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삶과 동떨어진 내년 예산안과 대통령 국정보고

“건전재정도 민생도 모두 잃은 최악의 긴축 예산안”

국방비, 이북 전체 GDP의 1.6배인데도 또 늘려

생명평화운동은 폭력적 긴축과 국방비 증액 반대해야

추상과 관념 아닌 당대의 현실적 실천과제 안고 가야

정범진 (사)생명평화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정범진 (사)생명평화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지난달 27일 대한민국 정부는 2025년 정부 예산안을 발표했고, 이어진 29일 대통령 윤석열은 임기 중 세 번째 국정 보고회를 가졌다. 그런데 현 정부에 대한 낮은 신뢰도와 기대치 때문인지 2025년 예산안과 대통령의 국정보고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느낌이다. 이번 글에서는 이들 발표와 보고를 생명과 평화의 관점에서 간략하게 살펴보고, 현시기 우리 운동이 추상과 관념을 넘어 시대적 과제와 호흡하기 위해 임해야 할 곳이 어디인지 생각해 본다.

2025년 예산 – 부자 감세 민생 긴축, 최대의 국방예산 최악의 긴장

정부는 2024년 8월 27일 2025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2025년 총지출 예산은 전년 대비 3.2%가 증가한 677조 4천억 원이다. 하지만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에서는 “이번 예산안은 건전재정도 민생도 모두 잃은 최악의 긴축 예산안으로서, 정부 스스로 지키지도 못할 재정 준칙(기획재정부가 가지고 있는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 비율 3% 이내’라는 자체 기준) 이행에 가로막혀 취약계층, 영세 자영업자, 서민들의 팍팍한 살림살이를 외면했다”고 혹평했다(참여연대, “[논평] 건전재정도 민생도 없이 긴축한 2025년도 예산안,” 2024년 8월 27일.).

정부가 경상성장률보다 낮은 긴축 예산안을 편성한 것은 세수 감소 때문이고, 세수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부자 감세 정책에 기인한다. 지난해 법인세는 16조 1천억 원이나 감소했다. 세수 부족으로 쓸 돈이 없어 긴축을 하고, 공공지출을 줄이면, 복지 확대나 민생 경제 회복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만 탓할 것도 아니다. 상속세 및 배당소득세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최상위층을 향한 감세 구애에는 여야 구분이 없다. 세입 기반 붕괴와 재정건전성 유지는 양립 불가능하다. 일련의 부자 감세 정책은 경제 민주화, 불평등 해소와는 더더욱 거리가 멀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년 예산안 및 2024~2028 국가재정운용계획에 관해 사전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일 예산실장. 2024.8.27. 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년 예산안 및 2024~2028 국가재정운용계획에 관해 사전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일 예산실장. 2024.8.27. 연합뉴스

반면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3.6%가 증가하여 역대 최대 규모인 61조 6천억 원에 달한다. 방위력 개선비는 18.1조 원으로 전체 국방예산의 29.3%나 된다. 이중 이북에 대한 선제공격과 보복 응징 등을 위한 한국형 3축 체계 사업 예산은 증액을 거듭하여 6조 원을 넘겼다. 실효성에서 의문이 제기되는 장사정포 요격 체계 개발, 선제 타격을 위한 핵심 전력인 F-35A 추가 도입, 참수 작전을 위한 특수작전능력 제고 등의 예산도 대폭 확대되었다.

한국은 국방비만해도 이미 오래전 이북의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고, 현재는 1.6배나 된다. 이러한 엄청난 규모의 비대칭에도 불구하고, 이북의 안보 위협을 핑계로 전쟁 상인의 무기를 끊임없이 사들이는 강고한 ‘군산복합 국방카르텔’은 범죄집단이다. 주먹을 쥐고 악수를 할 수는 없다. 군비 증강은 군비경쟁의 악순환과 전쟁을 부를 뿐이다. 군사비 증액을 멈추고, 취약한 사회안전망 확충과 기후위기 대응 등에 한정된 자원을 돌리기 위한 우리 사회 공론장의 논의가 어느 때보다 시급하고, 절실하다.

