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무엇이, 누가, 군복을 모욕하는가

청문회서 진상 따지는 야당 의원들인가

숨기고, 빠져나가고, 따돌리는 자들인가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드디어 조선일보가 돌아왔다. 채 해병 순직 사건에 대한 대통령실과 관련 지휘관들의 끝모르는 거짓말에 지쳐가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서늘한 죽비 소리다. 불평부당을 사시로 하는 조선일보가 군인을 향한 모욕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정론직필을 향한 당찬 선언이다. 스스로 할 말을 하는 신문을 자임하기에 정권 아니 역사의 변곡점이 될 중차대한 시기에 내리는 고뇌에 찬 결단이다.

조선일보는 7월 2일 ‘군복을 모욕하지 말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기고자는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장이며 예비역 육군대장인 임충빈 씨이다. 대장까지 승진했던 사람이기에 군복에 대하여 특별한 애정을 가졌으리라고 누구든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앞서 조선일보가 사설과 기사를 통해 주장했던 군복 모욕 주장과 맥락이 정확히 일치하기에 평소 조선일보 주장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사람으로 의견을 써보고자 한다. 

 

나는 1980년 초반에 사병으로 자랑스럽게 군 복무를 완수했다. 어리숙(?)하게도 군에 간다는 일에 대해 조금도 거부감을 갖지 않았다. 더구나 그토록 사랑하는 아이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에도 군 복무는 대한민국의 남자로 마땅히 해야 할 일로 생각하며 아이들과 눈물 바람을 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군 생활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으나 그럭저럭 견딜만한 일이었다. 다만 군 문화의 부정적인 기운들이 스며들지 않도록 극도로 애썼지만 나도 모르게 못된 버릇을 보였던 적도 있음이 아직도 부끄럽다.

최근 해병대 채상병의 순직 사건과 그 수사에 대한 언론 보도가 연일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마침내 대통령실을 넘어 김건희 여사 연루설까지 등장하는 지경이 되었다. 국회 국방위에서 질의 과정을 통해 드러난 내용을 받은 언론사의 심층 취재를 통해 하나둘씩 가려져 있던 사실이 드러나는 것이다. 정작 조선일보는 거의 함구하고 있었지만 여타 언론이 경쟁적으로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결국 군복을 모욕하는 세력이 누구인지가 실체가 폭로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하여 일차 조사를 맡았던 해병대 수사단장이 항명죄를 저질렀다는 군의 입장은 참으로 충격이었다. 전시도 아닌 평시에 항명죄라는 어마어마한 죄를 지었다고 하여 궁금하던 차에 사건 내용이 알려질수록 항명이라는 죄명에 갸우뚱하게 한다. 상관의 명령을 거역한 죄를 항명죄라고 한다. 군이라는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상관의 명령은 ‘정당해야 하고’, 정당한 명령은 마땅히 따라야 한다.

그러나 언론이 전하는 내용을 보면 상관의 명령이 '정당하지 않았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대통령의 격노설에 대하여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서로 다른 진술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 여당이나 대통령실에서 엇갈리는 변명이 나오고 있는 점은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특징이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정당한 명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고인이 된 채상병을 비롯한 군복을 입은 모든 군인들은 소중한 국민이다. 

 

위의 조선일보 사설('완장 찬 듯한 정청래 위원장의 군복 모욕과 조롱', 6.28)과 기고문(‘군복을 모욕하지 말라’, 7.2)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국회 국방위 청문회 과정에서 보인 야당 국회의원들의 태도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 군인은 국가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에 걸맞은 명예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말도 동의한다. 그러나 부하의 순직에 대한 진상 조사 과정에서 거짓말을 하는 군복을 위하여 한가하게 명예 타령을 할 수는 없다.

명예는 스스로 지켜낼 때 타인들도 존중할 수 있다. 조선일보는 이렇게 모욕당한 군인이 돌아가 부대를 어떻게 지휘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한다. 마찬가지다. 국민들 앞에서 일신의 영달을 위해 비굴하게 거짓말을 늘어놓는 군인이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루속히 특검을 통해 철저한 수사를 하고 진상 파악 후에 필요한 명예를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

외국의 사례를 들며 군을 제대로 존중하지 않는 문화에 대해 개탄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군과 관련된 불행한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불법적인 쿠데타를 통하여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곤두박질쳤다. 특히 자국민을 무차별 살상한 전두환 일당의 폭거로 군에 대한 불신은 극도에 달했다. 당시 조선일보의 보도도 군복을 입은 군인들에 신뢰와 명예를 끝없이 실추시키는 데 한몫을 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제 스스로 물어보자. 무엇이 군복에 대한 모욕이며 누가 군복을 모욕하고 있는가? 군복을 입은 채로 군복을 입은 부하 병사의 죽음의 진상을 숨겨가며 자신은 책임이 없음을 애써 강조하고 있는 자들은 아닌가? 부하의 죽음에 대하여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을 따돌리며 자신들만의 거짓공동체를 지키려는 자들은 아닌가? 그들의 철옹성을 깨기 위해 다소 무리수를 던져가며 진실을 찾아내려는 국회의원들인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던질 각오를 하는 진정한 군복에 대한 모욕을 당장 멈춰라, 조선일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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