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한 달 만에 철회
강남 3구 더해 용산구까지 허가 구역 지정
정부·서울시 냉탕·온탕 정책에 신뢰도 추락
유승민 “서울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시민들도 격앙 “애꿎은 실수요자만 피해”
민주당 “오세훈 대선 욕심에 경거망동”
오세훈 서울시장의 판단 착오로 서울 부동산 시장이 대혼란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12일 잠실·삼성·대치·청담 등 강남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전격 해제했다. 그 뒤 집값이 급등하자 한 달 만에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했다. 이번에는 강남 3구에 더해 용산구를 포함시켰다. 서울시의 오락가락 정책에 해당 지역 주민은 물론 시민들의 불만은 폭발 일보 직전이다. 집값이 급등하면 무주택자는 물론 집을 가지고 있어도 불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세훈, 느닷없는 규제 완화로 집값 불안 부추겨
비교적 안정됐던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한 장본인은 오세훈 시장이다. 그는 강남권 집값이 크게 하락하지도 않았는데도 지난 1월 느닷없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겠다고 발표했고 지난달 실행에 옮겼다. 전문가들은 집값을 자극할 것이라며 만류했으나 오 시장은 충고를 듣지 않고 강행했다. 예상대로 서울 집값은 빠른 속도로 올랐고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규제를 강화해야 했다.
이에 정부와 서울시는 19일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서울시가 규제 완화를 발표한 지 35일 만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전세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금지된다. 정부와 서울시는 부동산 시장 불안을 조기에 가라앉히려고 초강경 대책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는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정책으로 신뢰도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정부, 강남구와 용산구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날 발표된 규제 대상은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 아파트 2200개 단지 40만 가구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은 3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이며, 필요하다면 기간 연장하기로 했다. 이달 24일부터 체결된 아파트 신규 매매계약분부터 적용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특정 구역이나 동이 아닌 구 단위로 한꺼번에 지정했고 서초구 반포동 일대와 용산구 한남동 아파트도 포함됐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토지거래허가제는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집이나 땅을 거래할 때 관할 기초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제다. 주택은 2년간 실거주 목적 매매만 허용한다. 사실상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불안이 계속되면 추가 조치를 내놓겠다고 했다. 풍선효과가 나타나면 마포구와 성동구 등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추가 지정하겠다고도 밝혔다. 혼란을 일으킨 오세훈 시장은 “지난달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이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오 시장의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에 쏟아지는 비난
하지만 오 시장이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강행한 오락가락 정책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지난달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그리고 오늘 정부와 서울시의 재지정, 비상계엄으로 엄중한 시기에 한 달 동안 이게 무슨 난리인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기준금리 인하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데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서울시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것인지…. 이런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 황당하기 그지없다. ”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새로 지정된 송파구 갑을 지역구로 둔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불만을 터뜨렸다. “이게 뭐 하는 건가? 면밀한 점검도 없이 송파의 일부 지역에 적용됐던 토지거래 허가 규제를 풀었다가, 집값이 폭등한 것도 심각한 정책 실패인데, 불과 35일 만에 규제 대상도 아니었던 송파 갑 지역까지 규제 구역으로 묶은 건 주민들로서는 더 환장할 일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 혼란을 키웠고, 그 과정에서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민주당 "오세훈식 경거망동이 부른 촌극"
야당도 오세훈 시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오 시장이 대권 욕심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해 서울 집값을 폭등시키자 정부가 부랴부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서울 부동산이 놀이터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대권 놀음만 계속할 생각이라면 차라리 서울시장직에서 사퇴하라. 서울시장직은 서울시민에 대한 책임이지 대선 출마를 위한 발판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황 대변인은 또 “정부 또한 선제적 조치라는 자기 최면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 지난 1월 오 시장이 해제 검토를 밝혔을 때 선제적 조치가 가능했다. 지금까지 도대체 무엇을 했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이소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번 사태를 언급하며 “오세훈식 경거망동이 부른 촌극”이라며 “서울의 주택정책을 한 달 만에 이랬다저랬다 호떡 장사처럼 뒤집다니 코미디가 따로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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