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도 안 돼 영장 재청구, 유례 찾기 힘들어

더탐사가 제기한 의혹에 대한 반박 근거는 없어

비판언론에 대한 압박, 한국언론계 대응 주목

한국 언론계에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이 탐사보도매체 시민언론 더탐사의 공동대표인 강진구 기자에 대해 지난 16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것은 한국언론사에서 유사한 사례를 거의 찾을 수 없는 일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27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 채 두 달이 되기도 전에 다시 영장을 청구하며 구속하려 나섰다.

더탐사에 대한 압박은 이번 영장 재청구뿐만 아니다. 윤 대통령과 부인 및 장모, 실권자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각종 의혹을 추적 보도하고 있는 더탐사는 특히 한 장관 의혹 보도와 관련해 작년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5개월간 자사의 사무실과 기자들이 16차례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더탐사 측은 압수수색의 횟수뿐만 아니라 대거 동원된 경찰력의 규모, 취재기자들에 대한 ‘사찰’이 의심되는 정황 등을 내세우며 비판 언론에 대한 전방위적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검찰이 두 달도 되기 전에 영장을 다시 청구한 사실이나 영장의 내용, 청담동 술자리 게이트 의혹에 대해 지난 4개월 간 보인 태도 등을 종합하면 언론사의 취재를 억누르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경찰과 검찰이 영장에서 ‘취재윤리 위반’을 국가형벌권 발동 명분으로 명시한 것은 언론의 자유와 취재의 권리를 침해하고 언론윤리에 대해 국가형벌권이 개입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을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주거지를 무단 침입했다는 혐의로 고소당한 '시민언론 더탐사'의 강진구 공동대표가 14일 오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2.12.14.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주거지를 무단 침입했다는 혐의로 고소당한 '시민언론 더탐사'의 강진구 공동대표가 14일 오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2.12.14. 연합뉴스

 

더탐사는 “취재윤리 위반 여부를 경찰이 판단하는 것도 의문이거니와 백번 양보해 취재 윤리 위반이라고 하더라도 국가 형벌권을 발동할 명분으로 삼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신문법, 언론중재법에 명시된 취재의 자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논리로 현직 기자의 구속이 수사의 수단이 아니라 목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과 검찰의 전례를 찾기 힘든 영장 재청구 및 16차례의 압수수색은 더탐사에 대한 권력의 공세를 넘어서서 비판 언론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시각과 입장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에 대한 한국의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대응이 주목된다.

강진구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는 2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321호에서 열린다. 더탐사는 영장 심사 직전 서관 앞에서 간단한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재청구 구속영장에 '청담동 술자리' 사건 추가

서울중앙지검(검사 조현웅 검사)이 지난 16일 법원에 보낸 구속영장 청구서는 범죄사실과 구속의 필요성 등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표지 포함 총 47쪽으로 지난해 12월 27일 청구했다 기각된 영장(35쪽)에 비해 상당히 늘어난 분량이다. 영장에는 한동훈 장관 자택 방문과 관련해 면담강요와 스토킹처벌법 위반이 추가됐다. 사건도 지난해 영장에 있던 사건 외에 청담동 술자리 보도 및 그와 관련된 이세창 씨의 사무실 방문이 추가됐다. 

