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이언트 스텝으로 금리차 1%P까지 벌어져
이달 24일 올해 마지막 금통위서 인상 여부 주목
물가 등 감안 필요해도 경기둔화 땐 어려움 가중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들어 네 차례 연속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자이언트 스텝이란 기준금리 조정 폭의 기본인 베이비 스텝(0.25%포인트)의 두 배인 빅 스텝(0.5%포인트)를 뛰어 넘어 0.75%포인트를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미 연준은 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준금리를 3.00∼3.25%에서 3.75∼4.00%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올 들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0.75%포인트 인상했음에도 물가상승 추세가 계속되자 전에 없던 강경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제시해 지구촌 금융시장을 긴장시켰다. 파월 의장은 회의 결과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리 인상이 최종적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매우 시기상조”라며 “최종 금리 수준은 지난번 예상한 것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단호하게 답변했다. 지난 9월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나타낸 도표인 점도표에 내년 기준금리가 4.6%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5% 수준에 이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 부담에다 저성장까지 겹친 복합 위기에 맞닥뜨린 우리 경제에 전에 경험하지 못한 찬 바람이 불어올 가능성이 높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경제금융수장들은 4일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열어 미 연준의 연이은 자이언트 스텝이 국내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높였다고 진단하고 적극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가 1%포인트까지 벌어진 것은 처음이어서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금리 격차가 이처럼 벌어지면 국내 자금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거나,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따라서 정황상으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도 불가피하다. 따라서 오는 24일 올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지난달에 이어 다시 빅 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원론적인 대처를 하기에는 국내 경제를 둘러싼 다른 요소들이 만만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생산, 소비, 투자가 함께 줄어드는 이른바 ‘트리플 감소’가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무역수지도 지난 4월부터 7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는 등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흥국생명이 오는 9일로 예정된 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중도상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자금시장 부담을 더하고 있다. 우리 금융당국이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에 대응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즉각 대응하기 어려운 이유다.
금융계와 산업계가 겪을 어려움 못지 않게 서민 가계의 어려움도 예상된다. 최근의 금리 상승 기조가 계속된다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년 8%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따라서 서민들이 의식주 등 필수적인 소비생활에는 최소한의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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