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탐사〉 대표 기자 오늘 영장실질심사
"청담동 술자리 의혹 허위사실 확인 안돼"
"대통령·한 장관 알리바이 대면 그만인 걸"
"구속영장에 이른 건 오로지 두 사람 책임"
"자유의 몸으로 취재현장 돌아가길 희망"
"기자가 취재 활동했다는 이유로 구속위기에 내몰린 이 사태는 개인 강진구가 아니고 우리 언론과 민주주의의 위기다."
<시민언론 더탐사> 대표인 강진구 기자는 22일 오전 10시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통해서 이 부당한 영장이 기각되고 청담동 술자리 의혹 취재를 계속 이어갈 수 있게 시민, 기자분들이 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경찰과 검찰은 정권 핵심 인물 관련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더탐사>에 대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16차례 압수수색을 하고, 강 기자에게는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2개월도 되지 않아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검경이 이번 영장에서 강 기자에게 적용한 혐의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스토킹처벌법 위반,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 특정범죄가중법상 면담강요 등이다. 모두 청담동 술자리 의혹 보도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재 등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특히 이번 영장에서는 정권 비판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 시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검경은 영장에서 강 기자에 대해 "피해자들(윤석열, 한동훈 등)에 대한 가해를 지속하고 있으며, 사회에서 격리하지 않는 한 추가 피해 발생을 예방할 만한 적절한 수단을 강구하기 어려워 구속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영장 청구의 사유로 지목되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 사건은 목격자의 최초 진술이 경찰 조사 이후 갑자기 바뀐 상황이고,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객관적인 입증 자료는 제시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의 알리바이를 입증하기 위해 한 장관의 관용차 차량 운행일지와 블랙박스 정보, 술자리 당일 청담동 일대 경찰 경호라인 발동 여부 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핵심 목격자인 첼리스트는 지난해 11월 경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을 목격했는지에 대해 "노 코멘트 하겠다" 고 말했으며, <더탐사> 기자에게 "한 장관이 두려워 진실을 말할 수 없으며, 정권이 끝난 뒤에 알리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강 기자는 취재 기자들에게 "지금이 과연 2023년인지 되묻고 싶다"며 "취재 기자가 고위공직자를 감시, 비판하는 취재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례가 있는지 여러분들(기자들)에게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언론사는 자신들의 취재 활동을 바탕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의혹을 받는 공직자들은 성실하게 해명했다"며 "취재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닐 경우 언론사는 정정보도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을 책임지는 것으로 민주주의는 작동돼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취재 결과가 사실이 아니라는 이유로 형사적 기소를 넘어 구속까지 하는 건 일찍이 전례가 없고, 청담동 술자리는 아직 허위사실로 확인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이번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 역시도 왜 청담동 술자리 보도가 허위 사실인지 판단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청담동 술자리 보도 후 4개월 지났는데도 진상은 규명되지 않고 기자 구속 사태까지 이어지는 작금의 사태 책임은 전적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며 "7월 19일과 7월 20일에 본인들은 어디에 있었는지 알리바이만 제시했다면 진작에 이 사건은 마무리될 수 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강 기자는 "저에게 가짜뉴스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하는데, 정말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사람은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라며 "한 장관을 상대로 차량운행일지, 차량 블랙박스, 수행비서 초과근무수당 지급 내역 등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모두 거부하고 한 장관은 10억 원 손해배상청구소송과 형사 고소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자리에 제가 있는 것 자체가 우리 언론의 불행이자 민주주의의 불행"이라며 "이러한 불행을 만든 기저에는 언론 의혹제기에 고위공직자로서 스스로 해야 할 일을 회피하고 지휘권을 발동해서 이 사건을 덮으려는 윤 대통령과 한 장관 두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 기자는 '2차 가해 우려가 영장에 적혔는데 취재를 계속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30년 취재하는 동안 단 한 번도 고위공직자 프라이버시가 언론 자유보다 높은 가치를 가진 기본권으로 평가받은 적 없었다"며 "고위공직자는 언론의 무한한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당수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기자는 숙명적으로 해소될 때까지 계속 취재를 해 나가야 한다"며 "그것이 헌법이 언론자유를 부여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강 기자는 법원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영장실질심사를 잘 마치고 자유의 몸으로 다시 취재 현장에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날 강 기자의 법원 출석에 200여 명의 시민들도 응원을 왔다. 시민들은 '강진구는 죄가 없다 인권탄압 중단하라' '진실보도 탄압 말라' '더탐사는 진실언론' 등의 손팻말을 들고 "강진구 힘내라" "언론탄압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극우단체인 대한민국 애국순찰팀이 기자회견을 방해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아울러 이번 영장심사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관심도 확인된다. <더탐사>는 전날 오후 1시 30분쯤부터 '강진구 기자 구속 반대 1만 명 탄원 서명'을 받았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서명에는 하루도 되지 않아 4만 7840명의 시민들이 참여했으며, 분량만 1900쪽에 달한다. 탄원 서명은 모두 법원에 제출됐다.
강 기자는 오전 9시 40분쯤 법원 앞에서 응원하러 온 시민들과 만나 "이 응원의 목소리를 가슴에 잘 새기고 예정된 심사를 잘 마치고 아직까지 우리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오겠다"며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강 기자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진행된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오후 서초경찰서에서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심사 결과는 이르면 이날 일몰 전, 늦으면 자정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더탐사>는 전날 방송에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 핵심 목격자인 첼리스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친구와 나눈 대화를 보도했다.
<더탐사>가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첼리스트는 지난해 경찰 출두 전 "어떤 언론사든지 선택해서 할 것"이라며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관련해 여론전을 펼칠 의향을 밝힌다. "가드(방어) 없이 싸울 것이다" "지금 준비해 놓은 게 A4 용지로 10장이 넘는다" "팩트마다 제가 색칠해 놨다" 등 술자리가 실재한다는 발언도 여러 차례 한다.
또한 <더탐사>가 입수한 첼리스트의 트위터 친구들 녹취에는 "정치색 없는 중간 언론사에다가 기사를 낸다고 그러더니 조선일보(첼리스트 거짓말 기사)에 냈다"며 변호사에 대해 배신감을 토로한 내용들도 담겨 있다.
강 기자는 "첼리스트가 남자친구를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왜 경찰 출두 전에 다수가 있는 트위터 대화방에서 친구들에게 청담동 술자리가 실재했다고 반복해서 확인시켜 줬는지 그 부분에 대해 상식적으로 의문을 가져야 하고 반드시 취재하고 수사기관도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제멋대로 '유죄 추정'한 경찰의 강진구 구속영장
- "서울대인 부끄러움 씻어주는 강진구 구속 시도 규탄"
- 강진구 구속 청구, "언론 몰이해 넘어선 언론 모독"
- 현직 기자들 "강진구 기자 구속 시도 철회하라"
- 더탐사 강진구 구속 청구, "비판언론에 전례없는 공세"
- 경찰이 강진구 기자 구속영장 재신청을 '언플'한 까닭은?
- '술자리 게이트' 추적 강진구 기자에 또 구속영장 청구?
- 풀려난 강진구 기자 "3차영장은 윤 정권 명운 걸어야"
- 하룻새 무려 5만2665명 "강진구 구속 아니 되옵니다"
- 더탐사 ‘한동훈 X파일’ 공개… “자료 정당하게 입수”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