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관세 올리면 물가 상승·성장세 둔화"
경제 불확실성에 금리 4.25~4.50%로 동결
백악관 "연준, 관세에 잘못된 경제 모델링"
전문가들 "관세 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
미 금리 동결에도 한국은 내릴 가능성 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4.25~4.50%로 동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상황을 더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연준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열린 3차례의 FOMC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동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트럼프 요구 신경 안 써”
연준은 금리를 동결하며 발표한 성명에서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증가했고,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위험이 커졌다는 진단을 내놨다. 이런 논평이 나온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를 일축하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우리의 직무 수행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경제 지표와 전망, 위험 요인 등이 우리가 고려하는 전부다.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좀 더 명확해지길 기다리는 동안 (지금의) 정책 금리가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느끼지 않고 인내하는 게 적절하다. 큰 폭의 관세 인상이 지속된다면 인플레이션 상승, 성장세 둔화, 실업률 증가를 촉발한 가능성이 높다.”
파월 의장은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예감을 묻자 “경제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고 (경제의) 하방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본다.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위험이 모두 상승했지만, 아직 현실화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 “관세 정책과 인플레이션 상관없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외면하고 기준금리를 또 동결한 연준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향해 의사결정이 매번 늦는다는 불만을 토로하며 금리 인하를 계속 압박해왔다.
연합뉴스가 8일 외신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며 “연준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대한 잘못된 경제 모델링을 한 것에 실망스럽다”며 “우리는 매우 강한 고용 지표를 갖고 있으며, 그들이 예측한 인플레이션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맞서는 것은, 조 바이든(전 대통령)이 돈을 찍어내고 지출하면서 20%의 인플레이션을 창출했을 때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그들의 모델이나 정치적 견해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진다”고 비판했다.
해싯 위원장은 “중국과의 관세 전쟁으로 인해 소매업체 매장 진열대가 텅텅 빌 수 있다는 유언비어가 나오고 있지만, 매일 실시간 데이터를 통해 공급 부족 여부를 확인한 결과 그렇지 않다”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에 뭔가를 시도했고, 그게 정말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 좀 더 큰 규모로 많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트럼프 관세 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연준 의견에 더 공감한다. 트럼프 발 관세 전쟁이 경기 침체와 함께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스파르탄 캐피털증권의 피터 카딜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금리 동결에 대해 “스태그플레이션과 관세 발 불확실성에 대해 암시하는 것이다. 예상보다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뉴욕생명투자의 줄리아 헤르만 전략가는 “연준이 경제 성장을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는 건 인플레이션 위험 때문에 제한된다. 인플레이션을 없애려고 미리 금리를 올리는 건 성장 둔화 위험 때문에 어렵다. 스태그플레이션 난제(딜레마)”라고 논평했다.
미국의 공식 경제 지표는 아직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현장에는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부정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7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을 보면 맥도날드 매출이 줄고, 서부 지역 관문인 로스앤젤레스 항에 입항하는 컨테이너선 수가 감소했다. 생활용품업체들은 관세를 반영해 제품값을 속속 인상하고 있다. 이런 불일치를 놓고 시간이 지나면 관세 전쟁의 역효과가 드러날 것으로 보는 의견과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한국, 올해 1분기 역성장…기준금리 내릴 확률 높아
미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은 한국은행이 금리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줄 것이다. 현재로서는 오는 29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내릴 확률이 높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0.2%로 역성장한데다 달러 대비 원화 가격이 상승하고 때문이다. 물론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환율이 다시 오를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은 금리를 내려 경기 침체를 방어해야 할 때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7일 환율 급등과 가계대출 증가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2.75%로 묶어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해외 출장 중에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내린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라.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를 충분히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