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수사받을 테니 한동훈, 특검법 발의하라"
김규현 변호사도 "굳이 하겠다면 감수하겠다"
제보공작 의혹 역공 했다가 난처해진 한동훈
민주당의 조건없는 수용에 슬그머니 발 빼기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제3자 특검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한 대표가 소위 '제보공작 의혹까지 포함하자'면서 역제안으로 응수했지만, 오히려 제 발등을 찍은 격이 됐다.
국민의힘이 제기한 이른바 '제보의혹' 당사자 중 한 명인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발 말만 하지 말고, 집권여당 대표 답게 법안을 발의하시기 바란다"며 "사전 모의든, 사후 모의든, 제보조작이든 제보실수든 다 포함시켜서 특검법을 발의해 달라"고 말했다. 본인에게 제기된 제보공작 의혹을 포함한 특검법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이다.
장 의원은 본인을 포함해 제보공작 의혹을 제기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로비의혹 당사자인 블랙펄인스베스트 이종호 전 대표, 전직 청와대 경호처 간부 송호종 씨, 조병노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관련자인 수원남부경찰서 최동식 부속실장, 공익신고자 김규현 변호사 등 '멋쟁 해병 카카오톡 단체방 5인'을 전부 수사대상에 넣어 달라며, "삼부토건 투자 여부까지 다 수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른바 제보공작 의혹은 '친윤' 권성동 의원이 제기한 것으로,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을 제보한 김규현 변호사가 민주당과 유착해 전직 해병대 출신들의 카카오톡 단체방 채팅 내용과 통화 내용을 폭로했다는 주장이다. 권 의원은 그 증거로 김 변호사와 장 의원이 통화했다는 사실을 지목하고 있다. 야당에선 구명 로비 의혹 당사자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의 방탄을 위한 '물타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16일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관훈토론회에서 한 대표의 '제3자 추천안'도 수용할 수 있다고 하자, 입장문을 내고 "최근 드러난 소위 '제보 공작'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의 당 내외 의견을 반영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면서 역공을 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장 의원이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장 의원의 이같은 입장과 관련, "민주당은 진실을 밝힌다는 대전제가 있다면 어떤 방식도 열어놓고 협의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 입장에선 난처한 상황이다. 또다른 당사자인 김규현 변호사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제보공작 수사를) 굳이 꼭 하겠다고 한다면 제 입장에서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저는 어떤 식으로 해도 좋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다만 제가 걱정이 되는 것은 결국 제보공작까지 포함시키겠다는 발언이 진정성 있는 발언이 아니라, 사안의 본질을 흐리려고 하는 물타기 의도가 다분하다고 생각한다"며 "본질이 가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이재명 대표와 한 대표의 회담에서도 채 해병 특검법을 의제로 내세울 예정이다. 다만 한 대표가 자신이 제안한 특검법안을 수용할지 의문이다. 한 대표는 전날에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회담 의제로 채 해병 특검법을 내세운 것과 관련, "그 진의가 뭔지 여러 생각이 있을 것 같다"면서 "특히 열흘이니 하며 뜬금없이 시한을 거는 것은 본인들 입장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원래 특검은 공수처와 경찰에서 수사하면 결과를 보고 하는 것이 정석"이라며, 본인이 제안한 조건들을 민주당이 전격적으로 수용하자 미리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 대표가 민주당의 제안에 '뜬금없다'며 발을 빼는 것은 특검법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대통령실과 친윤계 눈치를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가 강조한 수평적 당정관계가 아닌 수직적 관계가 여전히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친한파로 분류되는 장동혁 수석최고위원이 민주당을 향해 "제3자 특검안을 수용하고 정쟁국회를 민생국회로 돌려놓을 진정성이 있다면, 이미 제출된 위헌적인 특검안을 철회하고, 더 이상의 특검법 발의와 탄핵 청문회를 중단하겠다는 선언부터 하는 것이 순서"라며, 또다른 조건을 붙이는 것 역시 이러한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조건없는 채 해병 특검법 추진과 동시에 국정조사까지 압박하면서 고삐를 더욱 거세게 당기는 모습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새로운미래,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6당은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와 함께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로 사건 발생 1년이 넘도록 우리는 그날의 진실에 다가서지 못하고 있으며, 주요 증거 또한 사라지고 있다"면서 "국회가 국정조사를 조속히 실시해 증거 확보와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 6당과 시민단체들은 "밝혀져야 할 의혹만 24개가 넘으며, 소환돼야 할 주요 관련자도 134명에 이른다"며 국정조사 계획 수립 촉구 의견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향해 "더 이상 대통령 지키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지금 당장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진상규명에 동참하라"며 "대통령의 특검법 무력화에 부역한 것도 모자라 국정조사까지 방해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또 다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든다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국민의 분노는 이미 임계치를 넘어섰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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