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아류' 집권당 당권주자, 그들만의 4파전
한동훈, 특검 반대하다 돌연 '제삼자' 방안 꺼내
'스모킹 건' 통신 기록 보존 기간 다 돼 서둘러야
'대표 취임 뒤 발의' 극히 한가하고 막연한 구상
윤석열 임명 조희대 대법원장이 '공정한 제삼자'?
원세훈‧박근혜 무죄 소수의견 등 보수 편향 뚜렷
소추-심판기관 분리 원칙 위배 '규문주의' 시비도
민주당 법안처럼 대한변협이 추천하면 문제없어
국민의힘 당 대표 쟁탈전이 4파전이라고는 하지만 당권주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나경원 의원, 윤상현 의원은 모두 수구보수 또는 극우에 가까운 정체성을 가진 인물들이고 저마다 "야당의 탄핵 공세를 앞장서 막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한다는 점에서 서로 큰 차이점은 없다. 예컨대 국민 여론이 압도적 지지를 보내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이들은 하나같이 결사반대를 천명하고 있어 '윤석열의 아류'이자 검찰독재정권의 일원이라는 점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특검은 수사 잘못되면 하는 것" 반대하다 돌연 입장 선회
진정성에 의구심…해병대 예비역 연대 "총선 땐 쌩까더니"
그중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집권여당에 사상 초유의 대패를 안겨줬음에도 명분 없는 복귀를 감행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특히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다른 주자들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 주목받는 중이다. 본인이 차기 대표가 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종결 여부와 무관하게 대법원장 같은 '제삼자'가 특검을 고르는 내용의 채 상병 특검법안을 여당에서 발의하도록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선 공수처 수사, 후 특검'이라는 기존 국민의힘 주장에서는 다소 진전된 것이지만 한 전 위원장 또한 총선 전엔 "특검은 수사가 잘못되거나 부족한 점이 드러날 때 하는 것"이라며 반대했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의 배경을 두고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일례로 해병대 예비역 연대 정원철 회장은 24일 "한 전 위원장에게 총선 당시 특검 요구를 세 번 했지만 '쌩까고' 가버렸다"며 "진정성이 있다면 지금 당장 국민의힘에서 수정안을 내 채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진실을 규명해달라"고 말했다.
"반윤(反尹) 넘어 절윤(絕尹)"…당선될지, 발의 가능할지 미지수
'스모킹 건'인 통신 기록, 보존 기간 1년 얼마 안 남아 서둘러야
한 전 위원장의 돌연한 입장 선회엔 결국 특검 도입을 지연시키고 사실상 무력화하려는 꼼수가 숨어 있다는 게 야권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정성호 의원처럼 "받아들여도 좋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의미가 있고 진일보한 것"이라는 반응도 없진 않지만 극소수이고, 현재로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한 전 위원장의 방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구체적으로 '한동훈표 채상병 특검법'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무엇보다 특검 도입 시기가 마냥 지체될 수 있다. 한동훈 전 위원장은 "당 대표가 되면 진실 규명을 할 수 있는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하는데,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7월 23일에야 열린다. 한 전 위원장이 출마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하자 윤 대통령은 "잘 해봐라" 하고 끊었다고 하고, 대통령실은 "반윤(反尹) 수준을 넘어 절윤(絕尹)"이라고 대놓고 맹렬한 적의를 보이는 상황에서 한 전 위원장이 과연 당 대표에 당선될지부터 미지수다. 당선된다고 해도 원외 인사인 그가 '친윤' 세력이 주축인 원내를 지휘해 채 상병 특검법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실제 발의를 하기까지 또 얼마나 시일이 소요될지도 알 수 없다.
채 상병 순직 1주기는 7월 19일이다.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의 '스모킹 건'인 대통령실과 국방부, 해병대 사령부, 경북경찰청 간의 전화 통화는 지난해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에 집중돼 있다. 이동통신사가 통신 기록을 보존하는 기간은 1년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채 상병 순직 1주기 전에 특검법을 처리하려고 하는 것이다. 6월 임시국회 회기는 다음 달 4일까지인데,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고 이후 재표결할 시간까지 감안해 민주당은 이번 회기 내에 특검법을 1차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와 비교해 한동훈 전 위원장의 '대표 취임 뒤 발의' 주장은 극히 한가하고 막연한 구상인 것이다.
