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권정부에 바라는 말글 정책 제안
세종 정신 잇는 첫 대통령이 되는 지름길
요즘 여러 모로 우리나라가 잘하다 보니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좋게 보고 좋은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 가운데 우리말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고 있다는 반가운 기별이 있습니다. 말이 곧 삶이라고, 말이 생각을 만들고 사람의 됨됨(인성)을 만든다고, 나라말을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고스란히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우리말을 제대로 북돋우며 가꾼 임금도 대통령도 없었습니다. 새 정부의 이재명 대통령은 문화 강국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하고, 정부 이름 또한 ‘국민주권 정부’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런 만큼 그에 걸맞게 세종 임금님의 얼을 잇는 첫 대통령으로서 나라의 임자인 나라 사람들이 옛날부터 써 온 ‘토박이말’과 우리 겨레의 자랑인 ‘한글’을 함께 챙기는 대통령이 됐으면 합니다. 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말글 정책을 마련해 주시기를 아래와 같이 바랍니다.
1. 이름: 세종 얼을 잇는 말글 정책
2. 고갱이(핵심)
가. 나라말과 글을 챙기는 나라말글터를 대통령 바로 아래 두기(국어원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승격)-새가 두 날개로 하늘을 날듯이, 우리 고유의 말인 토박이말과 뛰어난 한글을 함께 지키고 가꿀 수 있는 일터와 법을 만들고 그에 뒤따르는 일들을 대통령이 손수 챙긴다.
나. 청와대 안에 말글맡음빛 두기(청와대 국어문화기획관 신설)-정부가 바른 말글살이에 앞장서도록 챙긴다.
다. 토박이말 살리기 법 만들기(토박이말 진흥법 제정)-국회와 힘을 모아 한글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토박이말(순우리말, 고유어)을 살려 일으켜 북돋울 수 있는 법을 마련한다.
3. 과녁(목적)
우리말의 뿌리며 노른자위인 토박이말을 일으키고 가꾸고 드높여 우리 미래 세대들이 한국사람다운 빛깔을 지니고 한국사람다운 삶을 살도록 함으로써, 한국다운 국어 문화를 일으키고 북돋우며 우리 학문, 교육, 문화를 우리답게 가꾸도록 하는 일을 과녁으로 삼는다.
4. 마땅함(필요성)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우러러보는 임금님이 누구냐고 물으면 ‘세종 임금님’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세종 임금님께서 하신 일들이 참으로 많아 다 알지는 못하지만 그 가운데 ‘훈민정음’을 만드셨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훈민정음’이라는 것을 만들고 그것을 풀이한 책의 머리말(서문)에 ‘훈민정음’을 만든 까닭을 풀이해 놓았다. 그것을 오늘날 말로 뒤쳐 보면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 서로 통하지 않아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그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것을 가엽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사람마다 쉽게 익혀 날마다 쓰면서 편하게 해 주고자 한다.’라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세종 임금님께서 새로운 글자를 만드신 것은 ‘어리석은 백성을 가엽게 여기셨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말은 할 수 있는데 적을 글자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거의 600해 앞인 세종 임금님이 사셨던 때는 임금이 나라의 임자였고 그 아래 양반과 상민, 천민으로 신분이 나눠졌던 때이다. 그런 때에 가장 힘이 없는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글자를 만드신 세종 임금님의 얼을 끊임없이 이어받았더라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달라졌을까? 안타깝게도 세종 임금님 뒤로 이런 백성 사랑의 얼을 이은 임금도 없었고 여러 차례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는 동안 백성들은 어렵게 살았다. 마침내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어둠 속에서 서른여섯 해를 지내기도 했다.
그 뒤 나라를 되찾고 얼마 지나지 않아 6.25라는 싸움에 온 나라가 잿더미가 되었지만 그 또한 이겨냈다. 그리고 3.15, 4.19, 5.18, 6월 민주 항쟁으로 이어진 민주화 운동으로 마침내 많은 사람들의 목숨과 맞바꿔 백성이 임자인 나라, 민주국가가 되었다. 그야말로 백성들이 목숨을 바쳐 ‘민주화’라는 것을 이루었다. 그리고 국민들의 손으로 나라를 이끌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과 시도의원을 뽑는 나라가 되었다. 정치제도 쪽에서 보면 민주주의 제도가 뿌리를 내렸고 그 어떤 나라 못지않은 민주화를 이루었다. 그런데 우리의 말은 민주화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임금이 나라의 임자였던 때 썼던 말, 나라를 빼앗겼을 때 일본총독부에서 쓰던 말을 국민이 임자가 된 대한민국 정부, 국회, 법원에서 그대로 쓰고 있다. 이런 말글살이를 두고 국민이 임자인 민주주의 나라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참으로 민주주의 나라라면 옛날부터 이 땅에서 다른 나라말 다른 나라 글자를 배우지 못해 다스림을 받아야 했던 백성들의 말인 ‘토박이말’을 챙겨야 한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대한민국에서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한국말, 한국말 가운데서도 가장 우리말다운 알맹이로서 흔히 고유어라 부르는 토박이말을 그동안 우리 모두가 마땅하게 챙기지 못했다.
