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건의…윤, 이르면 오늘 재가 전망

직접 설명도 하지 못하고 뒤에 숨어 거부권 행사

거부권 남용…이승만 45회 제외하면 역대 최다

박주민 "거부권 행사, 윤석열 정치적 무덤 될 것"

조국 "박근혜 때보다 심각…악순환 고리 끊어야"

"3국조 3특검 제안…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의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4.5.9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의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4.5.9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거부권 남용에 대해 단 한마디도 사과하지 않던 대통령이 기어이 자신의 무덤을 팠다. 정부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해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한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특검법안은 의결 과정이나 특별 검사의 추천 방식 등 내용적인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22일이다. 대통령 재가는 이르면 오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재가하면 채해병 특검법은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윤 대통령이 재가하면 취임 이후 10번째 거부권 행사가 된다.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1호' 거부권 행사를 시작으로,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김건희 씨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이미 9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승만(45회)을 제외하면 역대 가장 많은 횟수다. 1987년 개헌 이후 최대 거부권을 행사한 노태우(7회)보다 많다.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거부권 남용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직접 거부권 행사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총리 주재 국무회의를 통해 요구안을 건의 받는 형식을 취했다. 윤 대통령은 이미 지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채해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시시한 바 있다. 이미 설명할 것을 다 했다는 취지로 읽힌다. 아울러 자신이 직접 나서는 리스크를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등에 대해 직접 거부권 사유를 설명했지만, 그 외에 불리한 법안에 대해선 별다른 설명 없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씨 특검법을 거부했던 지난 1월에도 아무런 설명없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경우, 채해병 특검법처럼 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건의해주고 사후 재가하는 형식을 취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5.21.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5.21. 연합뉴스

그러나 대통령이 특검을 피할수록 국정 리스크만 커질 것은 불 보듯 뻔한 형국이다. 국민 10명 중 6명은 여론조사에서 채해병 사건은 특검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응답하고 있으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탄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만큼 국민 다수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분노한다는 의미다. 야7당(더불어민주당·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개혁신당·기본소득당·조국혁신당·진보당)도 전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만약 이번에도 기어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이 나서서 대통령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는 정권 몰락의 시간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같은 국민과 야당의 경고에도 이날 사실상 거부권 행사 수순을 밟으면서 대통령에 대한 비토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당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TF단장인 박주민 의원은 정부의 거부권 건의 직후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이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며 "오늘 거부권 행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무덤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에 국민을 거부하는 대통령이 설 자리는 없다"면서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남아있다. 국회가 국민의 뜻을 이뤄내겠다. 반드시 그렇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시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재의결하고, 부결돼 21대 국회에서 폐기되더라도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정부의 거부권 건의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을 비판했다. 조 대표는 "결국 대통령이 채 해병 특검을 거부했다. 열 번째 거부권 행사로, 부끄러운 기록이다. 이승만 대통령에 이어 역대 2위"라면서 "박근혜 대통령 시절 국정이 파국으로 치닫던 2016년, 그때보다 국정 파행이 심각하다"고 탄식했다. 이어 "대통령과 대통령실, 그리고 집권 여당은 국가와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 부부의 호위대로 전락했다. 국민의 목소리에는 철저하게 귀를 막고 있다. 3권분립 한 축인 국회의 권능은 가볍게 무시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거부권 행사가 계속돼서는 안 된다. 악의 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2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3특검 3국조'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5.21. 연합뉴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2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3특검 3국조'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5.21. 연합뉴스

그러면서 조 대표는 채해병 특검을 포함한 '3국조 3특검'을 제안했다. 조 대표가 언급한 3국조는 △라인사태 국정조사 △잼버리 사태 및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국정조사 △언론장악 국정조사, 3특검은 △채해병 특검 △김건희 종합 특검 △한동훈 특검이다. 조 대표는 특히 "22대 국회 개원 즉시 '채 해병 특검법' 처리를 제안한다"며 민주당과 발을 맞췄다. 이어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윤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특검과 국조를 거부하는 자들이 범인들이다. 아니면 그 범인들 덕분에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며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 22대 국회에서 3특검, 3국조가 실시돼 대한민국호가 제대로 된 항로로 재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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