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언론 헤드라인 장식한 ‘한국사태’

사전통보 받지 못한 미국 한미관계 심히 우려

"계엄령 선포는 쿠데타" 대통령 단독 결정

자유헌정질서 지키겠다며 파괴한 자가당착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상황 전한 뉴욕타임스 4일 온라인 머릿기사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상황 전한 뉴욕타임스 4일 온라인 머릿기사

“한국 대통령, 계엄령 선포 뒤 분노에 직면” “한국의 계엄령, 바이든과 미국 핵심 동맹국을 시험”(<뉴욕타임스>)

“한국 계엄령-그리고 끝났다. 그 다음은? 대통령 윤석열의 경솔하고 예상치 못한 움직임이 한국 민주주의를 시험하다”(<이코노미스트>)

“계엄령 혼란 이후 윤석열 대통령 사임 요구” “한국의 정치적 혼란, 윤석열의 계엄령 유턴 뒤 어떤 일이 벌어질까?”(<가디언>)

“윤 대통령 갑작스런 비상계엄을 선언하게 된 배경, 한국 정계에 무슨 일이 벌어졌나?”(<아사히신문>)

“한국 대통령 비상계엄 선언, 4일 새벽 해제, 군 철수”(<일본경제신문>)

세계 주요 언론매체 헤드라인 장식한 ‘한국사태’

세계의 주요 언론매체들이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과 그 이후의 진행상황을 전한 4일의 머릿기사들 제목이다. ‘한국 사태’, 특히 돌발적이고 극적인 정변을 서방 유력 매체들이 이렇게 1면 머릿기사를 동시에 채운 예를 달리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전통보 받지 못한 미국 한미관계 심히 우려

뉴욕타임스는 지난 수십년 간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의 동맹국 중 하나였다며, 3만 명에 가까운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강력한 권위주의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가 경쟁하는 지역에서 “민주주의의 등대”로 자리잡은 한국에서 일어난 이번 사태로 한미관계가 “수십년 만에 가장 큰 시련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짚었다. 민주주의 대 독재(권위주의체제)를 외교정책의 틀로 삼아 온 바이든은 자신이 주도한 ‘민주주의 정상회의’ 첫 회의 진행을 윤석열에게 맡길 정도로 민주주의 국가의 우월성을 부각시키는 ‘체제 경쟁’에서 한국을 앞장세워 왔는데, 이번 사태로 그 토대가 흔들린 데에 당혹해 하면서 향후 대응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면서 3일 오후 워싱턴의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가 한국사태에 관해 발표한 간결한 성명을 그대로 전했다. “행정부는 R.O.K.(한국) 정부와 접촉하고 있으며, 더 많은 것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면서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미국은 이 발표(윤석열의 비상예업령 선언)에 대해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 우리는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R.O.K.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4일 온라인 머리기사
이코노미스트 4일 온라인 머리기사

대통령의 단독결정, 각료들도 몰라

이코노미스트는 윤석열이 발동 이유에 대한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1980년대 후반 군사독재 정권이 무너진 이후 처음으로 비상 권한을 행사했으나, 즉각적인 반발에 직면했다며, “수천 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가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며 ‘체포하라!’고 외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분위기는 격노와 극도의 충격이 뒤섞인 것이었다. 한 시위자는 ‘윤 씨가 술에 취해서 늦은 밤에 갑자기 발표한 것 같다. 말이 안 된다’며 농담조로 얘기했다. 다른 시위자는 ‘이게 현실인가요?’라고 물었다. 외환시장이 흔들리면서 한국 원화 시세가 달러 대비 최대 3% 하락했다.”

“계엄령 선포는 쿠데타”

이 영국 주간지도 미국 관리들이 3만 명에 가까운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조약 동맹국으로부터 사전 경고를 받지 못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했다. 한국정부 소식통은 “이것은 총사령관의 단독 결정”이라고 했고 “대다수 (정부)직원과 내각 구성원들도 경악(huge surprise)했다.”

밤새도록 윤 씨에 대한 정치적 반대 움직임이 계속됐으며, 민주당은 성명을 통해 계엄령 선포가 “근본적으로 쿠테다”(essentially a coup d’état)라고 지적했다. 여당 국민의힘 대표조차 계엄령 선포에 반대하며 군대와 경찰에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지시를 따르지 말 것”을 촉구했다.

빅터 차 “정권 구하고자 핵폭탄 썼으나 자기몰락 확정”

이코노미스트는 계엄령 선포 직전 서울의 거리시위에서 대통령 탄핵 얘기들이 돌았다면서, 아마도 윤 씨가 선수를 쳐 반대자들에 대해 기선을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윤 씨의 조치는 정상적인 정치활동의 범위를 훨씬 넘어 1960년대와 1970년대 군부 독재시절의 군사 독재자들 전술과 같은 것이어서,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 및 국제연구센터의 빅터 차는 “그(윤석열)가 핵폭탄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윤 씨는 이를 통해 정권을 위기에서 구출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거의 확실하게 자신의 몰락을 확정했다. 그가 사임하지 않으면 국회는 그를 탄핵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앞으로 치를 선거 “민주당이 계속 이길 것”

그럴 경우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고 헌법재판소 판정도 받아야 한다. 몇 달 동안 질질 끌게 될 이 과정에서 임시(권한대행) 대통령 체제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민주당 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 그리하여 서울의 권력 교체는 도널드 트럼프로 미국의 정권이 교체되고 북한이 한층 더 호전적인 자세를 취하게 될 민감한 시기에 외교정책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번의 추악한 사태는 더 큰 분열과 적대감을 조장하면서 한국 민주주의에 심각한 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바로잡는 재정비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계엄선포로 인한 혼란 이후 윤석열 사퇴를 요구하는 서울 소식을 전하고 있는 가디언 4일 머리기사.
계엄선포로 인한 혼란 이후 윤석열 사퇴를 요구하는 서울 소식을 전하고 있는 가디언 4일 머리기사.