우리 글자인 한글은 뛰어난 글자, 우수한 문자로 자랑하면서 정작 그런 글자를 만들 수 있게 한 바탕이며 어머니와 같은 토박이말을 가꾸고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 눈을 뜨지 못했다. 그래서 나라를 되찾은 지 여든 해(80년)가 되는 오늘까지 일본식 한자말이 가득한 교과서와 온갖 교재로 교육을 하고 있으며 그런 말을 쓰며 살고 있다. 그러는 사이 외래종에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생태계처럼 우리 토박이말도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우리 조상들의 삶과 슬기가 고스란히 깃들어 있으며 겨레의 얼과 정신의 원천이면서 우리말의 노른자위인 토박이말을 살려 일으켜야 한다. 토박이말 살리기 정책을 마련하여 실천하는 일은 새로운 나라를 일으키는 첫걸음이 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런 정책이야말로 세종의 얼을 잇는 것이고 그런 정책을 마련해 내놓는다면 세종의 얼을 잇는 최초의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5. 낱낱의 정책
가. 나라말글터(국어원) 대통령 직속 기구로 승격
오늘날 대한민국의 말과 글을 챙기는 ‘국립국어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아래 있다. 챙기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우리나라에서 우리말과 글을 얼마만큼 값지게 여기는지를 알려 준다고 하겠다. 대통령이 바로 아래 ‘국어원’을 둔다면 나라말과 글이 나라 사람들의 삶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또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대통령이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조선 때 세종 임금님께서 집현전을 손수 챙기신 것처럼 국민들이 쓰는 말과 글을 대통령이 손수 챙기는 것이 나라에서 해야 할 가장 으뜸일이라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수이다. 세종 임금님의 백성 사랑의 얼을 그대로 이어받는 것이기도 하지만 세종 임금께서도 미처 챙기시지 못한 백성들의 말인 토박이말까지 챙긴다는 쪽에서 백성 사랑을 온이 이루는 뜻도 된다.
나. 나라말글터 안 ‘새말짓기모임’에서 ‘토박이말 바탕 새말 만들기’
나라말글터 안에 ‘새말 짓기 모임’을 두고 ‘토박이말’을 바탕으로 한 새말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요즘도 다른 나라말을 쉬운 우리말로 다듬는 일을 하고는 있다. 국어 유관 분야 전문가로 이루어진 ‘ 새말모임’에서 다듬은 말을 국민들의 선호도를 물어 발표하기도 했다. ‘쉬운 말’이라고 하지만 새로운 말을 만드는 잣대가 어떤 것인지는 알 수가 없고 다듬은 말들이 ‘한자말’인 것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새말을 만드는 잣대를 우리가 잃었던 나라를 되찾고 처음 했던 ‘우리말 도로 찾기’ 때 썼던 잣대를 바탕으로 마련해야 한다. 새말을 만들기 앞서 이미 있는 토박이말 가운데 찾아보고 없으면 만들되 새말은 ‘토박이말’을 바탕으로 만들어야 한다. 쉬운 말의 잣대(기준)을 새로운 말을 만드는 위원들과 일반 국민들이 아니라 많이 배우지 못한 어르신이나 초등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한다. 무엇보다 새말은 토박이말을 바탕으로 만드는 것을 가장 으뜸으로 생각하고 만들어야 하는 까닭은 그렇게 해야 우리말의 빛깔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토박이말을 잘 아는 전문위원들을 찾기 어려운 됨새(상황)를 생각해서 새말 만드는 슬기틀(인공지능, 에이아이(AI))을 만들고 그렇게 만든 말을 전문위원이 꼲기(평가)를 해서 고르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다. 청와대에 말글맡음빛(국어문화기획관) 신설