 

정부의 내년도 국방 예산안이 60조 원 넘는 규모로 편성됐다. 국방부는 27일 "2025년도 국방 예산을 2024년 대비 3.6% 증가한 61조5천878억 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병사 월급은 병장 기준 150만 원으로 인상되고, 자산형성 프로그램인 병 내일준비지원금이 55만 원으로 올라 둘을 합하면 한 달 205만 원이 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역. 2024.8.27. 연합뉴스
정부의 내년도 국방 예산안이 60조 원 넘는 규모로 편성됐다. 국방부는 27일 "2025년도 국방 예산을 2024년 대비 3.6% 증가한 61조5천878억 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병사 월급은 병장 기준 150만 원으로 인상되고, 자산형성 프로그램인 병 내일준비지원금이 55만 원으로 올라 둘을 합하면 한 달 205만 원이 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역. 2024.8.27. 연합뉴스

시민의 삶과 동떨어진 국정보고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은 2024년 8월 29일 취임 후 세 번째 대 국민 국정 보고를 했다. 이번 국정 보고는 보수언론에서도 시각차를 보일 정도였다. 조선일보는 “연금·의료·교육·노동 등 4대 분야에 대한 개혁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해석했다(조선일보, “[전문] 尹(윤) 대통령, 국정브리핑… 4대 개혁 의지 재확인,” 2024년 8월 29일.) 하지만 중앙일보는 “대통령의 상황 인식, 민심과는 거리가 멀다(2024년 8월 30일)”를, 경향신문은 “‘뉴라이트‧채상병’ 궤변 연발한 윤 대통령, 국민이 바보인가”라는 격한 제목의 의견 기사를 내보냈다.

연설은 역대 최악의 무더위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되었지만, 정작 1만 1288자에 달하는 보고문 전문에 기후 위기에 대한 국가적 대응은 한 구절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지난 7월 17일 24조 원 규모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을 자랑하고, 본인이 곧 체코를 방문해서, 최종 계약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직접 챙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가 적자 수주 논란이나 원자력 에너지의 위험성과 반생태성은 애초에 고려 대상도 아니었다. 125분 내내 자신의 국정 수행 성과에 대한 자화자찬으로 일관한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총선 패배 후 민심을 따르겠다던 것과도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다.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 등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4일 오후 삼척시청 앞에서 전국 석탄발전소의 조속하고 단계적인 폐쇄 등을 촉구하는 정의로운 탈석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9.4.연합뉴스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 등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4일 오후 삼척시청 앞에서 전국 석탄발전소의 조속하고 단계적인 폐쇄 등을 촉구하는 정의로운 탈석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9.4.연합뉴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LH 수도권 공공주택 자산보유실태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9.5. 연합뉴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LH 수도권 공공주택 자산보유실태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9.5. 연합뉴스

운동의 불철저한 인식과 대응이 오늘의 반동을 낳아

국정 최고 책임자의 유체 이탈 화법이나 대중의 인식과 동떨어진 상황 판단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이런 그릇된 인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교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달나라 태생 대통령 윤석열의 목에 방울을 달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정권 안에서도, 정권 밖에서도 여기에 대한 정확한 비판과 제대로 된 대응은 없다.

정권 내부 상황은 처참하다. 최소한의 식견과 양식을 갖춘 보수는 다 쫓겨나고, 대통령 주변은 자기 권력만 추구하는 세력이 자리를 잡았다. 그들이 뉴라이트다. 뉴라이트는 권력욕에 눈먼 이데올로그들의 집합체로서 기회주의, 이기주의, 물신주의 그 자체다. 한국사회의 생명평화적 재구성에 아무런 전략적 사고를 갖지 못한 대통령과 그들이 결합한 최악의 조합 왕국이 구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권 외부, 야당과 시민사회를 비롯한 우리 운동의 잘못된 대처가 이들의 결합을 가져왔다는 데 있다.

