 먼저 '전쟁억제력을 공세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유사시 방어에 머물지 않고 공세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번 한미 연합연습에서 북한 점령을 상정하는 것과 대동소이하다. 남한 점령도 불사하겠다는 뜻이 숨어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양측 모두 어느 때보다 호전적이어서 우발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우려도 있다.

 

다음은 '중대한 실천적 조치'가 무엇이냐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엔 구체적 내용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자유의 방패' 연합연습이 진행되는 각종 훈련의 강도와 성격, 단계를 고려하고, 미 전략자산의 전개 규모와 일정 등을 살피면서 나름 상응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김여정 북한 부부장도 지난 7일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적중하고 신속하며 압도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상시적 준비 태세에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리고 그 말을 뒷받침하듯 이틀 후 한미의 '작전비행장'을 목표물로 삼고 신형 전술유도무기 여섯 발을 서해로 발사했다고 공개했다.

북한은 한미 연합연습 기간에 초대형 방사포와 다양한 탄도미사일 발사, 전술핵운용부대 등 대규모 육·해·공군 합동화력훈련 등의 무력 시위로 맞대응할 공산이 크다. 또한 핵추진 항모와 잠수함 등 미 전략자산 전개에는 상황을 봐가며 △ 고체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 태평양을 탄착점으로 한 ICBM 발사 △ 핵탄두의 소형화·경량화를 위한 7차 핵실험 등을 시도할 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최근 확인했듯이 풍계리 갱도 복구 등 핵실험 준비를 마친 상태다.

 

북한은 지난 12일 새벽 전략순항미사일 2기를 발사했다고 13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발사훈련에 동원된 잠수함 '8·24영웅함'이 조선 동해 경포만 수역에서 2기의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하였다"고 보도했다. 2023.3.13
북한은 지난 12일 새벽 전략순항미사일 2기를 발사했다고 13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발사훈련에 동원된 잠수함 '8·24영웅함'이 조선 동해 경포만 수역에서 2기의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하였다"고 보도했다. 2023.3.13

시민사회 '전쟁 반대' '평화 수호' 목소리 커져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전국민중행동은 13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훈련은 연쇄적인 강 대 강 군사행동을 불러올 뿐이며 그 끝은 충돌"이라면서 한미 연합연습 중단을 촉구했다. 전국민중행동은 "표면상으로는 북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한 훈련이라지만 그 이면에는 한반도 전쟁 위기를 조장해 한미일 군사동맹을 완성하고자 하는 미국의 패권 전략이 숨어 있다"고 비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평화통일을여는사람들'도 가세했다. 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연합연습은 한미가 핵과 재래식 전력을 동원한 대규모 선제공격 훈련이다. '방어적' 성격이라는 미 국무부와 한미 군 당국의 주장은 기만적"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비상시국회의 추진위원회는 3·1절을 맞아 서울 탑골공원에서 '대한민국 7가지 주권' 수호를 결의하면서 "동북아의 몰아치는 전쟁 위기에 대응하는 민족평화의 주권"을 외쳤다.

한편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대학생들은 지난 10일 용산 미군기지 내 옛 한미연합군사령부 청사 앞에서 한미 연합훈련 반대 시위를 벌여 경찰에 체포됐다가 대부분 석방됐고, 집시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던 한 학생은 이날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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