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 닥치자 시민사회 반발
정동영도 "남북관계 가늠자…조정 충분히 가능"
조현 "한미간 합의로 가능해"…안규백은 부정적
'민주화 원로' 비상시국회의 4일 긴급 기자회견
"보복 대응 악순환 끝내야…한반도 평화에 필수"
촛불행동 "적대적 남북관계는 내란 세력의 온상"
경실련 "군사적 긴장 완화, 신뢰 회복의 마중물"
실제 야외기동훈련 상당 부분 연기 논의돼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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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8일부터 시작되는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한미연합훈련이 약 보름 앞으로 다가오자 시민사회에서 남북관계 개선 및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분출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 전면전 상황을 가정한 전구(戰區)급 연합훈련을 매년 두 차례 실시하는데, 통상 상반기인 3월에 '자유의 방패'(FS·프리덤실드) 연습을 하고 하반기인 8월에는 '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을 진행한다. 이때마다 북한은 "북침 연습"이라며 강력 반발해 왔다.
다만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 맞는 이번 훈련을 앞두고 정부 내에서 중단 또는 축소 등 '조정' 논의가 개진되고 있어 주목되는 상황이다. 앞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취임 직후인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관계 가늠자가 되지 않을까 한다"며 한미연합훈련 조정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한미가 오랫동안 준비해 온 훈련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갑자기 조정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에도 "우리 정부의 의지에 따라 조정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해 뚜렷한 추진 의사를 드러냈다.
조현 외교부 장관 역시 지난달 17일 국회 인사청문회 때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우리의 억제 태세를 유지하는 데 오랫동안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면서도 "그러나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에 보았듯 한미 간 합의에 의해 약간의 조정이 필요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반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한미연합 방위체계 구축을 근간으로 삼은 나라이기 때문에 훈련은 어떤 경우가 있더라도 해야 한다"고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었다.
훈련 규모 및 세부 사항이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재야 민주화운동 원로들이 주도하는 전국비상시국회의는 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함세웅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고문이 먼저 여는 말을 하고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 박석무 다산연구원 이사장, 장임원 전 민교협 상임공동대표가 발언에 나설 예정이다. 이어 이용길 전 진보신당·노동당 대표와 류종열 전 흥사단 이사장이 <명분도 실익도 없는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기로 했다.
이들은 미리 배포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과의 화해 공존이라는 공약을 내세우며 집권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거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바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조건 없는 북미 대화의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대화와 협력을 위한 새로운 환경 조성이 시작돼야 할 것이다. 1991년의 남북 대화와 기본 합의, 2018년의 남북 대화 모두 한미연합훈련 중단 또는 연기와 더불어 시작된 역사적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한반도에서 한동안 실종됐던 평화의 시간을 복구해야 할 때다. 남북 간 적대적 대치의 시간을 끝내고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한다는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 낸 모든 국민의 바람"이라며 "이 시점에서 8월 18일부터 2주간에 걸쳐 실시될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희망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또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오랜 기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남북 간 대화에 장애가 되는 결과를 가져왔을 뿐이다. 한미,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은 북측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이어지고 다시 남측이 추가 대응에 나서면 북측은 더욱 강력한 보복 대응을 가해왔다"며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실시한다는 연합훈련이 오히려 상호 추가 대응을 불러오면서 긴장만 고조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했을 뿐이다.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을 가로막아온 전형적인 '안보 딜레마'적 상황은 끝내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이미 계획된 것이라 할지라도 중단하거나 도상 연습으로 축소되는 것이 마땅하다. 한반도 위기를 증폭시켜 군사쿠데타를 시도한 윤석열 전 정권이 계획한 군사훈련이라면 더더욱 실시할 이유도 없다"며 "빛의 혁명으로 출범한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시민사회의 간절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것을 요청한다.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려는 초입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은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필수 조치임을 거듭 강조한다"고 전했다.
