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미국 추월→2033년 역전→역전 불가
중국 경제부진의 핵심은 부동산 시장 붕괴
“빈집, 중국 14억 전체 인구로도 채울 수 없어”
수요 부족, 그 중에서도 소비수요 부족이 문제
공급에 편중된 정책, 그 결과는 과잉생산· 수출
해법은 사회보장 확충을 통한 소비자 불안 해소
중국의 경제사회가 전기를 맞고 있다. 누구도 안전자산임을 의심하지 않았던 부동산은 거품이 꺼졌고, 일찍이 고도성장을 자랑했던 경기는 오랜 정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력이 줄고, 현역세대의 사회보장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장래에 대한 막막한 불안이 중국인들의 일상을 덮기 시작했다.
<일본경제신문>이 25일 시작한 연재물 ‘전기를 맞은 중국-14억인의 민낯’ 제1편의 도입부 서술이다.
일본의 이른바 ‘좌파’ 월간지로 알려진 <세카이>(세계) 2024년 12월호 특집 ‘보이지 않는 중국’의 주요 기사 ‘중국경제는 일본화하는가-부동산 불황과 과잉생산’의 다음과 같은 서두 부분도 닛케이의 그것과 닮았다.
중국경제는 일본화하는가? 제조업 대국으로 높은 성장을 계속하면서도 부동산 시장 통제에 실패하고, 저출산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재정 적자 확대와 디플레로 고심하고 있다. ‘잃어버린 30년’이라고도 하는 일본의 장기 정체를 중국도 뒤따라가는 것은 아닌가. 이런 시각은 이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최근 몇 년간 중국 부동산시장이 급변하면서 다시 ‘일본화’ 얘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2028년에 미국 추월→2033년에 역전→역전 불가능
공익사단법인 일본경제연구센터(닛케이 센터)는 매년 12월에 2035년까지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성장 전망치를 발표해 왔다.
2020년 12월 전망은 ‘중국의 GDP(국내총생산), 빠르면 2028년에 미국을 추월한다’는 것이었다. 미국경제는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타격을 받았지만, 중국은 엄격한 이동제한으로 조기에 감염 확대를 저지하고 경제 정상화에 착수했다는 배경설명이 있었다.
다음해인 2021년 12월 닛케이 센터 전망은 ‘미국 중국 GDP의 역전 시기는 2033년으로 늦춰졌다’였다. IT(정보기술)업계 등에 대한 중국정부의 통제가 강화되는 등 정책 오류로 인한 불황과 해외와의 마찰, 게다가 인구성장도 끝나간다는 배경설명이 붙었다. 중국 금융당국의 낡은 규제방식을 비판했던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혼쭐이 난 것도 그 무렵이었다.
2022년 12월 닛케이 센터의 전망은 ‘중국은 미국에 역전할 수 없다’였다. 코로나 팬데믹을 완전 봉쇄하겠다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3년이나 이어지면서 얼어붙은 소비자 심리가 일상화됐다. 세계최고라던 코로나 완전봉쇄 정책이 오히려 중국 성장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닛케이 센터는 첨단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의 대중국 규제 강화 등으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한층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경제부진의 핵심은 부동산시장 붕괴
중국 GDP 내지 경제성장 부진의 핵심에 중국 GDP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기간산업’ 부동산업 장기불황이 자리잡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중국 신축 주택의 판매면적은 제로 코로나 정책 3년간 거의 절반으로 줄었고, 재고 물량은 70%나 늘었다. 중국정부가 2020~21년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부동산 거품을 걷어내겠다며 부동산 금융 조이기를 시작하면서 부동산 개발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경영이 일거에 악화되기 시작했다. 돈을 미리 받고 예약판매를 했던 아파트 등 건축공사들이 중단되는 사태가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지난 5월 중국정부는 뒤늦게 돈을 뿌리는 금융완화(금리 인하, 채권 발행 등)와 지방정부를 통한 재고물량 매입 등의 대책을 내놨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빈집을 중국 14억 명 전체인구로도 채울 수 없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부국장을 지낸 이 분야 전문가는 “지금의 빈집은 중국 전체인구 14억명으로도 채울 수 없다”고 했다.
