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 해소 대책
정부는 ‘50조원+α’ 은행권엔 '95조원' 공급 계획
5대 금융지주사에 은행채 발행은 묶고 갹출 강요
정부가 극도로 위축된 자금시장의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대책 발표에 여념이 없다.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보증채무 불이행 선언으로 촉발된 채권시장의 경색을 풀어내기 위해서이다. 최근 채권시장에서는 최고 신용등급(AAA) 채권의 미매각이 속출하고, 단기기업어음(CP) 금리가 급등하는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다급한 나머지 추경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50조원+α’ 규모의 시장안정 조치를 발표했다. 이날 정부 대책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돈을 풀어 자금시장의 가뭄을 해소하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50조원은 충분한 규모인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한다는 것인지 등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50조원에 지급보증 규모를 포함한 것인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금융공공기관들의 보증배수는 20배를 넘기도 해서 포함 여부에 따라 실제 자금시장 공급 규모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필요한 기업들이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직접 채권 매입을 추진하기도 하고, 은행 등 금융회사와 공공기관들의 채권 발행을 자제하도록 요구했다. 이들 금융사와 공기업들보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가 시장에서 소화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시장에 채권발행을 추진하는 것은 해당 회사의 신용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회사채를 발행한 한 건설사는 역대급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만 했다. 회사채를 발행하면 높은 금리를 내는 것은 자금조달 규모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50조원+α’의 α의 정체도 불투명하기는 매한가지다. 통상 50조원보다는 크지 않으리라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그러나 1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올해말까지 95조원 규모의 자금을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다짐을 받아냈다. 정부가 발표한 50조원 규모의 2배 가까운 유동성을 은행권에서 공급하도록 했다. 정부가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나서고 있으니 민간에서도 협조하라고 손목을 비튼 셈이다.
이날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고 한국전력 등 공기업과 소상공인·중소기업·대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확대, 특은채·여전채·회사채·기업어음(CP) 및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에 나서는 등 시장 유동성 공급 확대에 73조원, 채권시장안정펀드 및 증권시장안정펀드 참여에 12조원, 지주 그룹 내 계열사 자금공급에 10조원 등 총 95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시중은행들이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안정을 위해 동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은행들도 상황이 만만한 것만은 아니다. 정부로부터 한전채와 더불어 은행채도 발행을 자제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어 자금 조달 경로는 막혀 있기 때문에 이번 95조원 공급을 상당부분은 현금지원보다는 채권 매입 등 간접 지원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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