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운명의 시간…경우의 수 따져보니

국민의힘 이탈자·불출석자 수가 '변수'

최대 10+α명까지 이탈자 나올 수도 있어

이탈자로 비칠 수 있어 불출석 부담이지만

여 10명만 불참하면 경우에 따라 뒤집기 가능

공개적으로 특검 찬성 밝힌 여당 의원 5명째

특검 찬성한 여당 의원 80% 낙선·불출마자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통과되고 있다. 2024.5.2. 연합뉴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통과되고 있다. 2024.5.2. 연합뉴스

"특검법이 통과되면 기적이라고 말한다. 저는 그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것이다."

지난 25일 야7당과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범국민대회에서 박정훈 대령의 변호인이자 해병대 예비역 연대 법률자문인 김규현 변호사(병 1043기)가 한 발언이다. 김 변호사의 말대로 채해병 특검법 재의결에서 '기적'은 일어날까.

채해병 특검법 재의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 여야가 국민의힘 낙천·낙선자와 불출마자의 표 이탈을 두고 물밑에서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야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탈표 전망을 1~2표에서 10표 이상까지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시민들의 시선은 이미 내일(28일) 재의결에서 얼마나 많은 여당 이탈자가 나오는지에 쏠려 있다. 정치권과 주류 언론은 특검법 통과 수준의 이탈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여당 의원 이탈과 본회의 불출석자 수에 따라 얼마든지 통과도 가능해 보인다.

최소 6명, 최대 11명+α 반란표 전망

현재 언론을 통해 밝혀진 국민의힘 이탈자는 10여 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① 먼저, 국민의힘 의원 중에서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힌 안철수·유의동·김웅·최재형 의원 등 4명이 있다. ②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언급한 '진지하게 (특검 찬성을) 고민해보겠다'는 여당 의원 3명이 있다. ③ 또 김규현 변호사가 "해병대 예비역 단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찬성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하는 여당 의원 1명이 있다. ④ 해병대 예비역 단체도 채 상병의 고향 전북 남원 출신인 이용호 의원(총선 낙선)과 전북 정치인인 정운천 의원(총선 낙선) 2명을 직접 압박하고 있다. ⑤ 아울러 국민의힘 김근태 의원도 이날 오후 찬성 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만약 언론에서 거론된 인물들(①~⑤)이 모두 다른 인물이고, 재의결에서 찬성표를 던진다고 가정하면 야권은 최대 11명 정도의 이탈표를 확보할 수 있다. 추가로 개혁신당 천하람 당선인이 공개 찬성한 여당 의원 외에 1~2명 더 있다고 밝힌 인원과 민주당 등 야권이 막판까지 물밑 접촉 중인 여당 의원들까지 고려한다면 적게는 6명 수준(안철수·유의동·김웅·최재형·김근태 5명, 김규현 변호사가 언급한 국민의힘 의원 1명)에서, 많게는 11명+알파(α)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 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4.4.29. 연합뉴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 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4.4.29. 연합뉴스

이탈자 + 불출석 여부가 최대변수

특검법이 재의결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주류 언론에선 대체로 구속 중인 윤관석 의원을 제외한 여야 295명 전원이 재의결 표결에 참석한다는 것을 가정하고 여당에 17명 이탈표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야당은 전원 참석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당 의원과 접촉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이날(27일) 오전 <민들레>와 통화에서 "실제는 여당 의원 불참으로 모수(295명)가 줄어 이탈자가 14명 정도만 필요하지 않을까 전망한다"며 "오전 현재 최대 10여 명의 이탈을 예상하고 있어 3~4석이 부족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의원이 언급한 조건대로 범야권 의원 180명 전원이 참석해 찬성표를 던지고, 국민의힘 의원 4명이 불참하면 여당의원 이탈자 14명만 있어도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다만 조건이 바뀌면 더 유리한 위치에서 표결도 가능하다. 같은 조건에서 국민의힘 의원 10명이 불참하면 10명의 이탈자만 있어도 거부권 무력화가 가능하고, 국민의힘 의원 19명이 불참하면 공개 찬성한 의원 중 4명만 이탈해도 된다. 만약 국민의힘 의원이 25명 불출석해 270명만 표결한다면 범야권 180명 단독으로도 가능하다.

결국 특검법 재의결은 범야권 180명 전원의 단합과 여당의 이탈자 수, 불출석자 수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에서 예상 외로 이탈자가 더 나오고, 불출석자까지 다수가 나온다면 이탈자가 17명 미만이더라도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이탈자가 17명까지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불출석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여당 의원의 수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불출석을 하면 우회적으로 이탈자처럼 비칠 수 있어 정치적인 부담이 있는 만큼 불출석자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대립한다.

특검 찬성 여당 의원 80%가 낙선·불출마자

여당은 개별 의원을 접촉해 표 단속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낙선·낙천·불출마자들이 하반기 공공기관장 임명 등을 노리는 만큼 당에 협조해 이탈이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표결 전날의 분위기는 심상찮다. 이날 김근태 의원이 이탈 의사를 추가로 밝혔고, 실명이 공개된 여당 의원 5명 중 안철수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80%) 모두가 낙선자, 불출마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1대 여당 의원 중 낙선·낙천·불출마자가 58명이라는 점과 재의결이 무기명 투표라는 점도 여당을 곤혹스럽게하는 지점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낙천한 여당 의원과 만났는데, 윤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면담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한 후 각자 자리에서 떠나고 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안건을 김 의장 주재로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2024.5.27. 연합뉴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면담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한 후 각자 자리에서 떠나고 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안건을 김 의장 주재로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2024.5.27. 연합뉴스

야당은 막판까지 여론전을 펼치며, 개별 의원의 양심에 호소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젊은 군인의 억울한 죽음과 권력의 부당한 은폐 의혹을 밝히는 일은 여야 진영 문제가 아니"라며 "역사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선택을 기억할 것이다. 용산이 아닌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특검법에 찬성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진실 규명에 나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며"국회의원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에게 충성해야 한다. 더 많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양심과 소신에 따라 행동하시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만약 내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의결에 실패한다면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물론 22대 국회는 범야권이 192명이라 여당에서 8명만 이탈해도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만큼 21대 국회보다는 유리한 고지에 있지만, 22대 제1호 법안으로 특검법안을 재발의해도 원 구성과 의결 절차를 고려하면 3~4개월의 시간이 또다시 지체한다. 반대로 재의결에서 특검법이 통과된다면 야권은 대통령 탄핵까지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동력까지 마련하게 된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도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선인 총회에서 "국민의힘이 특검법에 반대표를 던지면 윤 대통령 탄핵 요건이 완성된다"며 "자신이 수사 대상이 될 특검을 거부함으로써 결정적인 탄핵 사유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일 특검법이 부결되면 사실상 탄핵 요건을 완성하는 마침표가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탄핵 열차의 연료를 채웠고, 재의결이 부결되면 그 열차의 출발 단추가 눌리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