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 반부패수사대 진입…6번째 압수수색

시민들 속속 모여 항의…"언론 탄압 중단하라"

PC, 취재수첩, 영상 파일, 차량 블랙박스 수거

강진구 기자 "공권력이 아니라 사적 폭력일 뿐"

시민언론 더탐사 사무실 압수수색에 강진구 기자가 항의하고 있다. 더탐사 유튜브 화면 캡처.
시민언론 더탐사 사무실 압수수색에 강진구 기자가 항의하고 있다. 더탐사 유튜브 화면 캡처.

경찰이 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주거침입 사건 수사를 이유로 '시민언론 더탐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최영민 감독을 비롯한 더탐사 직원들과 시민들은 이에 저항하며 치열하게 맞섰지만 경찰은 결국 사무실에 진입해 영장을 집행했다. 더탐사 측에 대한 6번째 압수수색이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11시쯤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더탐사 별내 스튜디오에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사무실 내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더 탐사 측은 출입문을 안에서 잠근 채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경찰 압수수색에 더 이상 협조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더탐사는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긴급 공지'를 내고 "얼마나 큰 죄이길래 법원은 한동훈 장관이 요청하는 모든 사건에 영장을 발부해주고 있는가"라며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 이 세 사람 관련 보도 때문에 일개 언론사에 압수수색이 집행된 것이 지난 8월 이후 벌써 여섯 번째"라고 분노했다.

이어 "더탐사는 그동안 압수수색에 성실히 임해왔지만, 언론 자유를 함부로 훼손하려는 정권의 압수수색에 더 이상 응할 수 없음을 밝힌다"며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해 최전선에서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동훈 장관은 검찰과 경찰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며 일개 언론사의 입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7월 19일과 20일 자신의 알리바이부터 입증하길 바란다"면서 "국민주권 국가의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지면서 더탐사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하나둘씩 속속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언론 탄압 중단하라" "이게 나라냐" "김건희는 왜 수사 안 하냐" "검찰의 개돼지 노릇하지 말라고 경찰에 수사권 독립시켜 주지 않았느냐" "경찰은 철수하라" 등의 구호와 항의 발언을 쏟아냈다. 시민들은 100명 안팎으로 숫자가 계속 불어났다.

기동대 등 인력을 증원해 영장을 집행하려는 경찰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시민들이 복도를 가득 메운 채 뒤엉켜 4시간 이상 대치를 벌였으며, 그 과정에서 한 시민이 쓰러져 119 구급대가 출동하기도 했다.

 

더탐사 사무실 압수수색 시도 현장
더탐사 사무실 압수수색 시도 현장

경찰은 결국 오후 3시 30분쯤 소방 대원들까지 동원해 절단기로 문을 강제로 열고 더탐사 사무실로 진입했다. 수사관들은 더탐사 측 황희석·정철승 변호사 입회 하에 영장 집행에 착수했으며 강진구 기자와 최영민 감독 등의 개인 컴퓨터와 태블릿PC, 취재 수첩, 동영상 파일 등을 요구했다. 경찰은 더탐사 공동대표인 강진구 기자의 경기 안양시 주거지도 압수수색해 차량 블랙박스 등을 수거했다.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동안 강진구 기자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아니라 부당한 명령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는 게 경찰관의 정당한 직무집행 자세"라며 "여러분이 한동훈의 사병이냐. 이건 공권력이 아니라 사적 폭력"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강 기자는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만들어진 이래 단순히 '주거침입' 혐의 가지고 수사하고 압수수색한 전례가 있느냐"면서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범죄의 의도를 가졌으면서 생중계를 하겠느냐. 한동훈 옷깃만 스쳐도 중범죄라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강 기자는 또 "TV조선 기자들은 조국 전 장관 딸 집에 야간에 공동주거침입을 해서 초인종 누르고 했어도 벌금 200만 원에 약식 기소됐다"며 "그런데 우리는 한동훈 장관 집 앞에 한 번 갔다고 이게 뭐하는 거냐"고 토로했다.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시민들은 문밖에서 "언론 탄압 중단하라" "정치검찰 사라져라" "경찰은 물러나라"등의 구호를 외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복도를 지켰다.

 

더탐사 사무실 압수수색 시도 현장
더탐사 사무실 압수수색 시도 현장

앞서 더탐사 취재진은 지난달 27일 오후 1시쯤 한 장관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들어가는 장면을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취재진은 영상에서 "강제 수사권은 없지만 일요일에 경찰 수사관들이 갑자기 기습적으로 압수수색한 기자들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공감해 보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더탐사 취재진은 한 장관 자택의 현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며 "취재 왔다"고 말하고 문 앞에 놓여있는 택배 상자를 살피기도 했다. 이에 한 장관은 이들을 공동주거침입과 보복범죄 혐의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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