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출신 증권맨에 기자 6명이 3차례 기사화
억울함 대변하며 ‘시대의 의인’인 것처럼 소개
조선일보가 이른바 ‘서울대 출신 증권맨’에 대해 퍼붓는 애정은 실로 눈물겹다. 앞서 내보낸 두 번의 기사로는 아무래도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번에는 취재진을 보강하여 6명이 달려들었다. ‘서부지원 난입 서울대 증권맨 “구경갔다 휘말려”...경찰 “신빙성 없다”’라는 제목으로 2월 26일 자 ‘단독’을 단 기사를 냈다. 가히 특종이라고 이를 정도로 지극한 관심이다. 그가 의심받는 범죄 사실과 사회 파장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신변잡기 기사로 가득 채웠다. 쓰레기 같은 기사를 읽다 보면 그가 시대의 의인은 아닌지 착각할 지경이다.
그가 졸업했다는 서울대의 로고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눈길을 확 끈다. 그대로 옮겨보면 ‘월계관에 펜과 횃불을 놓고, 그 위에 책과 교문 심벌을 배치한 짙은 파란색의 문장(紋章)이다.’ 그래서 어쩌자는 뜻일까? 이렇게 고귀한 대학을 졸업한 이가 그렇게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하고자 함일까? 그렇다면 이런 상대 논리는 어떤가? 김영삼 정부 때 경제관료들, 한덕수 박재윤 이경식 홍재형 한이헌 등 경제부처 61.2%가 서울대 출신이었다. 참 유능하고 선량해서 I.M.F 지원사태를 불렀군요?
60여 명에 이르는 서부지법 침탈 세력은 폭도가 아니라 이 시대의 지성인 집단이라고 말하는 걸까? 대한민국의 근본을 부정하는 범죄 혐의자에게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쏟아붓는 조선일보는 과연 신문이기는 한 것인가? 이 기사가 오히려 조선일보가 지라시에 지나지 않음을 당당히 드러냄은 아닌지 묻는다. 이러니 김건희씨의 조선일보 폐간 발언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 생기는 것이다. 꺼려지지만 6명의 기자가 머리 맞댄 작품이니만치 기사 그대로 전한다.
“지난달 19일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과 함께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에 불만을 품고 서울서부지방법원 청사에 들어간 혐의로 현행범 체포, 이달 초 기소된 서울대 출신 여의도 증권사 임원 A(37)씨가 ‘서부지법에 구경갔다가 붙잡혔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윤석열이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라는 사실은 상식이니 생략할 수 있다. 청사에 ‘들어간’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니 37세 A씨에겐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으리라. 침입, 침범, 난입, 침탈도 아닌 ‘들어간’ 행위로 현행범으로 체포되다니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기사대로라면 법원에 들어갔다고 해서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니 참 억울할 만도 하다.
호기심으로 법원 구경 갔다가 인파에 휘말렸는데 경찰이 오해?
‘동생과 단순 호기심으로 서부지법에 구경 갔다가 인파에 휘말렸는데 경찰 오해로 누명을 썼다’는 A씨의 말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호기심으로 법원에 구경 갔다가 자의와 상관없이 인파에 휘말렸는데 경찰이 오해하여 누명을 썼다는 참으로 탄탄한 주장이다. 역시 서울대 출신은 어딘가 달라도 다르다. 이 정도라면 A씨의 말보다 자랑스런 그의 실명과 사진을 올려줌이 조선일보가 해야 할 막중한 책무 아닌가 한다. 조선일보식 보도에 따르면 문제는 경찰의 오해이고 무고한 서울대 출신 증권맨이 탄압을 받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진 구속 영장 청구 사유에 따르면 그는 불상의 다수 피의자와 건조물을 침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법원 건물 내부에서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경찰관이 보자 그가 도망하려고 몸을 뿌리치는 등 항거해 경찰관 4명이 합세해 검거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A씨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법원 외부 출입문으로 들어간 것이고 자신은 집회와 연관이 없다며 계속 부인한단다. 서울대 출신 증권사 임원의 당당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아니면 보기 드물게 끈끈한 A씨의 형제애를 경찰이 너무 함부로 대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불행하게도 A씨는 법원 건물 침입 사유가 상당하다고 인정되어 구속 영장이 발부되었다. 하필 이번 침탈 사건의 피해자 당사자 격인 서부지방법원이 발부한 것이다. A씨 측은 공정한 판단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했다. 하지만 중앙지법조차 청구를 기각하고 말았다. 동생과 단순 호기심으로 법원 구경을 갔다가 폭도가 아닌 인파에 휘말린 A씨에게 닥치는 가혹한 오해의 연속이다. 하늘도 참으로 무심하시다. A씨에겐 그들의 애절하고도 억울한(?) 사연에 세심히 귀 기울여주는 조선일보가 있으니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가!
법원 침탈 구속 피의자의 좌우명까지 소개해주는 자상함
A씨는 서울대 편입을 위해 잠자는 시간을 줄여 공부했다는 소제목도 눈에 띈다. 대한민국에서 군 복무를 하며 2시까지 영어를 공부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법원 침탈 구속 피의자 A씨의 좌우명까지 소개해주는 자상함을 보니 역시 6명을 동원한 입체 취재의 위력을 새삼 느낀다. A씨가 거주했던 오피스텔과 주거 환경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매사에 진지하지만 편안한 사람이었다는 기사에 법원 침입 난동 폭도들의 모습은 전혀 연결되지 않았다. 다만 후배들에게 ‘어디서든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는 조언을 했다니 그의 행동에 대한 일말의 단서가 보이기도 한다.
언론 종사자들에게 귀감이 될, 3000자가 넘는 기사 작성에 참여한 조선일보 종업원들의 이름은 꼭 밝혀둬야겠다. 두 번 보도로는 모자라 세 번째는 인원까지 보강했다. 구아모, 구동완, 김명진, 김도균, 김혜민, 최하연. 아직도 배가 고픈 듯 구동완, 김도균 종업원은 3월 3일에 ‘서부지법 난동범들, 영치금 넘쳐나고 취업 제의도 받아’라고 썼다.
김건희씨가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을 거는 이유를 알 듯도 싶다. 이들이 전한 A씨의 좌우명으로 맺으려 한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이걸 기사라고 올린 종업원들의 꿈은? 몹시도 궁금하다. 그리하여 다시 조선일보는 폐간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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