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폐업률 코로나19 때보다 높아
‘서민 급전’ 카드사 연체율도 치솟아
은행 부실 채권 쌓여 건전성 경고등
쏟아지는 공장 경매에 낙찰률도 ‘뚝’
“1분기 예상 밖 성장률은 기저효과”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 후반까지 올려잡겠다고 한다. 1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1.3%로 기대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자 "성장 경로에 접어들었다"고 환호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도 글로벌 투자은행 등 해외 기관들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대 후반에서 2%대로 상향 조정됐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그러나 일반 서민들은 정부와 해외 기관이 흥분하며 긍정 평가한 ‘깜짝 성장률’을 전혀 체감할 수 없다. 현실과 동떨어진 1분기 성장률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성장률이 ‘숫자 놀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분기 성장률 기여도는 지난해 4분기 바닥까지 떨어졌던 건설투자가 가장 컸다. 기저효과일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뜻이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재정을 집중 투입한 것도 성장률을 끌어올린 요인이다.
1분기 1%대 성장률 회복 ‘신기루’일 수도
28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1분기 사회간접자본 사업 예산으로 올해 예산현액 25조 1000억 원의 35.4%인 8조 9000억 원을 집행했다. 공공기관 투자도 10조 1000억 원에 달했다. 통상 정부가 푼 돈은 민간투자로 이어진다. “민간 주도의 교과서적인 성장”이라는 정부의 자평이 허구라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1분기 깜짝 성장은 작년 4분기 기저효과와 총선용 돈풀기의 합작품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성장률 회복을 외치고 있으나 서민 경제는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매일 쌓이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는 식당과 상점이 급증하고 ‘서민 급전’으로 불리는 카드 대출 연체율도 치솟고 있다. 중소기업 폐업으로 경매에 나온 공장이 급증하면서 낙찰률은 30%대로 뚝 떨어졌다. 경기 침체로 시중은행들마저 쌓이는 부실 채권에 골치가 아플 지경이다.
외식업체 폐업률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높아
핀테크 기업 핀다의 빅데이터 상권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체 81만 8867개 중 폐업한 곳이 17만 6258개로 폐업률이 21.5% 달했다. 코로나19가 가장 극심했던 2020년 9만 6530개 폐업했던 것보다 약 82.6% 급증한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2022년 평균치 15.03%보다 6%포인트 이상 높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8일 발표한 지난해 외식 부문 가맹점 폐점률도 14.5%였다. 오픈업 조사에는 당국에 폐업 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1년간 매출이 없는 곳도 폐업으로 분류해 상대적으로 폐업률이 높을 수 있다. 폐업률을 조사한 핀다는 “코로나19 시기를 버텨낸 외식업 사장님들에게 지금이 더 힘든 시기라는 사실이 데이터로도 확인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민 급전’ 카드사 연체율도 빠른 속도로 증가
카드 대출 연체도 급속히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 연체율은 1.63%로 전년 말보다 0.4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014년 1.69%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문제는 올해 들어 연체율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합뉴스가 종합한 바에 따르면 신한카드의 1분기 말 연체율은 1.5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9%포인트 올라 2015년 9월 이후 9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나카드는 1.94%로 0.80%포인트 상승했고, 우리카드는 1.46%로 0.21%포인트 올랐다. KB국민카드는 1.31%로 0.12%포인트 뛰며 2019년 1분기 이후 최고치를 찍었고 NH농협카드도 1.53%로 0.19%포인트 상승했다.
카드사 연체율이 치솟고 있는 이유는 고금리 상황이 1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데다 고물가로 서민들의 실질소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대출 이자를 갚으려면 소득이 있어야 하는데 농산물과 식품, 외식 등 서민 물가가 급등해 처분 가능소득이 크게 줄었다. 그러다 보니 높은 금리로 급하게 빌린 돈마저 갚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9조 4743억 원으로 역대 최다였던 2월과 비교해도 78억 원 증가했다. 카드론 금리는 14~15%에 달한다.
경매 시장에 쏟아지는 공장, 3건 중 1건만 낙찰
고금리와 고물가로 중소기업들도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들이 늘면서 경매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공장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매물 3건 중 2건은 유찰되고 있다. 28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에서 진행된 공장·제조업소 경매는 총 70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2% 늘었다. 1분기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21년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다.
싼값에 공장 매물이 나오고 있으나 사려는 기업은 점점 줄고 있다. 그 결과 낙찰률과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도 낮아지고 있다. 1분기 경매에 나온 공장 매물 중 낙찰된 물건은 총 233건으로 낙찰률은 32.9%에 불과했다. 1년 전보다 낙찰률이 1.8%포인트 하락했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은 작년 1분기 78.2%에서 지난 1분기 70.5%로 7.7%포인트 낮아졌다.
기업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고금리로 이자 장사를 하며 높은 수익을 올렸던 시중은행들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부실 채권이 늘면서 자산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은 0.32%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와 전 분기 대비 모두 높아졌다. 특히 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말 0.30%에서 올해 1분기 말 0.35%로 올랐다. 중소기업이 0.34%에서 0.41%로 상승 폭이 컸다.
5대 은행 부실 채권 쌓이며 자산 건정성 비상등
5대 은행은 1분기 중에만 1조 6079억 원 상당의 부실 채권을 상각하거나 매각했다. 지난해 1분기의 8536억 원보다 88.4% 증가했다. 2022년 1분기와 비교하면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은행들은 3개월 이상 대출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의 부실 채권으로 분류해 별도 관리한다. 그리고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상각해 손실 처리하거나 자산 유동화 전문회사에 매각한다. 부실 채권이 늘어날수록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낙관적 전망과 달리 상당수 전문가는 2분기부터 성장률이 다시 꺾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총선용 돈 풀기와 기저효과가 사라진 ‘진실의 순간’에 직면할 것이라는 뜻이다. 더욱이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뛰고 원 달러 환율도 불안하다. 대외 변수가 우리 경제에 불리한 쪽으로 흐르면 민생 경제는 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성장률 숫자 놀음에 빠져 서민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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