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개선안 발표 9월 6일 계약부터 적용

할인·할증제도 도입…보험사 인수조건 완화

중복보험 해소, 전용보험 도입 등 핵심 빠져

이득신 작가 "인당 보험 전환해 생계 도와야"

다음달부터 사고 이력이 있는 대리기사도 할증된 보험료를 내면 대리운전자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대리기사 단체 등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대리기사 인당 단일보험 등은 여전히 반영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12일 사고 건수별 할인·할증제 적용과 보험사의 인수 기준 완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대리운전자보험 개선안을 마련해 오는 9월 6일 계약분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현행 대리운전자보험의 규정은 1년에 2회, 또는 2년에 3회 이상 사고 이력이 있는 대리기사에게는 보험 갱신을 제한해 왔다.

이날 금감원이 내놓은 '대리운전자보험 개선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대리운전자별로 직전 3년 및 최근 1년간 사고 건수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부과한다. 무사고 기사는 무사고 기간(최대 3년)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하고, 사고 이력이 많으면 사고 건수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해 할증한다.

대리운전자보험의 최대 할인·할증 폭은 -11.1∼45.9%로 개인용(-10.9∼65.5%)에 비해 할인 폭은 크고 할증 폭은 낮게 설정됐다. 과실 비율이 50% 미만인 사고 1건은 직전 1년 사고 건수에서는 제외하고 3년 사고 건수로만 반영해 할증 폭을 최소화한다. 태풍·홍수로 인한 자기차량손해 사고 등 과실이 없는 사고는 사고 건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지난 7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대리운전보험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2024.7.25. 연합뉴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지난 7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대리운전보험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2024.7.25. 연합뉴스

이와 함께 보험사의 대리운전자보험 인수기준을 완화해 사고 이력이 있는 대리운전기사의 보험 가입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는 3년간 3건 이상 사고 시 가입 거절이었다면, 앞으로는 거절 기준을 3년 내 5건 이상 사고 등으로 완화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사고 이력이 있는 대리운전기사도 합리적인 보험료를 부담하고 보험에 가입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무사고에 따른 보험료 할인도 가능해져 안전 운전 유인이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등 대리기사 관련 단체들이 요구해 온 대리운전자 전용보험이나 기사당 단일보험 도입을 통한 중복보험 부담 해소 등은 이번 개선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지난 7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대리운전보험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2024.7.25. 연합뉴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지난 7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대리운전보험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2024.7.25. 연합뉴스

현재 대리운전기사들은 충분한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러 회사에 소속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각 회사가 운영하거나 요구하는 보험에 중복으로 가입할 수 밖에 형편이다. 대리기사들은 ‘단체보험’을 요구하는 회사에게는 관리비 명목으로 실제 보험료보다 많은 돈을 내거나 ‘건당 보험’ 적용시 받는 콜마다 일정 요금을 내야한다.

대리기사 단체들은 자가용 운전자들에게 적용되는 단일보험을 대리운전자보험에도 도입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1명의 기사가 여러 회사에서 일감을 받더라도 하나의 보험 가입으로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말이다. 현행처럼 대리기사들에게 중복보험을 요구해 대리운전회사와 보험회사가 이익을 공유하는 폐해를 없애자는 취지다.  ☞ 대리기사 주머니를 이중으로 털어가는 회사들

대리운전자 전용보험제도 도입 요구도 지속되고 있다. 택시의 경우처럼 택시운송사업법을 근거로 한 택시공제조합처럼 대리운전공제조합을 만들어 전용보험을 도입하자는 말이다.

<시민언론 민들레>에 스스로 대리기사로 일하며 겪는 사연을 담은 [플랫폼의 노예들 : 대리기사 이야기]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는 이득신 작가는 이날 발표된 대리운전자보험 개선안에 대해 "사고 이력 운전자에 대한 가입 허용 이외에 거의 반영된 게 없다"고 평가절하하면서 "대리운전자보험을 인당 보험형태로 전환해 대리기사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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