김대중‧노무현의 실패는 이명박과 박근혜를 낳았고, 문재인의 반동은 윤석열을 불러냈다. 시대적 소명에 대한 주체의 불철저한 인식과 대처는 혹독한 시련으로 다가올 뿐이다. 본래 민주정이란 그렇게 취약한 것이다. 국민이든, 시민이든, 백성이든, 민중이든, 인민이든 호명된 이름이 무엇이건 간에 역사 속에서 대중이 보여준 모습은 하나의 정체성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흔들리는 존재였다(김경일, 민중은 이야기한다: 20세기 한국 민중 서사,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24). 이 혼란스럽고 흔들리는 존재와 함께 고뇌하고, 시대의 모순과 고통이 있는 곳을 직시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을 고민하는 것이 운동이다.

현재의 정치는 대중의 탐욕을 자극하고, 이에 편승하여 자신이 다수가 되어 권력을 차지하고자 한다. 운동은 그 탐욕이 허상이고, 결코 실현될 수 없으며, 탐욕을 위해 내달리면 모두가 죽는다고 말해야 한다. 그러나 생명평화운동은 그렇게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않았다. 그것이 오늘의 괴물과 비극을 잉태한 근본적 원인이다.

제도정치는 자신들에게 협력적인 운동 주체들에게는 권력의 지분을 나눠주었다. 공동체의 생명평화적 재구성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눈감고, 살짝 비켜섰을 때 찾아온 작은 권력의 향유는 달콤했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에 대한 비판과 성찰은 사라졌으며, 대안 사회와 해방 논의는 불편하다. 계급 투쟁‧반제국주의 투쟁도 사라졌다. 이북이라는 반쪽은 있는 듯 없는 존재가 되었다. 보수 야당의 명분 확보와 이미지 세탁에는 연대라는 이름으로 최대한의 전문성을 발휘하며 기여한다. 진보정당에는 생존 가능성과 분열의 책임을 묻기까지 한다. 정권 교체가 지상 최대의 목표가 되었다. 해를 거듭해 가며 광장에서 촛불시위가 윤석열 퇴진을 외치지만, 윤석열 다음이 보이지 않는 정치적 전망에 대중의 반응은 갈수록 싸늘하다. 이것은 제도정치에 대한 불신이자 우리 운동에 대한 불신의 결과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첨단기술과 문화로 미래를 디자인하는 광주'를 주제로 열린 스물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4.9.5.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첨단기술과 문화로 미래를 디자인하는 광주'를 주제로 열린 스물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4.9.5. 연합뉴스

퇴행은 저지하고, 희망은 만든다

한 가닥 믿음으로 ‘애국 소녀’ 남아름 감독은 586 아버지 세대에게 당부한다. “자신을 향한 비판을 이해하고 감당할 수 있는 어른이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한겨레신문, “‘애국 소녀’, 진보 엘리트 부모에 반기를 들다,” 2024년 8월 22일.)

가난한 사람에게 긴축재정은 폭력이다. 전쟁은 최악의 폭력이다. 탐욕과 무한성장은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는 폭력이다. 부자 감세를 멈추라고, 긴축예산을 폐기하라고, 국방비 증액은 멈추고, 남북은 대화에 나서라고, 지금 당장 이 모든 폭력을 멈추라고 말해야 한다.

운동은 시대가 요구하는 현실적 실천 과제를 안고 나아가야 한다. 지금 생명평화운동의 인식과 실천은 우리 시대의 가장 낮고 어두운 곳의 사회적 약자들, 소수자, 여성, 이주노동자, 미래세대, 비인간 존재에게로 확장 중이다. 핵심은 불평등 해소다. 생명의 위기는 평등하지 않으며, 평화는 불평등에 의해 파괴된다.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성장이 불가능함을 깨닫고, 작은 빵을 민주적으로 나누는 훈련과 실천을 해야 한다. 그런 눈 밝은 사람을 찾고, 함께 하는 일, 퇴행은 저지하고 희망을 만드는 길에 우리 운동이 자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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