서울 시민들 “당혹감과 슬픔”

가디언은 계엄령 선포 이후 서울 상황을 시시각각 실시간으로 전하는 한편, 친위 쿠데타 실패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가디언은 서울 현장에서 취재하는 자사 기자의 말을 인용해 쿠데타 다음날 아침 한국 사람들이 느낀 감정은 “당혹과 슬픔”이었다고 썼다. “군부 독재에 맞서 거리에서 싸운 노년 세대에게 계엄령은 21세기 한국이 아니라 (옛 군사정권 시설의) 독재와 같은 것”이었고 젊은 세대는 “그가 나라의 평판을 망쳤다는 사실에 당혹해 했다. 사람들은 좌절감을 느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그(윤석열)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사람들은 서둘러 탄핵을 하자고 얘기한다. 정계내부에서 윤은 사임 또는 탄핵 요구에 직면해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윤 대통령이 갑작스레 비상계엄 선언한 배경, 한국 정계에 무슨 일 있었나?' 아사히신문 4일 온라인 머리기사
"윤 대통령이 갑작스레 비상계엄 선언한 배경, 한국 정계에 무슨 일 있었나?' 아사히신문 4일 온라인 머리기사

자유헌정질서 지키겠다며 파괴한 자가당착

아사히는 윤 씨가 설마하던 비상수단을 동원하고 나선 것은 “야당의 공세에 밀려,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계엄령 선포 직후에 계엄사령관이 발령한 포고령은 정당 활동과 집회, 시위를 포함한 모든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언론도 통제한다는 내용이었다며, “이것이 (윤 씨가 말한)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한” 행위였단 말인가 하고 물었다.

아사히는 한국에서는 군사독재정권이 오래 이어졌으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끈질긴 싸움과 숱한 희생 끝에 1980년대 후반에 마침내 민주화를 쟁취한 경위가 있다며, 비록 정치는 격렬한 좌우대립에 시달렸지만 대통령 직선을 통한 정권교체가 거듭되면서 민주주의 형태를 지켜 왔다고 했다. 그런데 “윤 씨는 이런 민주화 역사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일까.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겠다’면서 시민들로부터 정치의 자유와 보도의 자유를 박탈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앞으로 야당의 추궁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윤 씨에 비판적인 소리들이 강해질 것이라며, 향후 “정권 행방이 점점 불투명해질 것”이고, 무엇보다 “한국 민주주의에 상처를 입힌 대가는 너무나 클 것”이라고 했다.

증권거래소 정상운영 결정에 주목

닛케이도 서울 상황을 전하면서 출동한 군인들의 원대 복귀와 북한 동향에 특이사항은 없다며 한국증권거래소가 4일 금융파생상픔 시장 등을 정상운영하기로 결정한 사실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날 새벽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정치집회에서 “윤석열을 체포하라!”는 구호가 울려퍼졌다면서, 주변에는 경찰차량들이 교통을 통제하고 있었으나 집회 참가 시민들을 해산시키려는 움직임은 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영화 '서울의 봄' 떠올리게 한 심야의 정치극"

닛케이에 기고한 논평에서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는 이번 사태가 “올해 공개된 영화 ‘서울의 봄’을 떠올리게 하는 희안한 심야의 정치극”이라며 한국의 국가적 자긍심은 경제적 성공과 민주화 덕이 크기 때문에 ‘시대착오적 보수’에 대한 비판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후카카와 교수는 또 이미 이반했지만 병역을 경험하는 젊은 남성들의 보수 지지에 대한 실망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여당 대표 한동훈 씨와 이재명 씨의 악수가 상징적이라고 짚었다.

법률사무소 대표 후쿠이 겐사쿠 변호사는 이번 사태에서 인상적인 점으로, 첫째 명백한 대통령의 쿠데타 실패라는 점, 둘째 분단과 대립만이 첨예회하고 있는 지금 세계의 흐름에 완전히 부합하는 사태라는 점, 그리고 셋째로 그 때문에 유감스럽게도 한국 국내는 물론 일본을 포함한 지역의 정치정세가 더욱 불안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꼽고, 한국 여론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궁금해 했다.

닛케이 선임 논설위원이자 편집위원인 미네기시 히로시 기자는 세계를 놀라게 한 44년만의 비상계엄 사태가 단시간에 막을 내렸다며, 이번 사태를 2027년 임기 말까지 지지기반 약화로 정권이 지리멸렬한 상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윤 씨 쪽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감행한 “건곤일척의 도박”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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