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B‧F-22‧F-35B 핵심 전략자산 동시에 한반도로
올들어 세 차례 한미연합공중훈련 모두 서해에서
겉으론 "북 핵·미사일 대응", 속내는 중국 동시겨냥
"중국에 북 영향력 행사할 책임" 윤 대통령 발언 주목
‘북한 도발 - 한미 훈련’ 악순환…한반도 위기 증폭
서해 훈련사실 공개···더 이상 중국 눈치 안보겠다?
미국 전략자산을 동원한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올들어 벌써 세 차례 진행됐다.
지난 1일과 3일, 그리고 19일이다. 앞의 두 번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포함) 공약 실행 의지를 과시한 것이라면, 세 번째는 전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례적인 것은 세 차례 모두 서해 상공에서 실시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전략폭격기 등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출동할 때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주로 동해 상공에서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진행됐다. 지난해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2022년 10월31일~11월 5일) 때도 다를 바 없었다.
군 당국이 종전과는 달리 서해 훈련 사실을 공개한 것을 보면 더는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미 양국의 대중국 압박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명분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내걸었지만, 속내는 중국을 겨냥한 군사훈련인 셈이다.
올해 첫 훈련부터 서해 상공을 택했다. 한미 국방장관회담(서울) 이튿날인 1일 한미 공군은 미국 전략자산이 전개된 가운데 연합공중훈련을 벌였다. 미국에선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2대와 현존 최강 스텔스 전투기로 불리는 F-22 랩터 2대,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전투기 F-35B 등이 참가했다. 우리 측에선 F-35A가 참가해 편대 비행을 진행했다.
전략자산 B-1B, F-22, F-35B 한반도 동시 출격
주목할 점은 미 핵심 전략자산인 B-1B와 F-22, F-35B가 동시에 한반도에 출격한 대목이다.
한반도 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 12월 ‘비질런트 스톰’ 이후 5년 만이다. 현 한반도 위기 상황도 당시에 못지않다는 양국의 인식이 반영됐다고 하겠다. B-1B는 미 본토에서 출동했고, F-22와 F-35B는 각각 가데나, 이와쿠니 주일미군기지에서 출격했다.
전날 한미 국방장관회담 직후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전략자산을 앞으로 더 많이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훈련을 두고, 국방부도 “작년 한미 정상회담과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SCM) 회의에서 합의한 대로 ‘적시에 조율된 전략자산 전개‘를 적극적으로 구현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음 날에도 한미 공군은 보란 듯이 서해상에서 연합공중훈련을 했다. 인도‧태평양지역에서 폭격기기동군(BTF) 임무를 수행하고자 당일 괌으로 떠난 전략폭격기 B-1B를 제외하고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미국의 F-22와 F-35B와 한국의 F-35A가 참여해 역량을 과시했다.
세 번째는 북한의 ICBM 화성-15형 발사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뤄졌다. 미국의 전략자산인 전략폭격기 B-1B가 다시 전개됐다.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으로 진입하는 B-1B를 한국 공군 전투기인 F-35A와 F-16 전투기, 미 공군 전투기 F-16이 호위하면서 편대 비행했다. 비행경로는 서해에서 시작해 동해로 이동하면서 남부 지방을 통과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당연히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북한은 반발했다. 북한은 이튿날인 20일 오전 7시 단거리미사일(SRBM)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은 이를 전술핵공격수단인 초대형 방사포라면서 방사포탄 4발이면 적의 작전비행장을 초토화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앞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1월 18일)를 통해 “적의 행동 건건사사를 주시할 것이며 우리에 대한 적대적인 것에 매사 상응하고 매우 강력한 압도적인 대응을 실시할 것”이라고 맞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미 전략자산 서해 전개, 중국한테 가장 부담
미 전략자산의 잇단 서해 전개가 북한 위협 대응 차원도 있지만, 방점은 대중국 압박에 찍혀 있다고 볼 만한 단서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해 로이터통신(11월 29일자)과의 인터뷰 발언이다. 당시 인터뷰는 북한의 ICBM 발사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가 소집됐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대북 제재결의안은 물론 의장성명도 채택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위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역내 군사자산의 유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분명한 것은 중국에는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능력과 그 과정에 관여할 책임이 있다는 점”이라면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지에 대한 결정은 중국 정부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한반도 역내에 전략자산 등 미국의 군사자산이 증강 배치 및 전개되면 가장 부담을 느끼는 것은 중국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음직하다. 한미가 전략자산의 전개 빈도와 강도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올들어 연합공중훈련 장소도 서해에 집중시키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물론 몇 년 전부터 서해에서 중국 해‧공군 활동이 강화하는 데 대한 군사적 견제의 성격도 담겨 있다.
중국 지켜보기만 하지만 빈도 잦으면 결국엔 마찰
한미의 이런 군사동향에 중국은 당장 군사적 차원의 대응은 삼가며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반대의 뜻은 분명히 밝혔다. 북한 ICBM 발사 문제를 논의하고자 긴급 소집된 20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중국의 반대 입장은 다시 확인됐다. 한‧미‧일을 비롯한 서방 진영 국가들이 규탄 의장성명 채택을 요구했으나,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해 결국 무산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중국 대사는 “올해 초부터 미국과 그 동맹들이 한반도 주변에서 북한을 겨냥한 연합 군사활동을 증강하고 있다”고 한‧미‧일에 책임을 돌렸고, 러시아 대사도 연합훈련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대응한 것이라면서 북한을 감쌌다.
중국과 서방의 시각은 완전히 다르다. 중국은 미국이 말뿐이지 북핵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 의지가 없다고 본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이슈화함으로써 한·미·일 3국 연합 군사훈련을 다그칠 명분을 쌓고, 궁극적으로 대중 군사 포위망 구축과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가기 위한 고도의 전략으로 보고 있다. 서로 서 있는 곳도, 바라보는 곳도 전혀 다른 셈이다.
앞으로 이런 악순환의 과정은 더 가속화될 공산이 크다. 상대방이 먼저 ’도발‘했다고 서로 그 책임을 떠넘기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한‧미 또는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 그리고 그에 대한 북한의 대응과 한미 양국의 맞대응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그림이다.
그 과정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역내의 군사적 긴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자칫 우발적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당장은 중국이 예의주시하지만, 서해에서 미 전략자산의 참여하에 한미 연합훈련이 빈도와 강도를 급속도로 높여갈 때 중국과의 마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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