‘술자리 의혹’ 반박 근거는 없어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구속영장에는 청담동 술자리가 허위사실이라는 근거가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 대신 청담동 술자리가 허위라는 전제로 강진구 기자가 윤석열, 한동훈 두 사람에게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돼 사회로부터 격리할 필요가 있다며 영장 발부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청담동 술자리 관련 사건은 당초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가 수사를 해오다 최근 서초경찰서로 사건이 이첩됐다. 서초경찰서가 청담동 술자리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에 검찰에 신청한 구속영장에는 수사 결과의 주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검찰이 청구한 영장에는 이 내용이 빠져 있다. 청담동 술자리가 허위라는 경찰의 입장을 뒷받침할 어떤 근거도 포함돼 있지 않다.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에서 더탐사가 명예훼손에 해당되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했다고 하면서도 적시된 사실이 허위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수사 결과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만 짧게 언급하고, 그 근거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특히, 청담동 술자리가 허위의 근거로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는 지난 11월 24일 조선일보의 보도 “청담동 술자리는 다 거짓말"이라는 첼리스트의 경찰 진술에 대해 정작 경찰이 작성한 구속영장에는 단 한 줄의 언급도 없는 것은 의문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언론사 기자를 구속하겠다고 법원에 영장을 제출하면서 범죄 사실의 가장 중요한 근거를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넉 달간 수사 결과 별다른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 아니냐는 추정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더탐사는 “오히려 제보를 통해 입수한 바와 같이 첼리스트가 지인과의 통화에서 11월 23일 경찰 진술 당시 누구를 봤는지 물어보는 경찰의 질문에 ‘노코멘트 했다’라고 한 부분에 신빙성이 더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돼 기뻐하는 시민언론 더탐사 최영민 감독, 강진구 기자, 박대용 기자(왼쪽부터). 2022.12.29 더탐사 유튜브 캡처 
구속영장이 기각돼 기뻐하는 시민언론 더탐사 최영민 감독, 강진구 기자, 박대용 기자(왼쪽부터). 2022.12.29 더탐사 유튜브 캡처 

 

술자리 장소로 특정했던 곳 영장엔 언급 안돼

국민일보와 조선일보, TV조선 보도를 통해 경찰이 청담동 술자리 장소라며 특정했던 ‘티케' 역시 경찰이 작성한 구속영장에는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언론들은 경찰이 압수수색을 통한 휴대폰 위치 추적으로 청담동 술자리 장소를 티케로 특정했고, 첼리스트마저 티케가 맞는 것 같다는 보도가 나왔었지만, 이 역시 영장에는 적시되지 않았다.

대신 더탐사가 유력한 장소로 보도했던, 가수 이미키 씨가 운영하는 논현동 ‘이아'를 언급하며, 이미키 씨의 주장을 인용해 이아가 청담동 술자리가 아니라는 주장을 다시 적고 있다. 이미키 씨의 주장을 제시하면서 첼리스트 진술을 언급하지 않은 점도 의문을 불러 일으킨다.

“도어락 해제 시도, 제보 시점 등 사실과 다른 것 많아”

더탐사 측은 영장 내용을 분석해본 결과, 지난번 영장에 비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훨씬 더 많다”고 주장했다. 더탐사 측은 “취재진이 영장의 문장 하나 하나 사실 여부를 가려본 결과 허위사실 또는 교묘하게 왜곡한 부분이 89군데나 발견됐다”면서 “대표적인 허위사실은 한동훈 장관 자택 ‘도어락 해제 시도’인데, 이 부분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충분히 설명했고 당시 촬영된 더탐사 유튜브 채널의 라이브 영상에서도 분명히 드러나듯이 초인종을 누른 것을 도어락 해제 시도로 경찰이 오인해 수많은 언론이 인용보도했지만 이는 분명한 오보임을 보도자료를 통해 매번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영장에서 청담동 최초 제보 시점을 8월로 하기로 제보자와 전화로 얘기한 것을 더탐사 측이 말맞추기를 했다고 적시한 것에 대해 더탐사는 “마치 중요한 증거를 감춘 것처럼 왜곡한 것”이라면서 “제보자 보호라는 취지를 얘기한 부분은 잘라내고 제보 시점을 8월로 하자는 것만 영장에 적었다”고 지적했다. 더탐사는 “청담동 술자리 최초 제보는 8월에 있었으나 증거가 없어 한동훈 장관 차량 추적 취재를 하다 10월에서야 비로소 첼리스트의 육성 파일을 확보해 보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더탐사는 또 “특정 날짜에 기자들이 증거 인멸을 도모했다는 영장의 내용도 전혀 사실 무근이며, 영장에 적시된 기자들의 휴대폰 기록과 녹음된 날짜 등을 확인해봐도 영장에 적시된 바와 같은 대화를 한 적이 전혀 없다”면서 “이는 경찰이 휴대폰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를 조작한 것이 아닌지 매우 의심이 되는 대목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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