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론조사 없이 당원투표만으로 당대표 선출
이번주 안에 전당대회 '게임의 룰' 변경 마무리
유승민 등 비윤계 당권주자 당선 막으려는 포석
윤석열 당 장악 시나리오 강행…내부 반발도 격화
"승부조작 조종…1인 독재 사당(私黨) 만들려는 것"
국민의힘이 차기 당 대표를 일반 국민 여론조사 없이 '당원투표 100%'로 뽑기 위한 당헌 개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대한 비윤석열계 당권주자와 의원들의 반발이 본격화하면서 여당 내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20일 국회에서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당원투표 100%, 결선 투표제,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당헌·당규 개정안 작성 및 발의 안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23일 오전 열리는 전국위원회와 같은 날 오후 소집되는 상임전국위에서 개정안 의결을 마치면 전당대회 '게임의 룰' 변경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 절차는 모두 마무리된다.
이미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회의에서 현행 당헌에 '7대3'(당원투표 70%·일반 국민 여론조사 30%)으로 명시된 대표 선출 규정을 변경해 당원투표 비율 100%로 차기 지도부를 뽑기로 의결한 바 있다.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개정 작업이 이번주 안에 완료되면 다음 달 초 후보 등록을 받는 등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당권 레이스의 막이 오르게 된다.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정진석 비대위'의 임기 종료 전인 내년 3월 초로 예상된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이견이 잇따르고 있고 특히 안철수, 유승민 등 당권 주자들이 강하게 반발해 마찰음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 경선에 여론조사를 처음 도입한 정당은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이었다. 지난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몰아치자 전멸 위기에 놓인 한나라당은 '대의원 50%+여론조사 50%' 규정을 만들고 박근혜 의원을 당 대표로 선출했으며, 이후 여론조사가 포함된 룰은 18년이나 유지됐다. 당심이 민심과 괴리되면 '그들만의 선거'가 돼 국민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사석에서 "전당대회 룰을 변경할 거면 (당원투표 비중을) 100%로 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취지로 언급했다는 보도가 있었고, 이를 전후해 국민의힘 비대위와 친윤계 당권주자들 사이에 당원투표 100%로 가야 한다는 발언이 갑자기 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당 대표 적합도 국민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인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윤계 당권주자가 당선되지 못하게 하려는 사전 포석이라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시각이었다.
이준석 전 대표 축출 등 윤 대통령의 일련의 당 장악 시나리오가 이른바 '윤심'이 실린 당 대표 선출로 마침표를 찍고, 국민의힘이 더욱 일사불란한 '윤석열당'으로 완성되는 건 시간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상임전국위원회 의결 이후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유승민 배제하려고 별별 수단을 다 쓸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100대 '빵(0)' 할 거라곤 생각 못 했다"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 전 의원은 "축구를 하다가 골대를 왜 옮기겠느냐. 자기들이 찬 볼을 넣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승부조작 같다"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뒤에서 감독하고 조종하는 거라고 본다"며 "공천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완전히 100% 공천을 장악해서 당을 윤 대통령의 1인 독재 사당(私黨)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당과 대통령실이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는 친윤계의 주장에는 "집권여당을 대통령의 거수기, 대통령실 출장소 정도로 격하시키는 발언"이라고 반박하고, 결선투표제에 대해서도 "윤핵관들이 똘똘 뭉쳐서 저를 떨어트리고 윤핵관 대표를 세우려고 결선투표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당 민주주의라고 표현을 하는데 웃기고 어처구니없다. 이게 무슨 정당 민주주의냐. 대통령 1인 지시를 받아서 대통령이 완전히 장악하는 그런 1인 사당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은 19일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 인터뷰에서 "사실 속된 표현으로, 당 대표를 뽑는 게 골목대장이나 친목회장 선거가 아니지 않느냐?"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하태경 의원도 불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의 흑역사로 남을 것"이라며 "전대 룰을 갑자기 바꾸면서 유승민 전 의원만 많이 띄워주는 것 같다. 정치의 본질은 핍박받고 공격받는 사람이 오히려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전대룰 변경에 대해 어떤 장식을 해봐도 그것이 '유승민 포비아'(공포증)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당원들의 축제라고 부르짖지만 '윤핵관만의 축제'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던 김웅 의원은 19일에도 "어느 동네에서 지지리 어렵게 살다 어렵사리 취직을 한 가족이 잔치를 여는데, 느닷없이 가족만의 축제이니 마을주민들은 다 나가라고 한다"고 비유하는 글을 남겼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