수요 부족, 그 중에서도 소비수요 부족이 문제
월간 세카이는 중국의 장기 불황과 관련해 ‘밸런스시트(대차대조표) 불황’론을 내세워 유명해진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 리처드 쿠의 이론을 인용했다. 만일 기업이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이 일제히 하락할 경우 많은 기업들은 부채-차입금을 줄이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투자수요가 크게 줄면서 경제 전체가 불황에 빠진다는 것이 그 핵심내용이다. 쿠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 부문이 채무(재정 적자)를 확대해서 적극재정에 나서야 한다는 걸 처방전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세카이에 ‘중국경제는 일본화하는가?’를 기고한 현대 중국 전문연구자 가지타니 카이 고베대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교수의 생각은 쿠의 이론에 동의하면서도, 문제는 기업의 투자수요 부족이 아니라 가계의 소비수요 부족이라고 강조하는 점에서 쿠와는 생각을 달리한다.
올해 4월에 공표된 1/4분기 경제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 증가로 예상치를 넘었다. 특히 공업생산 증가액(부가가치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6.1%나 늘어 성장을 견인했다. 하지만 소비(사회소비품 소매 총액)는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 특히 재화 소비는 4.0%에 그쳤다. 공업생산 성장분을 중국 국내 소비수요가 충분히 흡수할 수 없는 상황이 재확인된 것이다.
기업 생산(공급 사이드) 증대에 편중된 중국정부 대책
중국사회는 (국민연금 같은) 공적 연금을 통한 노후 생활보장이 충분하지 못해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아파트 구입이 공적 연금을 대신하는 노후생활 보장수단이 돼 왔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주택 거품이 꺼지자 모든 세대의 소비 마인드가 급속히 얼어붙었고, 지금은 이 추세가 반전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정부가 이에 대해 손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정부는 지난 3월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정부활동 보고 때 리창 총리 연설을 통해 올해 실질경제성장률 목표를 2023년도와 같은 수준인 5%로 잡고 현대적인 산업체계 구축과 “새로운 질의 생산력(新質生産力)” 발전을 가속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리고 적극재정 정책을 유연하게 실시하겠다는 자세를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재정수지 적자를 GDP의 3% 내로 하겠다며 균형재정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자세를 견지했다.
문제는 중국정부의 성장정책이 소비수요 진작이 아니라 투자수요, 즉 생산증대(공급 사이드) 쪽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라고 가지타니 교수는 강조한다.
과소소비는 과잉생산, 과잉수출로
하이테크(첨단 기술) 산업을 통한 이노베이션(혁신) 중시, 재정적자 확대 회피라는 중국정부 활동보고를 보면, ‘중국제조 2025’로 상징되는 ‘이노베이션 구동형 경제성장’을 공급 사이드의 효율화로 실현하겠다는 시진핑 정권의 기본자세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런 자세는 이전부터 강조해 온 것으로, 지난 7월의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도 강조됐다. 시진핑 주석이 내세운 ‘중국식 현대화’를 건국 80주년인 2029년까지 완수하기 위해 신흥산업의 공급능력, 즉 재생에너지로 작동하는 자동차(NEV)와 리튬이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첨단 그린(녹색)기술 산업을 중심으로 한 ‘신질 생산력’ 육성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소비 증대 없는 생산 증대는 과잉생산과 과잉수출로 귀결된다.
중국 경제매체 <재신주간(財新週刊)>에 따르면 2023년 공업부문 기업의 생산설비 가동률은 75.1%로 전년도에 비해 0.5%포인트(p) 내려갔다. 자동차 부품 관련 대기업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자동차 업체 전체 가동률은 2017년에 62%였으나 2023년에는 48%로 내려갔다. 리튬이온 배터리도 가동률이 50% 안팎이고, 태양광 패널은 전 세계 수요의 2.5배나 되는 공급능력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과잉생산이 문제라는 것이다. 과잉생산은 국내 경쟁 격화와 가동률 저하, 그리고 지금 구미사회뿐만 아니라 개도국들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 제품의 과잉수출로 연결된다. 국내 소비가 부진할수록 밀어내기식 수출을 통한 돌파에 더욱 매달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정부 정책이 국내 소비 진작이 아니라 생산설비 혁신과 투자 강화를 통한 생산증대와 이의 해외 수출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과잉생산은 국유기업 중심의 과거 중국경제체제라면 정부의 호령으로 적절한 선에서 통제할 수 있겠지만, 지금 문제가 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신흥산업 부분처럼 민간기업 비중이 커지면 정부 통제가 예전처럼 먹히지 않는다. 해외의 반발로 정부 보조금 지급도 예전처럼 특정 기업에 대해서가 아니라 소비자에 대한 판매를 보조하는 쪽으로 바뀌는 등 달라졌다고 가지타니 교수는 지적한다.