"시간 끌기 꼼수…국힘이 여러 번 실기한 건 한동훈 때문"
"공수처 아직 확보 못한 통화 기록 많아…군사법원은 기각"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25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본인이 대표가 된 이후에나 특검을 추진하겠다는데 시기상으로 너무 늦다. 7월 중순 이후에나 발의하고 논의를 한 달 넘게 다시 해야 할 텐데, 그 사이에 증거는 계속 인멸되고 통신 기록도 사라질 것이다. 버스 떠난 후에 손 흔드는 격"이라며 "법안을 심의하고 의결하기까지는 한참 시간이 걸린다. 그때면 이미 공수처 수사는 완료된 상태일 것이고, 그때는 또 검찰의 기소와 재판을 지켜보자고 할 게 뻔하다"고 내다봤다.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도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시간 끌기 꼼수"라고 단언하고 "지난 5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 한동훈 위원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해외 직구 제한에 대해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즉각 반응하던 분이 젊은 해병대 병사의 사망 사건에는 지금껏 일언반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 전 위원장이 23일 출마 기자회견 때 "(우리가) 국민 의구심을 풀어드릴 여러 번의 기회를 실기했다"고 말한 대목을 들어 허 대표는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면서 "국민의 의구심을 풀어드릴 기회를 여러 번 놓쳤던 건 한동훈 비대위원장 때문이었다"고 쏘아붙였다.
국회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24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지금 (대통령실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의) 통화 기록 보존이 가장 관건이다. 한 전 위원장이 제출하려고 하는 법안을 통해서는 기록 확보가 어렵다"며 "공수처에서 저희가 자료 소명을 요구했을 때 없는 자료는 없다고 하고, 있는 자료는 수사 때문에 제출할 수 없다고 하는 표현의 차이가 있다. 그런데 통화 기록에 대한 것은 없다고 하는 표현 쪽이 많다. 공수처가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도 지난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군사법원에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그 다음에 대통령, 그 다음에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 그리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통화 기록까지 다 요청했다. 그런데 군사법원이 핵심적인 네 분에 대한 통신 기록을 기각했다"면서 "(공수처가) 현재 혐의점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통신 기록을 확보해도 그 통신 기록을 분석해 더 추가적인 연결 고리를 찾는 작업이 또 필요하다. 그 부분이 지금 부족한 상태일 것"이라고 통신 기록 확보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윤석열이 임명한 보수 성향 조희대 대법원장이 '공정한 제삼자'?
박근혜 대통령-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정권과 사법부 유착 증명
둘째, 한 전 위원장은 "공정한 결정을 담보할 수 있는 대법원장 같은 제삼자가 특검을 골라야 한다"고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공정한 제삼자'라고 칭한다는 건 기만적인 말장난에 가깝다. '친구의 친구'인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와 '과동기 친구'인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지명하는 등 사법부 장악 및 우경화를 노골적으로 추진해 온 윤 대통령이 '중립' 성향의 대법원장을 임명했을 리는 만무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대법관 재임(2014~2020년) 중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소수의견을 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죄와 강요죄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불성립한다는 소수의견을 내는 등 뚜렷한 보수 편향을 보여왔다.
더군다나 채 상병 수사 외압의 정점에 윤 대통령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건 핵심 당사자가 임명한 사람에게 수사 책임자를 선택하도록 한다는 건 그 자체로 이미 불공정 소지를 안고 있다. 야권이 특검 수사 결과를 승복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태를 통해 보수 정권과 사법부가 얼마나 유착할 수 있는지 입증된 바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과거 대법원장 추천 BBK 특검, 이명박에 면죄부만 주고 빈손
내곡동 특검 이래 국정농단‧드루킹 특검 등 줄곧 야당이 추천
민주당 특검법처럼 대한변협에 추천권 줘도 아무 문제 없어
과거 BBK 특검(2007)과 디도스 특검(2011)을 대법원장이 추천한 전례가 있긴 하지만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게 아예 '면죄부'를 주거나 '꼬리 자르기'로 허망하게 끝났고, 이후 내곡동 특검(2012년)을 시작으로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2016년), 드루킹 댓글조작 특검(2018) 등에서는 줄곧 야당이 특검을 추천해왔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위원장이 활약했던 국정농단 특검팀의 박영수 특검은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당에서 추천한 인물이고, 드루킹 특검인 허익범 변호사 역시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현 국민의힘 전신)에서 추천했다.
