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지각출두 포토라인 서서 "국민께 죄송하다" 

시민들 김 씨 향해 "구속" "주가로 인생 망해"

검은색 정장 차림에 머리 손질 받은 모양새

특검 부장검사 투입…'도이치모터스' 조사 시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 이권 개입 등 조사

정치권 "아무 것도 아니라는 자가 뇌물을 받냐"

"특검팀, 조사 종료 즉시 김건희 체포·구속해야"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8.6.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8.6. 연합뉴스

대통령 위에 군림했다는 의미에서 '브이아이피 제로'(VIP 0)라고 불린 김건희(53) 씨가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팀) 사무실에 소환됐다. 전임 정권 시절 법비들의 비호 아래 사실상 수사를 무마하고, 황제 특혜를 받았던 김건희 씨가 수사를 위해 소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도이치모터스 및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건진법사와 연루된 통일교 샤넬백·다이아몬드 목걸이 청탁 의혹, 공천개입 및 국정농단 의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씨는 포토라인에 서면서 "국민들께 죄송하다"했다. 시민들은 김 씨를 향해 "김건희를 구속하라"고 욕설섞인 말을 토해냈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시작으로 명태균 공천개입, 건진법사 이권 개입 등 순으로 추궁할 계획이다.

또…연출한 듯한 김건희 옷차림, 머리, 화장

앞서 김건희 특검팀은 김건희 씨 쪽에 6일 오전 10시까지 서울시 종로구 케에티(KT) 광화문빌딩 웨스트(west)에 마련된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전·현직 대통령 부인 중 피의자로 공개 출석해서 수사를 받는 것은 김 씨가 처음이다.

김 씨는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자택에서 출발해 특검팀 사무실로 도착했다. 당초 소환 통보한 시간 오전 10시지만, 김 씨는 10분 늦은 10시 10분에 도착했다. 김 씨가 차에서 내리자 특검팀 사무실 앞에 모여있었던 시민들은 "김건희 구속하라"고 외쳤다. 한 시민은 김 씨를 향해 "내 인생은 주가가 떨어져 망했다"는 한탄 섞인 소리도 쏟아냈다. "×××아"라며 김 씨를 향한 욕설도 들렸다.

김 씨는 흰 블라우스와 검은 정장 차림에 머리를 한 갈래로 묶었다. 특검에 소환 조사를 하는 상황에 머리 손질까지 받은 모양새였다. 김 씨의 한 갈래로 묶은 머리는 외형상 간단하게 손질한 것처럼 보이지만, 김 씨가 하고 온 뒤통수를 띄우는 방식은 전문가가 만져준 것으로  추측된다. 화장기가 거의 없는 얼굴로 나타난 김 씨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약간 숙인 채 건물 앞 도로에서 하차해 출입문으로 들어갔다. 손에는 검정색 가방이 들려 있었다.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김 씨의 뒤를 따랐다.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5.8.6.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5.8.6. 연합뉴스

김 씨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청사 2층으로 올라가 취재진 앞에 서서 입장을 밝혔다. 한때 'VIP 0' '상왕' 등으로 불린 그는 "국민 여러분께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조사 잘 받고 나오겠다"고 했다. 김 씨의 목소리도 평소 정치인이나 기자들과 통화할 때와 달리 매우 작았다. 지난 2021년 윤석열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을 때 자신의 허위 이력 논란에 사과했던 모습을 연상케하는 모습이었다.

김 씨는 취재진이 "국민에게 더 할 말은 없나" "명품 목걸이와 명품백은 왜 받은 건가" "해외 순방에 가짜 목걸이를 차고 간 이유가 있나" "도이치 주가조작을 미리 알고 있었나" 등의 질문을 했지만, 김 씨는 "죄송하다"고 말한 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오전 11시 59분 조사를 종료하고 점심 식사 후 오후 1시에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씨 측이 영상 기록을 남기는 것에 동의하지 않아 조사는 영상 녹화 없이 이뤄졌다. 김 씨는 경호처 직원들이 미리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은 것으로 파악됐다. 오전 조사에서는 김 씨의 인적 사항을 비롯한 기본 정보에 관한 신문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부장검사급 인력이 투입됐고, 김 씨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입회했다. 특검팀은 맨 처음 한문혁(사법연수원 36기)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장검사를 대면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질문부터 받기 시작했다. 이어 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 및 공짜 여론조사 의혹, 건진법사 이권 개입 및 통일교 청탁 로비 사건 등 순으로 김 씨를 추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부장검사는 특검 출범 전부터 서울 고검 재수사팀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한 인물이다.

