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황 속 잇따른 ‘사회에 대한 복수’ 사건들

불평 불만자 색출 저인망 “싹부터 잘라내라”

중국공산당, 반격을 위한 대대적 캠페인 전개

주민 상호 감시 ‘펑차오 경험’ 모델 재가동

11월 29일 베이징의 전통적인 안뜰 주택이 있는 좁은 골목길인 후퉁의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2024.11.29. AFP 연합뉴스
11월 29일 베이징의 전통적인 안뜰 주택이 있는 좁은 골목길인 후퉁의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2024.11.29. AFP 연합뉴스

지난 11일 저녁 중국 남부 광둥성 주하이 시에서 한 남성(62)이 SUV(다목적 스포츠자동차)를 몰고 사람들이 걷거나 달리기를 하는 체육시설 운동장에 들어가 폭주하면서 사람들을 들이받아 35명이 사망하고 43명이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다. 그 남성은 사건현장 인근에서 건축자재 등을 파는 가게 주인인데, 이혼 뒤의 재산분할 문제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재산분할 판결을 내린 곳은 주하이 시 중급 인민법원(지방법원)으로, 사건이 벌어진 체육시설 가까이에 있었다.

잇따른 ‘사회에 대한 복수’ 사건들

사건 다음날인 12일, 시진핑 주석은 신속하게 “사회적 안정을 보호하고” “위험을 근원적으로 통제”하라는 이례적인 지시를 내렸고, 주하이 시 공산당위원회 간부들은 13일 긴급회의를 열고 “(시 주석의) 주요 지시 정신을 받들어 부상자 치료와 사건처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닷새 뒤 동부 도시 우시에서 졸업 뒤의 봉급 수준에 불만을 품은 직업 전문학교 졸업자가 학생들을 흉기로 찔러 8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또 일어났다. 그리고 사흘 뒤에도 중부 후난성 창더의 초등학교 바깥에서 자동차를 몰던 30대 남성이 아이를 기다리던 가족들을 향해 돌진해 여러 사람이 다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앞서 지난 6월에는 장쑤성 쑤저우 시에서 일본학교에 다니던 어린이와 어머니가 스쿨버스를 기다리다가 흉기를 든 남성의 습격을 받았고, 그것을 제지하던 중국인 여성이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사건 뒤 중국 외교부는 ‘우발적인 사건’임을 강조했다.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경찰의 초동 수사 결과 우발적인 사건”이라며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장 안전하다는 중국에서 최근 그런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고, 엄중 단속과 단호한 대처에도 유사 사건 발생 빈도와 피해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달 상하이 대형 마트에서도 흉기 난동사건이 일어났다. 9월에는 선전 시에서 학교 가던 10살짜리 일본인 어린이가 괴한의 습격을 받아 숨졌다. 10월에는 광저우 시에서도 시민 피습사건이 일어났고, 11월에 베이징 중관춘 제3초등학교 교문 앞에서 50세 남성이 어린 학생들 여럿을 다치게 한 칼부림 사건이 일어났다.

 

2022~2024년 중국에서 발생한 시위 건수. 빨간색은 경제적 이유로 발생한 시위, 분홍색은 정치 사회, 기타 이유로 발생한 시위.  경제적 이유로 발생한 시위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코노미스트 11월 28일
2022~2024년 중국에서 발생한 시위 건수. 빨간색은 경제적 이유로 발생한 시위, 분홍색은 정치 사회, 기타 이유로 발생한 시위.  경제적 이유로 발생한 시위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코노미스트 11월 28일

경제난 배경, 분노와 좌절의 중장년 남성들의 폭력

‘사회에 대한 복수’(报复社会)로 알려져 있는 이런 유형의 사건들은 대체로 칼이나 자동차를 흉기로 사용한 중장년 남성들이 저질렀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최근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들 사건 범행자들은 여러 이유로 분노나 절망에 빠져 무고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분풀이하듯 폭력을 휘둘렀다.

왜 이런 일이 자꾸 일어나는가? 많은 사람들이 그 답을 찾고 있고, 일각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이 폭력의 배경에 있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중국공산당, 반격을 위한 대대적 캠페인 전개

중국공산당 그런 류의 얘기를 싫어한다. ‘사회에 대한 복수’는 정치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가 공산당 통치, 시진핑 체제에 대한 의문 제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27일 주하이 시에서 일어난 사건과 관련한 논평에서 시민들에게 “마치 얇은 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높은 수준의 경계를 유지”하라고 촉구했다. 중국 전역의 관리들은 보안조치를 강화하고 잠재적인 문제아들을 파악해서 갈등의 소지를 미리 제거하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부동산 붕괴, 극심한 소비 부진, 제조업 불황

지난 28일 <이코노미스트>는 ‘끓어오르는 불만으로 고통받는 중국’(China suffers eruptions from its simmering discontents)이란 기사를 통해 이 문제를 조명했다.

중국은 언론과 여론조사를 엄격히 통제해 중국사회 내에 얼마나 많은 불만이 싹트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현장의 관리들은 실상과 그 이유를 모를 수 없다. 부동산 시장 붕괴 이후 집값은 폭락했고, 많은 사람이 평생 모은 저축은 사라졌다. 헝다와 비구이위안처럼 잔뜩 빚을 져 파산 상태인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짓다 만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대출 이자는 꼬박꼬박 갚아야 하는데 집은 날아가 버렸다. 소비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제조업체들 파산도 급증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프리덤하우스 자료를 인용해 2024년 3분기에 중국에서 937건의 시위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7% 증가한 수치인데, 대부분은 경제적 불만 때문에 일어났다.