'공정한 제삼자'라면 대법원장보다 대통령 입김에서 자유로운 대한변호사협회가 낫다. 국내 첫 특검인 조폐공사 파업 유도 및 옷 로비 특검(1999년)을 비롯해 대북 송금 특검(2003), 노무현 측근 비리 의혹 특검(2003), 삼성 비자금 특검(2007) 때처럼 대한변협이 특검을 추천하도록 하면 되는데 대법원장을 고집하는 건 억지스럽다.
실제로 지난달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던 채 상병 특검법(정식 명칭은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대한변협이 변호사 4명을 추천하면 이 중 2명을 대통령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가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역대 특검법과 비교해도 전혀 문제가 없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한동훈 전 위원장이 대법원장 카드를 내세우는 건 역시 여권 입맛에 맞는 특검을 고르려 한다는 의심을 부채질한다.
이밖에 판결을 해야 할 사법부 수장이 범죄 피의자를 기소할 특검을 추천한다는 건 소추기관과 심판기관의 분리라는 근대 형사법의 대원칙에 배치돼 규문주의(糾問主義) 시비가 일 수 있다는 점도 거론된다. 판사 출신인 김승원 의원은 "사실 이번 사안은 간단하다. 추천권자를 누구로 하는지, 이런 복잡한 얘기를 할 것이 아니라 지난해 7월 19일 채 해병 순직한 후에 임성근 사단장과 그의 처 통화 기록 한 달치만 LG텔레콤이라든가 SK텔레콤 가서 확보하면 당장 풀릴 수 있는 문제"라며 "추천권자 갖고 얘기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대표 안 되면 안 한다? 당장 친한계 의원들 움직여야"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24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장보다는 대한변협에 추천 권한을 주는 것이 여러 가지로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대법원장도 어쨌든 대통령이 임명한 분이고, 또 나중에 이 사건이 재판으로 가게 된다면 대법원장이 재판 사무를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정치적으로 관심이 큰 사안에서 사법부를 오히려 곤란하게 하거나 향후 재판의 중립성에 대한 우려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립적인 제삼자인 대한변협에 특검 추천 권한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동훈 후보는 본인이 당 대표가 되면 그 이후에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본인이 당대표가 안 되면 안 하겠다는 것인가? 지금부터 당장 소위 친한계 의원들을 움직여서 채 해병 특검법 중재안 통과에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8명 이상의 국민의힘 의원들을 설득해서 저의 중재안이든 아니면 본인들의 중재안이든 적극적으로 조속하게 추진해줬으면 좋겠다. 그러지 않는다면 채 해병 특검에 찬성한다는 것이 시간 끌기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검 추천권에 시비 걸어 무력화하려…한동훈 물타기 경계해야"
군인권센터는 24일 논평에서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특검 도입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한 국민의 대표들이 모여 특검을 만드는데 왜 아무런 대표성도, 민주적 정당성도 갖추지 못한 제3자에게 특검 추천권을 부여한단 말인가?"라며 "한 전 위원장의 물타기를 경계해야 한다. 국민의힘 소속 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 국민의힘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등이 모두 연루된 사건이니 국민의힘이 특검 후보 추천 과정에서 배제되는 것은 상식"이라고 짚었다. 이어 "임종득, 신범철에게 나란히 공천장을 준 한동훈 전 위원장이 특검 추천권에 시비를 거는 건 특검법 논의를 무력화시키려는 꼼수가 아닐 수 없다"면서 "국회는 수사 외압 공범을 공천한 한동훈 위원장의 얕은 수에 휘둘리지 말고 공정한 수사를 담보할 수 있는 특검 도입을 망설임 없이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25일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전 위원장이 출마 선언과 함께 채 해병 특검법 해법이라며 좌판을 깔았다. 하지만 한 전 위원장이 항상 그렇듯 이번에도 오답"이라며 "특검을 어떻게 추천하느냐는 것은 국회의 입법 재량이다. 한동훈 전 위원장이 당을 폭망시켜 만든 108석으로는 한동훈식 특검은 애초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자기 입으로 민심은 언제나 옳다고 했으니 국회 다수결을 따라야 한다. 자승자박"이라며 "민주당과 제1야당에 정식으로 제안한다. 6월 국회에서 '한동훈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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