이날 조사 종료 시각은 정해지지 않았다. 일부 오후 6시에 조사가 마무리될 수 있다는 말이 나왔지만 특검팀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문홍주 특검보는 이날 오후 언론 브리핑에서 "현재 조사가 절반을 약간 넘은 상황"이라면서도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있어 언제까지 (조사가) 이뤄질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김 씨의 조사 상황에 대해선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진술하고 있다"며 "저희는 피의자로 호칭하며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2차 소환 여부에 대해서도 "오늘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알려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아무 것도 아닌자가 비화폰 쓰며 뇌물받냐"
"특검팀은 조사 종료 즉시 김건희 체포하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종로구 민중기 김건희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8.6.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종로구 민중기 김건희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8.6. 연합뉴스

한편 정치권에선 김건희 씨 소환이 이뤄지자 특검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갖고 "V0로 불리며 공동정권인 양 국정을 농단했던 김건희는 '저 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라고 밝혔다. 헛웃음만 나온다"며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남편의 권력만 믿고 저질러놓은 상상초월의 범죄들을 되돌아보라"고 질타했다.

문 원내대변인은 "이제 대통령 권력과 검찰권을 이용해 지금까지 미뤄온 업보를 치러야 할 시간이 도래했다. 황제 조사 같은 특혜 요구나 체포와 구속을 피하기 위한 법꾸라지 행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검은 어떤 특혜도 예우도 없을 것이라고 천명한만큼 김건희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하길 촉구한다. 국민께서 특검의 수사 성과와 김건희 구속 소식을 목놓아 기다리고 계신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박병언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오늘 전직 대통령 부인 김건희가 특검에 출석하며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에서 대통령을 제치고 V0으로 불렸다는 김건희는, 검찰 출석의 첫 진술로 나는 V0가 아니라는 거짓말부터 시작했다"며 "김건희가 증거인멸의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김건희에게 특혜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특별검사팀의 입장에 따른다면, 증거인멸과 중형의 선고가능성이 확실한 김건희에 대해서는 오늘 조사 종료시점에서 체포 및 구속영장의 집행이 필요하다"면서 "국민의 뜻에 따라 정해져야 할 민주주의 제도를 음모를 통해 훼손하고 사익을 추구해 온 범죄혐의자에 대해, 내일 오전 체포·구속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진보당 정혜경 원내대변인은 "'아무것도 아닌자'가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를 조작했고,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기업협찬을 받았고, 명품가방과 목걸이를 받았고, 국정에 개입했고, 공천에 개입했고, 인사에 개입했고,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휘게 만들고, A급 비화폰을 썼고, 마포대교를 순시했고, 비상계엄 내란사태 유발에도 관여했다"며 "이렇듯 열거하기조차 어려운 특대형 범죄를 밥 먹듯 저질러 놓고도 '아무것도 아닌자'는 불가촉의 성역이었다"고 탄식했다.

정 원내대변인은 "김건희는 내란정권의 '시작과 끝'이었다. 그동안 누린 상상초월의 특혜와 광범한 증거인멸, 김건희 관계자들의 도피행각 등을 고려할 때 오늘 체포 및 구속수사해야 마땅하다. 향후 특검연장 및 김건희 특검법 재발의까지 염두하여, 김건희 관련 모든 범죄를 남김없이 밝혀내고, 연루된 모든 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며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철저히 단죄하는 것이 망가진 법치와 민주주의 회복의 시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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