기술 패권경쟁과 얽혀 있는 중국의 압축성장전략
이처럼 중국경제는 지금 부동산시장 붕괴로 수요가 급락하고, 그로 인한 과잉생산능력이 동시에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 일본 쪽 전문가들 시각이다. 중국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요가 부족하다는 근본원인에 대해 인식하고 있고, 금리 인하와 채권 대량 발행을 통한 대규모 금융완화책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정책도 계속 실시해 왔다. IMF(국제통화기금)가 7조 위안의 재정투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고, 중국정부도 국유은행에 대한 공적 자금 투입 등으로 거기에 대응해 왔다. 직접적인 정부 재정 투입은 없었지만, 팽대한 지방정부 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조 위안 투입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문제는 투입된 돈들이 소비수요 충족이 아니라 기업 투자수요, 특히 ‘신질 생산력’이 강조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태양광 등 첨단기술 제품 생산력의 빠른 성장을 위한 공급 사이드 수요 쪽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중국정부의 의도는 명백해 보인다. 단시간 내에 첨단기술 우위를 확보해서 돈 많은(소비력 높은) 부자나라들에 값비싼 제품들을 대량 수출해 근대 이후 벌어진 서방과 중국 경제사회의 격차를 해소하고 서방, 특히 미국을 따라잡고 넘어서겠다는 것이다. 압축성장 전략이다.
중국정부의 금융 투입이 가계의 소비 수요보다 기업 설비투자 수요 쪽에 집중돼 있는 것은 최근 중국 은행들의 대출이 부동산 부문에서 공업 부문으로 급속히 옮겨가는 것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최근 10여 년 계속돼 온 부동산 가격 급등도 국내의 높은 저축률과 소비 수요 정체로 인한 과잉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몰린 결과라는 점에서 일종의 과잉투자의 산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그것이 무너졌고, 최근에는 ‘일대일로’의 경우처럼 과잉생산능력 돌파구를 개도국, 신흥국에서 찾는 정책도 상대국들의 반발 등으로 한계에 봉착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 대안 전략이 바로 신질 생산력을 통한 첨단 제조업 제품을 부자나라들의 ‘선진’ 시장을 대상으로 대량 수출하는 쪽으로의 전환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기술 패권 경쟁과도 밀접하게 얽혀 있는 이런 중국정부 전략을 서방 부자나라들이 그대로 받아들일 리가 없다. 중국 전기자동차에 대한 유럽과 미국의 관세장벽은 트럼프 2.0이 시작되는 내년부터 한층 더 높아질 것이고, 개도국 신흥국 철강산업을 파산상태에 빠뜨리고 있는 중국의 저가 철강제품 ‘과잉수출’ 공세도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해법은 사회보장 확충을 통한 소비자 불안 해소
조심스럽긴 하지만, 일본 전문가들 시각은 대체로, 이대로 가면 중국도 일본 뒤따라 간다 쪽인 것 같다.
가지타니 교수가 제시하는 해법은 다음과 같다.
중국정부가 부동산시장의 소프트 랜딩을 바란다면, 적극적인 재정, 금융 정책을 통해 당분간 지금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면서, 그 사이에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사회불안 확대를 막기 위한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하고 정비해서 국내 소비수요를 증대시킬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과잉생산력은 저축률이 높고 소비가 부진한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공급 사이드의 생산능력 향상에 편중돼 있던 이제까지의 정책 방향을 소비수요를 끌어올리는 쪽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그 구체적인 수단으로 고령자(노년)의 생활을 충실하게 보장해 주고, 교육비의 정부 부담을 확대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는 ‘과잉수출’로 인한 서방과의 알력과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런 처방은 중국처럼 정부가 적극재정이 아닌 균형재정에 매달리고 있고, 부동산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에 따른 전반적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수출에 명운을 걸고 있는 나라, 고령자 빈곤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중 가장 높은 나라 한국에도 유효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도 기본소득제를 검토해 볼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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