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물가 2.1% 올라 넉달 연속 2%대
가공식품·외식 급상승 식비 부담 커져
근원물가도 다시 2%대…기조적 상승
관세 압박·산불은 아직 반영 안됐는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들어 넉 달 연속 2%대를 기록했다. 특히 서민들의 식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물가변동 폭이 큰 식료품·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 지수 상승 폭도 커져, 물가 상승 압박이 다시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6.38(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줄곧 1%대를 유지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1월 2.2%로 올라선 뒤 넉 달째 2%대가 이어졌다.
전체 물가에 파급이 막대한 가공식품의 상승률이 4.1%나 올랐다. 지난달 가공식품의 가격 급등은 전체 물가를 0.35%p 끌어올렸다. 가공식품 상승률은 지난 2023년 12월 4.2%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가공식품 가격이 크게 오른 근본 원인은 고환율이다. 지난해 연말 크게 오른 환율과 유가가 시차를 두고 수입 원자재 가격 등에 반영되고 있다. 식품업계는 이를 이유로 출고가를 대거 인상했다. 다만, 석유류 물가는 최근 국제유가 하락 등 영향으로 1.7% 떨어지며 하락세로 전환했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수산물과 축산물 중심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지면서 1.5% 올랐다. 축산물은 도축 마리수 감소, 수입 돼지고기 상승 영향으로 4.8% 올랐다. 2022년 7월(6.1%) 이후 33개월만에 최대 폭이다. 수산물은 어획량 감소 등 여파로 6.4% 상승했다. 2023년 3월(7.4%)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서비스 물가는 2.4% 상승했다. 이중 공공서비스는 1.3% 상승했다. 사립대학교 납입금 인상(5.2%)이 주된 요인이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실손보험료 인상, 외식 물가 상승세 확대 등 영향으로 3.3% 올랐다. 특히 외식물가는 3.2% 오르며 지난해 3월(3.4%) 이후 13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의 근원물가도 상승 폭이 다시 2%대로 커져 향후 물가 관리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근원물가는 날씨 등 계절 요인에 영향을 받는 농산물, 국제유가 변동에 취약한 석유류 관련 품목을 제외하고 산출하기 때문에 통상 총지수에 비해 등락 폭이 크지 않다. 따라서 근원물가 상승 폭이 커졌다는 것은 물가의 기조적인 상승세를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1% 오르며 7개월 만에 다시 2%대를 기록했다.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도 2.4% 오르며 전달(2.1%) 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근원물가 상승 폭이 전체 소비자물가 지수와 같거나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이 모두 2%대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2일 오전 물가 상황 점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유가 하락, 낮은 수요 압력 등 물가 하방 요인과 높아진 환율 수준 등 상방 요인이 상쇄되고 있다"면서도 "물가가 대체로 안정세에 있지만, 미국 관세정책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밥상 물가를 보여주는 신선식품 지수는 1.9% 하락했다. 2022년 3월(-2.1%)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2.4%로 전달과 같았다.
앞으로 미국 관세 압박과 영남권 대형 산불 등의 영향이 물가에 반영될 경우 물가 관리에 더욱 부담이 줄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농축수산물, 석유류 등 민생과 밀접한 주요 품목의 수급·가격 변동, 유통상황 등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신속히 대응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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