중국의 사회적 불안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젊은층이 특히 취업난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올해 대학과 직업 전문대를 졸업한 사람이 1180만이나 되지만,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다. 많은 고학력자들이 배달업종에 진출해 그 분야의 경쟁이 극심해지고 있다. 실업률은 올해 초 하락세를 보이다가 최근 몇 달 동안 다시 상승했다. 젊은층 중에서 자신들이 중국 역사상 ‘쓰레기 시대’(garbage time)에 살고 있다는 불평이 나오고 있다.

 

2024년 1월~10월 중국의 청년 실업률 월별 추이, 7월 이후 급증했다. 이코노미스트 11월 28일
2024년 1월~10월 중국의 청년 실업률 월별 추이, 7월 이후 급증했다. 이코노미스트 11월 28일

불평 불만자 색출 저인망 “싹부터 잘라내라”

이런 불평 불만을 잠재우고 시 주석이 강조한 사회적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대거 동원되고 있다. 주하이 사건 이후 그것은 과열되고 있다. 지난 21일 왕샤오훙 공안부장은 경찰에 “극단적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검사 및 순찰을 강화하는 ‘겨울 작전’을 시달했다. 이틀 뒤 중국 최고위직 판사는 대중이 “공정성과 정의를 진정으로 느낄 수 있도록” 폭력행위를 엄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의 학교와 보육원들을 경찰차가 지키기 시작했다.

공무원들은 ‘4가지 결핍과 5가지 좌절’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는 안정적 직장이 없는 사람, 결혼하지 못한 사람, 다니던 회사가 파산하거나 엄청난 빚을 진 사람 등이 포함된다. 이런 사람들은 모두 불안정의 잠재적인 원인 제공자로 간주된다. 주하이 시를 관할하는 광둥성 당국은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 감시용 ‘저인망’(dragnet)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19일 최고인민검찰원은 지방정부에 갈등의 징후를 찾아 “싹부터 잘라내라”고 지시했다. 일부 기업은 잠재적 불안정 노동자를 해고하기 전에 두 번 생각해 보라는 요청을 받았다. 북부 내몽골 자치구의 일부 지역 당국은 직원들에게 심리 상담을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주민 상호감시 ‘펑차오 경험’ 모델 재가동

이 캠페인에는 일반 시민들도 동원되고 있다. ‘펑차오 경험’ 모델로 알려진 이 대중 동원은 주민들을 서로 감시하는 방식인데, 마오쩌둥 시대에 도입된 것을 시진핑 주석이 부활시켰다. 펑차오 경험은 1960년대 초 저장성 샤오싱시 펑차오진에서 도입된 사회주의 교육운동이다. “대중을 동원하고, 대중에 의존하며,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현지에서 갈등을 해결한다”는 구호가 그 핵심이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이웃을 주시하며 분쟁의 징후를 살펴야 한다. 동부 푸젠성 관리들은 이웃 간의 말다툼에서 “사랑과 결혼에 대한 다툼”까지 모든 것을 감시하는데 ‘펑차오 경험’이 활용된다.

불안정해지고 있는 중국사회

이렇게 하면 ‘사회에 대한 복수’들을 막을 수 있을까? 캘리포니아 클레어몬트 매케나 대학의 민신 페이 교수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중국 당국이 원하는 만큼 많은 사람을 감시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인용한 정부 문서와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그들은 한 번에 1000만~1500만 명을 감시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엄청난 수인데, 14억 중국인구 중 상당수가 관리들이 잠재적 위험군으로 지정한 범주에 속하는 셈이다.

많은 지방정부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캠페인 진행을 어렵게 만든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무원들에게 제때 봉급도 지불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콩시립대 관계자는 이런 제약들 때문에 내년 초에는 공무원들이 지금과 같은 단속을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캠페인이 중국의 설날(춘절) 축제가 끝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1월 말(29일)의 설날 연휴는 항상 당국이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민감한 시기다.

이코노미스트는 사회적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중국정부의 이런 대중 통제방식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비판가들은 엄격하게 통제되는 중국사회에는 사람들이 좌절을 표출할 압력조절 밸브가 없기 때문에 불만이 쌓인다고 얘기한다.” 상하이 푸단대학 교수인 추 웨이궈는 (주민피습) 사건 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웨이보>에 사려깊은 글을 게시했다. 그는 ‘사회에 대한 복수’ 공격을 가한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밝힐 다른 방법이 없는 걸로 생각한다면서,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더 많은 공개 채널을 여는 것이 해결책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글은 금방 삭제됐다.

이코노미스트는 다음과 같이 기사를 마무리했다. “당 간부들은 여전히 ​​통제를 강화하는 것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통제를 완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확신하는 듯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접근 방식을 서방 정부의 좀 더 불간섭적인 방식과 대조하기를 좋아하는데, 서방 국가들이 종종 혼란스럽다고 그들은 지적한다. 그와 반대로 중국은 늘 안정적 모델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중국 정부는 상황을 그렇게 보지 않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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