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파월 해임하면 오히려 금리 더 오를 수도"

도이체방크도 달러화 폭락 ·국채금리 폭락 예측

트럼프 해임 보도에 국채금리↑, 주가↓, 달러↓

트럼프, 파월 해임 단념하지 않은 것처럼 보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파월 의장을 해임하려는 시도에 대해 각계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하며 오히려 시장금리가 인플레이션 등의 우려로 인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도이체방크도 파월 의장이 해임될 경우 달러 가치가 폭락하고 국채금리는 폭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미 금융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한 파월 의장 해임 보도가 나온 직후 발작을 일으키며 이런 우려섞인 전망이 단단한 근거를 지닌 것임을 보여줬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에 대한 해임 시도를 단념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NYT "트럼프가 파월 해임하면 시장금리가 도리어 오를 수도 있다" 경고

기준금리 인하요구를 거듭 거절 중인 파월 의장에게 사임을 수 차례 종용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건물 개보수 비용을 물고 늘어지면서 파월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의장 축출 시도가 극에 달한 가운데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의 견해들을 인용해 "설령 트럼프가 파월 해임에 성공하더라도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연준이 아니라 투자자들이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의문이 생기면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수 있다는 논리다.

파월 의장이 해임된 후 새 의장이 연준 위원들을 설득해 단기 금리를 내릴 순 있지만 장기 금리는 다르다는 말이다. 장기 금리는 특히 미 국채 10년물과 30년물 금리가 핵심인데, 이들 금리가 주택담보대출, 자동차 대출, 기업 신용대출의 기준이 된다. 경제학자들은 연준 의장 해임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은 장기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NYT는 장기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요인을 두 가지로 짚었다.

첫째, 인플레이션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금리 결정에 더 직접 개입하려 한다면 채권 투자자들은 몇 년간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고, 따라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정부가 단기적으로는 고통을 받더라도 인플레이션과 맞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연준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TE) 조지프 개뇽 연구원은 "연준의 신뢰성과 독립성은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을 빠르게 억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연준이 코로나 19 이후 전세계를 강타한 구조적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인플레이션으로 오인해 기준금리 인상 타이밍을 놓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연준은 자신들의 실수를 인식한 후 기준금리를 수십 년간 볼 수 없던 속도로 올렸고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성장률을 일정 정도 유보한 고금리 정책 지속이 가능했던 것은 연준의 독립성과 시장의 신뢰성이 담보됐기 때문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가 아직 한참 남은 파월 의장을 해임한다며 연준의 독립성은 결정적으로 약화되고 이는 시장 신뢰 저하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시장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파이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 의심하며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연방준비제도(FRB) 제롬 파월 의장이 18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5.6.18. AFP/연합뉴스
연방준비제도(FRB) 제롬 파월 의장이 18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5.6.18. AFP/연합뉴스

둘째, 연방 정부의 부채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가 최소한 1%보다 낮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포인트에 3600억 달러(약 498조 원)의 비용(국채 이자)이 든다며 너무 높다고 강조한 것이다.

연준이 납세자들에게 '수조 달러의 이자 비용'을 부담시킨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NYT는 "연준의 역할을 정부의 부채 상환을 돕는 것이라고 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트럼프 정부의 이런 인식은 정부의 추가 차입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미국 정부가 이미 지속 불가능한 재정 경로에 접어들었고,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감세 법안(BBB)이 그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제 고문을 지낸 하버드대 경제학자 제이슨 퍼먼은 "금리를 낮춰서 부채를 줄이고 감세 같은 일을 더 쉽게 하겠다는 목표는 중앙은행이 가져선 안 될 매우 위험하고 두려운 발상"이라며 "그 길을 택한 중앙은행들은 예외 없이 매우, 매우 나쁜 결말을 맞았다"고 말했다.

연준 전문가인 조지워싱턴대 경제학자 타라 싱클레어도 "정부가 빚을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믿게 된다면 투자자들은 그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전부터 장기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보였고 이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립기념일인 4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으로 알려진 대규모 감세 법안에 서명한 후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 07. 04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립기념일인 4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으로 알려진 대규모 감세 법안에 서명한 후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 07. 04 [로이터=연합뉴스]

도이치방크 "파월 해임하면 달러화 폭락하고 국채금리 폭등할 것"

뉴욕타임스만 파월의 해임이 몰고 올 파장을 경고하는 게아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도이체방크 보고서에서 조지 사라벨로스 외환전략 세계책임자는  파월 해임이 발표되면 직후 24시간 동안 무역가중 달러 지수가 최소 3~4% 내리고,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30~40bp(0.30~0.40%포인트)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중앙은행 독립성이 흔들리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커지고 실질 수익률이 낮아져 통화와 채권시장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라벨로스는 “연준이 세계 달러 통화시스템의 정점에 위치한 만큼, 그 결과가 미국 국경을 훨씬 넘어서까지 번질 것”이라며 “파월 의장 해임을 앞으로 몇 달 동안 가장 큰 저평가된 위험 중 하나로 본다”고 말했다.

 

미 연준
미 연준

파월 해임 보도에 발작한 금융시장

뉴욕타임스와 도이체방크의 경고가 단순한 엄포가 아님을 금융시장이 보여줬다.

파월 의장이 조만간 해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크게 출렁였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 계획을 부인하면서 반등 마감했다. S&P 500 지수도 오전 장중 0.7%까지 낙폭을 키우기도 했다.

채권시장도 이날 파월 의장 해임 임박설 보도 직후 크게 출렁였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이날 오전 파월 의장 해임설 보도 직후 급등해 5% 선을 뚫고 5.08%까지 고점을 높였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이후 상승 폭을 반납했다. 다만,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까지 5%대 초반 선을 유지했다.

달러가치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통상 국채수익률이 상승하면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4월 25일, 뉴욕 월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트럼프 MAGA 상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개장 벨이 울리자 미국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따른 무역전쟁 우려로 세계 시장이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2025.4.25. UPI 연합뉴스
4월 25일, 뉴욕 월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트럼프 MAGA 상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개장 벨이 울리자 미국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따른 무역전쟁 우려로 세계 시장이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2025.4.25. UPI 연합뉴스

금융시장에 혼쭐난 트럼프, 그래도 파월 해임 미련 못 버린듯

뉴욕타임스와 도이체방크의 경고, 금융시장의 발작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해임해야겠다는 결심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온라인 매체 ‘리얼아메리카스보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연준개보수)예산을 (거의) 10억달러 초과한 것"이라며 "(연준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건물 중 하나다. 장담하건대 계약한 업자는 큰돈을 벌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25억달러를 쓰고 있다는 것인데, 나는 그런 사안에 매우 능하다. 나는 그것을 살펴봐야겠다"고 밝히며 연준 개보수 비용 문제를 계속 파고들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파월 의장을 해임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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