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이라 공천받았다는 언론의 구제불능 프레임
이재명 "아주 오래전에 당에 영입된 언론인 출신"
"친명이라 봐줬으면 여태 경선 기회도 안 줬겠나"
"박용진은 이미 두 번 기회 때 당원과 국민이 평가"
변호사 단체 "조수진에 과도한 비난…변론권 침해"
"모든 사건을 편견 없이 변호하는 게 헌법상 책무"
더불어민주당이 난산을 거듭했던 서울 강북을 지역구의 최종 후보로 한민수 대변인을 전략공천했다.
이재명 대표는 22일 위임받은 당무위원회와 최고위원회의 권한으로 서울 강북을 후보에 한민수 대변인을 의결 및 인준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충남 서산 동부시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민수 대변인은 아주 오래전에 당에 영입된 언론인 출신이다. 아주 긴 시간 당을 위해서 헌신했는데 지금까지 출마도 하지 못했고 이번에도 기회를 갖지 못해 당 대표로서는 마음의 짐이 아주 컸다"며 "지금은 다시 경선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되기 때문에 당원과 국민의 뜻을 존중해서 민주당 당원들이 납득할 만한 가장 검증된 후보로 공천했다"고 설명했다.
강북을 현역인 박용진 의원은 '비명계'이고 한 대변인은 '친명계'라는 기자 질문이 나오자 이 대표는 "참 한심한 얘기다"라며 "한민수 후보가 친명이면 경선 기회도 여태껏 안 줬겠느냐. 이제 겨우 기사회생해서 지옥에서 돌아와 공천 받으니까 이번에는 친명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진짜 친명이고 친명을 제가 봐주려고 했으면 어디 단수공천, 전략공천 하든지 경선 기회라도 줬지, 지금까지 그걸 빼놓고 있었겠느냐"고 어이없어했다.
아울러 "박용진 의원은 참 훌륭한 정치인이고 장래가 촉망되는 좋은 정치인이긴 하지만 두 번의 기회를 갖지 않았느냐"면서 "두 번의 기회로 당원과 우리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께서 평가를 하셨기 때문에, 오랫동안 당에 헌신했지만 한 번의 기회도 갖지 못하고 명예도 보수도 없이 고생했던 당직자 한민수 후보로 결정하는 것이 최고위원들의 압도적 다수 의견이어서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정치부장과 논설위원을 지낸 한 대변인은 2017년 언론사를 그만둔 뒤 더불어민주당 정당발전위원회 대변인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민주당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19년 문희상 국회의장 시절 국회 대변인, 2020년 박병석 국회의장 시절 공보수석 및 정무수석을 역임하고 2021년 8월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 공보수석을 거쳐 지난해 9월 당 대변인에 임명됐다. 한 대변인은 이미 지난 16일 민주당이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을 취소하고 강북을을 전략경선 지역으로 지정했을 때 후보로 응모한 바 있다.
당시 한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2024년 1월 2일, 이재명 대표가 암살 테러를 당한 현장에 있었다. 증오 정치에 기대는 무도‧무능‧무지한 윤석열 정부의 만행 앞에 치를 떨었다"며 "강북구민과 함께 이재명 대표님을 지키고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막아내기 위해 강북을 전략경선에 출마했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또 다른 글에서는 "지난해 광화문 행사에 참석하신 대표님이 갑자기 시청 앞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가자고 하신 뒤 걷기 시작했다. 유족의 손을 잡고 깊은 위로를 건네셨고, 제게도 한참 많은 이야기를 하셨다"며 "윤석열 대통령과는 비교 자체를 할 수 없는 지도자다. 이런 분을 외롭게 두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3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어쩌면 반 발짝 뒤에서 대표님을 지켜왔다"며 "이제 몸을 일으켜 누구보다 앞장서서 우리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님을 지키겠다.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경선은 현역 박용진 의원과 조수진 변호사의 양자 대결로 치러졌고, 조 변호사가 승리해 공천장을 받으면서 결론이 난 듯했다. 그러나 22대 총선 국회의원 후보 등록 마감일인 이날 새벽 조 변호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전격 사퇴 의사를 공표함으로써 한 대변인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졌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한 대변인이 '친명'이라 공천을 받았다는 언론의 상투적 프레임이 얼마나 근거가 박약하고 막무가내식인지 알 수 있다. 민주당의 강북을 후보가 두 번 교체되는 진통 끝에 '최종 병기'로 낙점된 한 대변인은 이제 본선에서 여당 후보인 박진웅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맞대결하게 됐다. 박 전 행정관 역시 국민의힘에서 전략공천한 인물이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조수진 변호사에 대해 "조 후보의 사퇴가 안타깝다. 윤석열 정권 심판에 작은 방해조차 되지 않겠다는 조 후보의 뜻을 존중한다"며 "조 후보의 뜻을 수용해 정권 심판과 국민 승리로 화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강민석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과거 성폭력 피의자들을 변호했던 이력으로 논란이 됐던 조 변호사는 자정 무렵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는 변호사로서 언제나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국회의원이 되면 똑같은 자세로 오로지 강북구 주민과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국민들께서 바라는 눈높이와는 달랐던 것 같다. 제가 완주한다면 선거 기간 이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더 이상 당에 대한 공격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짧은 시간 유래 없는 압도적 지지로 성원해 주셨던 당원 여러분 감사했다. 따뜻하게 맞아주셨던 강북구을 주민 여러분, 부디 당에 대한 지지를 계속 보내주시기를 바란다"면서 "반드시 4‧10 총선 승리해 달라. 우리는 꼭 이긴다"고 했다.
조수진 변호사 사퇴와 관련해 한국미래변호사회(한미변·회장 안병희)는 이날 <'성범죄 변호'를 족쇄로 변호사의 헌법상 직무를 매도하는 사태를 우려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미변은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 후보가 특정 사건을 수임했다는 이유로 과도한 사회적 비난을 받는 현실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며 "변호사가 과거 변호한 피고인이 누구인가에 따라 불이익을 당한다면 이는 명백한 변론권 침해에 해당한다. 형사사건 피고인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은 우리 헌법이 천명한 모든 국민의 기본권임에 틀림없다"고 밝혔다.
이어 "나아가 변호사 윤리장전은 변호사가 의뢰인이나 사건의 내용이 사회 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임을 거절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윤리규약 제16조 제1항). 마땅히 변호사라면 헌법상 주어진 책무에 따라 모든 사건을 편견 없이 변호해야 하는 것"이라며 "작금의 사태가 반복되어, 변호사가 여론에 부담을 느끼고 특정 사건에 대한 수임을 거부하거나 대리인으로서 사임하게 된다면 종국에는 국민이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호사가 피해자를 대리하는 경우에만 선한 지성인으로서 보호받고, 형사사건 피고인을 변호하면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고 범죄자를 비호해 풀어주려는 것으로 왜곡하는 사태는 필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또한 변호인의 변론 행위는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거나 그 죄질을 상회하는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합리적 의심을 제시해 가는 과정인 바, 변호사로서 사명을 다한다는 이유로 무차별적인 사회적 비난을 받는 일은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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