청와대 안에 ‘말글 맡음빛(국어문화 기획관)’을 두고 정부가 바른 말글살이에 앞장을 서도록 해야 한다. 지난 정부 청와대 누리집에 ‘디지털뉴딜’, ‘그린뉴딜’, ‘휴먼뉴딜’이라는 말을 앞장서서 썼고, 굳이 쓰지 않아도 될 ‘SCROLL DOWN’ ‘Today’s NEWS’, ‘CONTACT INFO’과 같은 영어를 썼다. 다른 부처에서도 마치 겨루기를 하듯 사람들이 알기 어려운 말을 마구 쓰고 있는 것은 누리집에만 들어가 봐도 알 수 있다. 그것을 나무라기만 해서는 바로 잡기 어렵다. 그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국민들이 누구나 알기 쉬운 토박이말이 갈무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토박이말보다는 영어를 잘해야 그 자리에 갈 수 있게 되어 있고 그 사람들은 그런 토박이말을 배운 적도 없고 쏟아져 들어오는 새로운 말들을 쉬운 토박이말로 다듬을 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와대에 ‘말글맡음빛’을 두고 청와대와 정부에서 쓰는 말 가운데 굳이 쓰지 않아도 될 어려운 한자말부터 쉬운 토박이말로 바꿔 쓰도록 길잡이도 하고 그 안에서 일하는 분들의 닦음(연수)까지 맡아서 하도록 한다. 그렇게 정부에서 토박이말을 한글로 적기라는 바람직한 말글살이에 앞장을 서 준다면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그런 말글살이를 하는 날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라. 토박이말 살리기 법(진흥법) 만들기
헌법부터 온갖 법에 들어 있는 말들이 국민들은 알기가 어려운 일본식 한자말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은 다 아는지 모르지만 그 법을 지켜야 할 국민들이 법을 알지 못한다면 지키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누구나 알기 쉬운 말로 만든 법이 더 지키기 쉬울 것이다. 선거 때는 국민을 주인이라고 하고 섬기겠는 말로 뽑아달라고 머리를 숙이면서 뽑히고 나면 주인들이 모르는 저희들만 아는 말을 가지고 온갖 법을 만들어 놓고 지키지 않으면 벌을 주겠다며 으르는 것이 되풀이되고 있다. 참으로 국민을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국민의 일꾼, 머슴이라고 생각한다면 주인인 국민의 말인 토박이말을 잘 살린 법을 만드는 것이 마땅하고 주인인 국민의 말인 토박이말을 살리는 법을 만들어야 일을 잘하는 머슴다운 머슴일 것이다. 그렇게 쉬운 토박이말로 법을 만들어 놓으면 그 법을 잘 지켰나 안 지켰나를 따지는 경찰, 검찰, 법원에서도 절로 국민들이 알기 쉬운 말을 쓰게 될 것이다.
토박이말을 살리는 법은 무엇보다 국어 기본법을 제대로 힘을 쓸 수 있도록 고쳐야 한다. 프랑스의 프랑스어 보호법인 ‘뚜봉법’만큼 좀 세게 만들어서 우리 스스로 우리말을 지키고 이어가기에 함께 힘을 쓰고 우리 토박이말이 우리의 가장 값진 문화재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가 이제까지 챙기지 못해서 설 자리를 잃은 ‘토박이말을 살리는 법(진흥법)’을 만들어 정부,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에서 해야 할 일들을 똑똑히 밝혀 놓아야 한다.
1) 대통령이 손수 챙길 일
-토박이말을 하루 빨리 되살리기 위하여 토박이말 살리기에 관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한다.
-여러 기관 단체의 상황과 여건에 적합한 토박이말 살리기에 필요한 시책을 마련한다.
2) 토박이말 살리기 종합 계획 세우기
- 대통령 직속 토박이말 살리기 위원회를 두고 토박이말 살리기 종합계획을 세워 시행한다.
- 종합 계획에는 토박이말 살리기 목표, 재원 조달, 관리 방안, 토박이말 살리기 기초 연구와 그 밖의 토박이말 살리기에 필요한 사항을 넣는다.
3) ‘토박이말진흥원’ 만들기
- 토박이말 살리기 관련 정책 추진 지원 및 전문 인력의 양성 따위의 일들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토박이말진흥원을 만든다.
- 학회와 협회가 울력해서 토박이말을 바탕으로 한 쉬운 갈말(학술어) 만드는 일을 적극 돕는다.
- 국가 교육과정에서 토박이말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도록 하고, 각급 학교 교과용어를 토박이말로 바꾸는 일을 가장 먼저 하도록 돕는다.
4) '토박이말날' 국가 기념일로 만들기
-토박이말날을 맞아 토박이말을 살리고 일으키는 마음을 되새기도록 한다.
문의 :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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