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명’ 지역구도 얄짤없이 전략·단수 공천

친명계 원외그룹도 50% 이상 공천 배제

경선 무사생환 불투명한 지역도 수두룩

총선 스펙? 당대표 특보도 경선 불투명

대변인 출마한 자리는 청년전략특구로

이재명 “친명이랬다가 비명이랬다가”

“왜곡된 언론보도, 민주주의 체제 망쳐”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전략공천으로 컷오프된 김지호 전 당 대표실 정무조정부실장에게 페이스북 글을 남겼다. 김 전 실장은 2018년부터 경기도청 비서실 비서관으로 발탁돼 대선 선대위 등에서 활동한 최측근이다. 2024.3.4.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전략공천으로 컷오프된 김지호 전 당 대표실 정무조정부실장에게 페이스북 글을 남겼다. 김 전 실장은 2018년부터 경기도청 비서실 비서관으로 발탁돼 대선 선대위 등에서 활동한 최측근이다. 2024.3.4. 페이스북 갈무리

‘성남-경기도 라인’ 등 친윤·보수 언론에서 ‘친명’(친이재명) 핵심으로 지목한 인사 상당수가 더불어민주당 총선 공천에서 컷오프(배제)되거나 험지에 출마한 것으로 4일 나타났다. 친윤·보수 언론뿐 아니라 진보 성향 언론까지 ‘비명 횡사’ ‘친명 불패’ 표현을 써가며 공천 갈등을 키우고 있지만, 이와 반대로 언론에서 이른바 ‘찐명’(진짜 친명)으로 지목한 인사들도 공천에서 배제되거나 배제될 위기에 놓인 셈이다.

가장 대표적인 지역구는 경기 성남분당갑이다. 이 지역엔 민주당 이재명 대표 최측근인 김지호 전 당 대표실 정무조정부실장이 도전장을 냈다. 김 전 부실장은 2018년부터 경기도청 비서실 비서관으로 일했으며, 지난 대선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에서도 역할을 했다. 지난 1월 이 대표 테러 당시에도 경찰이 찾지 못한 이 대표의 피묻은 와이셔츠를 직접 수거하는 등 가까운 거리에서 헌신적으로 보좌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분당갑에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를 전략 공천했다.

20대 대선 선대위에서 대변인을 했던 민병선 전 경기도지사 보도특보는 경기도 시절부터 ‘이재명의 입’ 역할을 하고 언론 전략을 담당해왔다. 민 전 특보는 현역 최종윤 의원이 불출마한 경기 하남시에 출마 선언을 하고 지난해부터 지역구를 닦아왔지만, 민주당이 하남 2개 선거구를 모두 전략공천(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용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이사)하면서 본선 진출이 무산됐다.

보수언론이 친명계 원외 그룹으로 분류한 ‘퇴진과 혁신’은 <시민언론 민들레> 분석 결과 18명 중 9명(50%)이 컷오프됐다. 징계를 받아 불출마한 후보와 앞으로 경선할 후보까지 포함하면 50%가 넘는다. 이재명 대선캠프에서 대변인을 맡은 임세은 전 청와대 부대변인은 서울 관악구을에 예비후보로 출마 선언했으나, 정태호 민주연구원장이 단수공천 되면서 고배를 마셨다. 구자필 전 경기도일자리재단 청년일자리본부장은 충남보령·서천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경선에서 나소열 전 서천군수에게 패했다.

 

경기 하남시 예비후보로 출마했던 민병선 전 경기도지사 보도특보(대선 선대위 대변인)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올린 메시지. 민주당은 하남 2개 지역구를 모두 전략공천했다. 2024.3.4. 페이스북 갈무리
경기 하남시 예비후보로 출마했던 민병선 전 경기도지사 보도특보(대선 선대위 대변인)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올린 메시지. 민주당은 하남 2개 지역구를 모두 전략공천했다. 2024.3.4. 페이스북 갈무리

경선 통과 여부를 장담하기 힘든 곳도 여러 군데다. 이헌욱 전 경기도시주택공사(GH) 사장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였을 때 GH사장을 맡아 친명 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이탄희 의원이 불출마한 경기 용인시정에 출마 선언을 했지만, 박성민 전 청와대 청년비서관에 이어 최근 복당한 이언주 전 의원까지 출마 선언을 하면서 무사 생환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언론에서 ‘찐명’이라고 분류하며 탄탄대로처럼 묘사하는 ‘당대표 특별보좌역’(특보) 출신 후보들도 경선 통과를 장담하긴 어렵다.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을 변호한 이건태 변호사는 4선 김상희 전 국회부의장과 맞대결을 펼친다. 지난해 12월 9~11일 한양경제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조사한 민주당 후보 적합도는 이 변호사 24.4%와 김 전 부의장 24.2%로 초박빙이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대표 특보 출신인 진석범 전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는 신설 지역구인 경기 화성시정에서 현역 전용기 국회의원과 조대현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과 함께 3인 경선을 하게 됐다. 특보 출신 중엔 험지 출마한 사례도 있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누르고 서울 송파을 공천장을 따낸 송기호 변호사는 현역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과 붙는다. 송파을은 보수 텃밭으로 평가되는 민주당 험지다.

이 밖에 김홍국 전 경기도 대변인은 우상호 의원이 불출마 선언한 서대문갑에서 출사표를 던졌지만, 이 지역은 민주당이 청년전략특구로 지정했다. 김 전 대변인은 1965년생으로 청년 나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청년 후보들이 몰린 서대문갑 특구엔 정진상 전 실장을 변호한 김동아 변호사도 청년 오디션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경쟁이 치열해 당선을 장담하기 어렵다.

그 외 경선 지역 중에서도 친명계 후보들끼리 경쟁하는 곳도 있어 앞으로 ‘친명’ ‘찐명’ 컷오프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종로구 곽상언 후보가 4일 창신시장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4.3.4 [공동취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종로구 곽상언 후보가 4일 창신시장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4.3.4 [공동취재]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천과 관련, “일부 언론에서 표현하는 것처럼 조용한 공천을 하면 좋겠지만, 흐르는 물에는 기본적으로 물소리가 난다. 이런 변화와 혁신 과정에서 생기는 피할 수 없는 진통”이라면서 “(국민들께서) 시간이 지나면 그래서 그렇게 시끄러웠구나, 소리가 났구나 이해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균열과 갈등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수습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공천과 관련해 편파보도를 한 일부 언론에 대해 “정론직필이라는 게 언론의 본연의 역할이고 사명 아니겠나. 의견은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객관적 사실 자체를 뒤집는 건 죄악”이라며 “특정인은 공천을 받으면 친명이 됐다가, 불이익을 받으면 가까운 사람임에도 바로 비명이 됐다가, 다시 그게 결정되면 다시 친명이 됐다가, 이런식으로 자의적으로 쓰면 안 되겠다. 이런 왜곡의 결과가 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망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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