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요소 포함 군사적 결탁…핵무장 급진적 확대"

"흡수통일 없다" 이 대통령 경축사에 직접 '답변'

이재명 NSC서 "방어 성격, 긴장 고조 의도 없다"

23일 도쿄서 한일, 25일 워싱턴서 한미 정상회담

한국과 미국 문제에 침묵해왔던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18일 한미 양국이 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에 돌입한 걸 계기로 삼았다.

19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북한의 첫 번째 5천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의 무장 체계 통합운영 과정을 점검하고자 평안남도 남포조선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례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5.8.1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5.8.1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침묵'하던 김정은, 한미 연합연습 비판
25일 백악관서 만나는 한미 정상 겨냥?

김 위원장은 "오늘부터 또다시 감행되는 미국과 한국의 합동군사연습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가장 적대적이며 대결적이려는 자기들의 의사를 숨김없이 보여주는 뚜렷한 립장 표명"이라면서 "미·한의 심화되는 군사적 결탁과 군사력 시위 행위들은 가장 명백한 전쟁 도발 의지의 표현이며 지역의 평화와 안전 환경을 파괴하는 근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관행화되어온 미·한의 군사연습이 언제 한번 도발적 성격과 위험성을 내포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최근에는 핵 요소가 포함되는 군사적 결탁을 기도하고 있다는 특징으로부터 하여 그 엄중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가가 직면한 안전 환경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조성된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현존 군사 리론과 실천에서의 획기적이고도 급속한 변화와 핵무장화의 급진적인 확대를 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역의 안전 환경을 관리, 유지하고 국가의 주권 안전을 철통같이 수호하는 데서 가장 믿음직하고도 확고한 방도와 담보는 적이 우리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뿐"이라면서 "국가 방위력의 가속적인 장성을 위한 중대 조치들은 분명코 계속 취해질 것이며 나라의 주권 안전을 수호하려는 우리의 확고한 의지와 능력은 실천 행동으로써 표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군의 작전 능력 신장이 '최중대 국사'라며 "우리 해군은 가까운 앞날에 국가 핵무력 구성과 핵사용 령역에서 일익을 굳건히 담당하는 믿음직한 력량으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평안남도 남포조선소를 방문해 북한의 첫 번째 5천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의 무장체계 통합운영 시험 과정을 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2025.8.19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평안남도 남포조선소를 방문해 북한의 첫 번째 5천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의 무장체계 통합운영 시험 과정을 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2025.8.19 연합뉴스

"흡수통일 없다" 이 대통령 경축사에 직접 '답변'
이재명 NSC서 "방어 성격, 긴장 고조 의도 없다"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엔 여러 가지 눈여겨볼 지점들이 있다.

첫째는 '직접' 발언했다는 사실 그 자체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출범 이후 이재명 정부의 남북 긴장 완화와 평화 행보를 지켜본 뒤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세 차례 대남, 대미 당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의사를 밝히다가 이날 직접 나섰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지난 15일 이재명 대통령의 광복 80년 경축사에 대한 '답변' 성격이 짙다.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은 △ 현재 북한 체제 존중 △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없다 △ 일체 적대행위를 할 뜻 없다 등을 선언하고 '평화' 메시지를 발신했다. 그리고 18일 UFS 연습과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자리에서 "방어적 성격이며, 이를 통해 북한을 공격하거나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둘째는 발언의 시점이다. 한미 연합연습 개시 시점을 잡았다. 또한 이날은 한미 정상회담은 1주일, 한일 정상회담은 5일 앞둔 시점이기도 하다. 한미 양국이 정례적이고, 관행적으로 해온 연합 군사훈련을 바라보는 북한의 입장을 재각인시키는 한편, 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각각 만나 북핵 문제와 남북 관계, 주한미군 유연성과 한미동맹 현대화, 한미일 군사협력 등을 논의하기에 앞서 '화두'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발언에 나타난 한국에 대한 김정은의 인식이다. 줄곧 "미국과 한국의 합동군사연습" "미·한" 등의 표현을 통해 한국이 미국을 '추종'하는 나라임을 암시하고 있다. 14일 담화에서 김여정도 "미국의 충성스러운 하수인이고 충실한 동맹국인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다"고 말해 자주적 역량이 부족한 한국과는 마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 06. 30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 06. 30 [AFP=연합뉴스]

김정은 "한미, 핵 요소 포함 군사적 결탁,
핵무장화 급진적 확대…실천 행동으로"

넷째 발언의 내용이다. 그중에서도 UFS를 포함한 한미 군사연습에 대한 시각이다. 김 위원장은 이를 △ 오래전부터 관행이었고 △ 오늘부터 또다시 감행되고 △ 북한에 가장 적대적, 대결적이며 △ 가장 명백한 전쟁 도발 의지 표현이며 △ 특히 최근에는 '핵 요소가 포함되는 군사적 결탁'을 시도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대북 핵선제 타격에 초점을 맞춘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가동하고 침략적인 각종 전쟁 연습을 벌인다는 김여정의 담화 연장선에 있다. 우리 정부가 UFS 연습 중 야외 기동훈련의 절반을 9월로 연기했지만, 거들떠보지 않았다.

이런 인식에 따라 김정은의 발언은 자연히 "핵 무장화의 급진적 확대"와 "실천 행동" 주장으로 이어진다. 협상을 한다면 최소한 한미 연합연습은 중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사실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돈만 많이 들고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며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이야기를 싱가포르, 그리고 판문점에서 두 번 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UFS 비판에 대해 "한미 연합연습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방어적 성격"이라며 "북한을 공격하거나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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