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반성 없이 증오·편가르기로 100년된 신문

언론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실을 추구하며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언론인들은 무도한 권력과 마주 서며 사회 정의가 유린당하고 있는 현장에서 싸워나갈 비상한 각오를 해야 한다. 또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실을 보도하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자신를 돌아보아야 한다. 언론 자유는 언론인에게 주어진 특권이 아니라 국민이 위임한 엄숙한 권리임을 항상 되새겨야 하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1월24일 엑스포 개최지 선정 4일 전에 “49대 51까지 쫓아왔다...2차 투표서 사우디에 역전 노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실제는 알려진 것처럼 29대 119로 완패했고, 언론 보도에서는 ‘졌잘싸’의 결과로 ‘석패’를 했다.

최근 조선일보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암살 시도 사건을 보도한 기사의 제목을 “종이왕관 쓰고 웃으며 다가가 순식간에 목을 푹”에서 “출혈량이 적으며, 목 부위 1cm 열상으로 경상 추정”으로 갈아탔다. 대테러 종합상황실이라는 믿음직한 취재원을 바탕으로 했으니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인 보도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이 두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느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조선일보라는 부패한 언론문화에 익숙한 기자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자신들이 발로 뛰며 취재하기보다 믿을 만한 취재원이 주는 내용을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면 취재원에 따질 일이지 자신들에게는 전혀 잘못이 없다며 억울해할 수도 있다. 이 또한 자신들이 최고라고 하는 신문 조선일보다운 당당한 태도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믿음직한 취재원이 제공한 내용이더라도 상식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최소한이라도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상식이다. 49:51과 29:119라는 엑스포 결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렇다면 취재원에게 사기를 당하거나 아니면 취재원이 원하는 기사를 작성하지 않았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표 암살 미수 사건 보도에서도 ‘열상’ ‘경상’이란 표현은 사실과 너무나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아무리 대테러종합상황실이라는 믿음직한 국가 기관의 발표라 할지라도 한 번쯤은 의심했어야 마땅하다. 받아쓰기에 순치되어 불치의 수준에 이른 얄팍한 계산이 음흉한 속셈과 결합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두 경우 모두 오보임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렇다면 독자에게 사과하고 후속 취재를 통해 그런 오보가 왜 나오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것이 언론인의 마땅한 태도다. 언론인이기를 포기한 것인가? 사실 보도를 통해 바른 여론 조성에 앞장서야 할 언론인의 자세를 되새겨 보기 바란다.

조선일보는 지난 2020년 6월 1일 ‘100년 거짓 역사’에 비추어 파격적인 약속을 내놓았다. “오보로 현실을 중대하게 왜곡하거나 타인의 명예에 상처를 입힌 경우 잘못을 바로잡고 사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보를 낸 경위까지 밝히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 신문은 선언문에서 “조선일보는 거짓에 맞서 팩트를 추구하고 진실을 수호하면서 100년을 이어왔다”면서 “같은 원칙에 따라 언론은 사실과 다른 보도를 했을 때 이를 신속히 바로잡을 의무가 있다. 1일부터 ‘바로잡습니다’ 코너를 다음과 같은 원칙에 따라 종합면(A2면)에 게재한다”고 밝혔다.

이 선언을 보면 조선일보가 마치 정론직필의 참 언론의 모습인 것처럼 착각을 하게 한다. 하지만 지난 100년 동안 권력에 철저히 비위를 맞추며 우리 사회 온갖 분열과 갈등의 중심에 있던 지난 과오에 대해 그 어떤 반성도 하지 않은 채 밝힌 이 다짐은 공허하기 짝이 없다. 지난 100년에 대한 사과와 반성 없이 “거짓에 맞서 팩트를 추구하고 진실을 수호하면서 100년을 이어왔다”는 말은 뻔뻔한 거짓말일 뿐이다.

조선일보는 이 선언을 발표한 뒤 본질과 전혀 관계없는 오자·탈자 등을 바로잡는 시늉만 내며 생색을 내왔다. 그러나 곧 자신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냈다. 조국 전 장관에 관해 입에 올리기도 부끄러운 악랄한 왜곡보도를 했다. 양회동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분신방조·유서대필이라는 악의적인 오보를 내고도 제대로 반성이나 사과하지 않았다.

조선일보의 100년은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증오·편견의 편가르기에 혈안이 된 100년이었을 뿐, 팩트를 추구하고 진실을 수호한 100년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도 허위와 과장, 선동으로 민족 간의 대결을 부추기는 가짜뉴스를 남발하면서 전쟁 위기를 조성하고 있지 않은가? 조선일보가 과거를 반성하고 사과하고 왜곡과 오보를 바로잡겠다는 선언을 지키는 유일한 길은 스스로 언론사라는 간판을 내려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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