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구속영장에 관련 혐의 빠져
경기도지사 시절 변호사비 대신 내준 증거 안 나와
'아니면 말고' 보도, '인디언 기우제' 기획수사 반복
김성태 "이재명 전혀 몰라…돈 흘러간 것도 없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구속됐으나 정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관한 혐의는 구속영장에서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의 '아니면 말고' 식 보도와 검찰의 '인디언 기우제' 식 기획 수사가 합세해 실체는 없이 연기만 잔뜩 피우는 수법이 이 건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김경록 수원지법 영장전담판사는 20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등 6가지 혐의다. 김 판사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의 사촌형으로 함께 구속된 양선길 현 회장에겐 횡령과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김 전 회장의 구체적인 혐의는 ▲회삿돈 수백억 원을 빼돌린 횡령 ▲비상장 회사에 대한 부당지원 등 4500억 원 상당의 배임 ▲2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공시 의무를 어겼다는 자본시장법 위반 ▲북한 인사에게 500만 달러를 전달하고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외국환관리법 위반 ▲이화영 전 경기도부지사에게 3억 원 상당의 뇌물공여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임직원들에게 PC 교체 등을 지시했다는 증거인멸교사 등이다. 지난 10일 태국 빠툼타니의 한 골프장에서 체포된 그는 이틀 만인 12일 자진 귀국 의사를 밝힌 뒤 17일 오전 8시 20분쯤 입국한 바 있다.
김 전 회장은 증거인멸교사, 대북 송금 등 혐의의 일부는 인정하지만 횡령과 배임 등 나머지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그는 "계열사 간 필요에 따라 돈을 빌려주기도 하고 했는데, 그 과정에 절차나 법리상 잘못된 점이 있을 수는 있지만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착복하거나 특정한 목적을 위해 빼돌린 것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화영 전 부지사가 쌍방울 사외이사일 때 법인카드를 지급했다가 사외이사에서 물러나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임명된 뒤에도 회수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가성이 없었고, 북한에 건넨 돈도 회삿돈이 아닌 개인 돈이라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관심이 쏠렸던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빠졌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이던 시절 변호사비를 대신 내줬느냐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꼽혔고 현 여권과 수구보수언론에서 기정사실처럼 부각시키며 이미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가했지만 검찰은 아직 이렇다 할 연결 고리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에서 발행한 전환사채 중 일부가 이 대표의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사비로 지출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 제기가 있으나 이 대표 쪽에 돈이 흘러간 증거가 안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검찰은 김 전 회장 구속영장에서 해당 혐의가 왜 빠졌는지 설명도 못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수사관들과 함께 인천공항으로 들어올 때부터 기자들이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를 묻자 "모릅니다"라고 잘라 말했고, '전혀 모른다는 거냐'는 질문에도 "네"라고 답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서는 "변호사비가 이 대표에 흘러간 게 없다"고 단호하게 부인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재명 대표와 김성태 전 회장이 가까운 관계'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던 쌍방울그룹 전 비서실장 A씨도 두 사람의 친분설에 대해 "회사에서 돌던 이야기를 들은 것"이라고 전혀 다른 얘기를 한 바 있다. A씨는 지난 1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북 사업을 하면서 (쌍방울이) 경기도와 교류했기 때문에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이 가깝다'는 회사에서 돌던 얘기를 들은 것"이라고 전했다. 양 측이 실제 어떤 사이인지 개인적으로 모른다는 취지다.
A씨는 그 전날 이 전 부지사의 뇌물 수수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검찰이 진술조서를 제시하며 "증인은 당시 조사에서 김성태 회장, 방용철 부회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가까운 관계였던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변했는데 맞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했다. 직접 안다는 뜻이 아닌, 애초에 모호한 답변이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 이재명 대표 본인은 "대낮 도깨비 같은 일이다. 일종의 마녀사냥"이라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18일 오후 KBS에 출연해 "누가, 누구에게,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얼마를 줬는지 한 개도 밝혀지지 않은 일방적 의혹"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모르는 사이냐'고 묻자 "만난 일도 없고, 본 일도 없다"며 "전화 통화는 누군가 술 먹다가 (저를) 바꿔줬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분 얼굴도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송환한다고 하면서 언론에서 사진을 본 게 처음"이라고 거듭 모르는 사이임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변호사 대납 의혹을 (검찰이) 기소하면 미쳤다고 생각한다"며 "팩트가 하나도 없다. 이게 21세기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인가 의심을 갖는다. 참 황당하다"고 했다.
민주당도 김 전 회장의 구속영장에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빠진 것은 검찰이 '조작 수사'를 자인한 것이라며 들끓고 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20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그동안 검찰은 쌍방울과 이 대표를 엮기 위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요란하게 떠들더니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며 "아니면 말고 식의 흑색선전, 마타도어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많은 국민의힘 인사들과 지도부, 보수 유튜버, 일부 언론에서 이에 편승해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이재명 대표를 악의적으로 공격해왔다"면서 "국민의힘은 사과하고 응분의 책임을 지라"고 덧붙였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종합해보면 검찰이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펼친 것"이라며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박성준 대변인도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결국 가짜뉴스였다"면서 "특히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의혹을 부풀린 당사자"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은 과거 성남1공단 공원화 소송과 관련해 '제2의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보도한 'TV조선 9시뉴스'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 신청하기도 했다. 당 국민소통위원회는 보도자료에서 "이재명 (당시) 시장이 개인 사건도 아니고 피고도 아니었던 사건에 대해 '제2의 변호사 대납 사건'이라는 식으로 보도한 것은 명백한 가짜뉴스"라며 "이 대표에게 불법 이미지를 씌우려는 정치 공세에 방송이(TV조선이) 앞장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 "김건희·대장동 특검" 다시 꺼낸 민주…'조금박해' 비판 고조
- 검찰 출석 이재명 "사법 쿠데타"…정적 죽이기 정면돌파
- 법무장관이 대놓고 휴지조각 만든 '피의사실 공표죄'
- '이재명 성남FC' 범죄 성립 의문투성이…검찰 노림수는
- 이재명 대국민 호소 "방치하면 저들 세상"…오늘 검찰 출석
- 검찰 이재명 소환에 시민들 "사법 살인 멈춰라" 비판 쇄도
- 이재명 "검사독재정권 최악의 현장"…대장동 혐의 허구성
- '이재명 방북 300만 달러설'은 수사 끝물이란 고백?
- 이재명 압색‧재수사 '무한반복'…이번엔 백현동‧코나아이
- 이재명, 한달새 검찰 세 번째 출석…"유검무죄 무검유죄"
- '헌정사 최초' 제1야당 대표 구속영장…"윤석열 검찰과 전쟁"
- 이재명 "구속영장, 희대의 사건"…17일 대규모 규탄대회
- 의사당 앞 총집결한 민주…"그깟 5년 정권이 대수냐"
- 불체포특권에 관한 헛소리
- 이재명 "강진구 영장 또 기각…사법사냥 일상인 야만 시대"
- 검찰 먹잇감 위험에도…이재명,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 이화영 옥중편지 "쌍방울 방북 요청, 이재명에 보고 안해"
- 백현동 '위증교사'라는 신기루…검찰, 이재명 또 소환
- 진술 신빙성? 판사 마음대로…흐느낀 이화영 변호인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