앞서 촛불행동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훈련 재검토 입장을 환영하며 <전쟁과 충돌만 가져올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제목으로 지난달 31일 성명을 낸 바 있다. 촛불행동은 "새 정부 출범 후 대북 전단 중지, 대남 방송 중단 등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적대적인 군사훈련은 멈추지 않고 있다"면서 "새 정부가 출범한 6월 한 달 동안 한미연합훈련과 한미일연합훈련이 13일이나 진행됐고 접경지역과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사격훈련도 계속되고 있다. 평화를 실현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적대시하는 군사훈련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후 9·19 남북군사분야합의서는 파괴됐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의 횟수와 강도는 급격히 확대됐다. 그것은 곧바로 남북관계 파탄으로 이어졌다"며 "최근 특검 수사를 통해 밝혀진 것처럼 윤석열은 9·19 남북군사분야합의서를 파기하고 평양 무인기 침투를 비롯해 북한을 향한 수차례의 전쟁 도발을 자행했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벌인 위험천만한 외환 범죄다. 대북 적대 정책이 그 토대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아가 "특히 미국이 한국을 대중국 전쟁의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지금 한미연합군사훈련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남북관계 복원은커녕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더군다나 남북 간 대결 분위기가 고조되면 내란 세력이 색깔론을 들고나와 혼란을 조성할 것이 자명하다"면서 "적대적인 남북관계는 내란 세력의 온상이다. 지금은 한반도에 전쟁 위기를 불러올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할 때가 아니라 내란 청산과 민주, 민생에 힘을 쏟아야 할 때가 아닌가. 전쟁이 필요 없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정동영 장관의 훈련 조정 건의를 환영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은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핵심 요소인 동시에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원인으로도 작용해 왔다. 실제로 북한은 7월 29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대남 담화에서 훈련을 직접 언급하며 정세 악화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했다"면서 "지난 정부는 출범 이후 한미연합훈련의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이전 정부 시기 중단됐던 연합연습과 합참 지휘소 훈련을 재개했다. 특히 2023년 실시된 '자유의 방패(FS)' 훈련에서는 11일간 연속적인 실기동 훈련이 진행되는 등 강도 높은 훈련이 이어졌다"고 짚었다.
경실련은 "이러한 상황에서 통일부 장관이 훈련 조정을 공식 제기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긍정적 신호로 평가된다. 대통령실 발표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또한 김여정 담화문 발표 직후 '평화적 분위기 속에서 남북한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며 "신뢰 회복을 위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려면 정부는 이번 훈련 조정 논의가 남북관계 전환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포함한 종합적 평화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 우리 군 당국도 을지 자유의 방패(UFS) 기간 실시되는 야외기동훈련 상당 부분을 다음 달 이후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현실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한미는 UFS 기간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지휘소연습(CPX)은 예정대로 하되, 병력과 자산을 동원하는 야외기동훈련(FTX) 중 일부는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UFS 기간 연대급 FTX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이후 중단됐다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부활했다. 통상 30여 건의 FTX가 진행되는데, 이 중 10여 건이 연기 대상이라고 한다.
채널A 보도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최근 "야외기동훈련 30여 건 전체에 대해 연기가 가능한지 논의했다"며 "이중 연합 공중강습훈련, 연합 특수작전훈련 등 10여 건을 연기 검토 대상으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또 "폭염 등 기후적 요인도 있지만 남북관계를 고려한 조치임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미연합사 측은 "모든 결정은 정해진 협의 과정을 통해 이뤄질 것이며 양국이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CPX 시나리오와 직접 연동된 FTX나 훈련을 위해 미군 병력과 장비를 들여와 진행하는 FTX는 연기하기 어렵지만, 나머지는 훈련 시기에 있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한미 군 당국은 예정대로 진행되는 FTX에 대해서도 최대한 홍보를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훈련 연기의 세부 사항 조정 및 최종 결정은 조만간 개최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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