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갑 이광재, 행정경험 강점…합리적 보수에 어필
중·성동갑 전현희, 투사형 전문직으로 신흥 부촌 공략
예산·홍성 양승조, 인지도 효과에 내포신도시 노려
마포갑 이지은, 지구대장 출신 발랄한 이미지로 공략
도봉갑 안귀령, ‘청년’ 김재섭에 30대 여성으로 맞불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천 관련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전략공천 지역의 후보자가 속속 선정되고 있다. 올드보이라면서 노장들을 일거에 퇴출하거나 경험과 인지도 부족을 이유로 청년 신진 인사들을 배제하기보다는 필요한 곳에 투입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의 전략공천은 적재적소 원칙과 함께 당의 가용한 인적 자원을 충분히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실질적인 ‘전략’ 공천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이 최근에 전략공천을 발표한 지역은 경기 성남분당갑 이광재 전 강원지사, 서울 중구·성동구갑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충남 예산·홍성 양승조 전 충남지사, 서울 마포갑 이지은 전 총경, 도봉갑 안귀령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 등이다. 선거구별 선거 구도로 봤을 때 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경기 성남 분당갑은 서울 강남권과 유사한 보수 성향을 보이면서도 인물과 구도에 따라 보다 유연하고 실리적 선택을 하는 선거구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IT 기업인 출신 민주당 김병관 전 의원이 새누리당 권혁세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이 지역 유권자의 특징은 선명한 야당 성향 후보보다는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실사구시형 정치인을 선호하는 경향성을 띤다.
이 지역에는 대권주자급인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의 공천이 유력시된다. 이에 맞서 민주당에는 이광재 전 강원지사를 내세웠다. 이광재 전 지사는 합리적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소구력이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기업인 출신 안철수 의원이 국회의원 외에 청와대, 대통령실 행정부에서 주요 보직을 거친 적이 없는 반면 이 전 지사는 국회의원뿐 아니라 강원지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지자체와 청와대에서 일한 경력도 있기 때문에 공공 영역에서 경력이 더 화려하다.
안철수 대 이광재라는 매치업은 인접 지역구인 분당을에서 지난 2011년 4·27 재보선 당시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맞붙은 '분당 대첩'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 손 전 대표가 예상을 뒤엎고 승리해 파란을 일으켰다. 이광재 전 지사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험지 출마라는 ‘선당후사’ 정신을 보여줌과 동시에 안철수 의원을 꺾으면 대권주자를 꺾은 정치인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컷오프를 두고 이재명 대표가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잠재적 경쟁자’인 이광재 전 지사의 공천은 이러한 비판에 대한 반박 사례를 제시한다. 임 전 실장도 이 전 지사처럼 서울 송파갑 출마를 받아들였다면 공천을 받을 여지가 있었다.
임 전 실장이 공천을 노렸던 서울 중구·성동구갑의 경우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했다. 임 전 실장이 자신의 컷오프를 ‘친문 세력 죽이기’로 규정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급 공직을 지낸 전 전 위원장을 전략공천함으로써 이같은 의혹을 불식했다. 문 정부 장관급 인사인 전 전 위원장도 친문 인사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쟁 후보와의 대진표를 고려해도 임 전 실장이 나서면 공연한 프레임에 말릴 우려가 있었다. 국민의힘이 윤희숙 전 의원을 공천하는 상황에서 임 전 실장이 나서면 ‘경제 전문가 대 전대협 의장’이라는 프레임 속에 갇히게 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운동권 청산론’에 힘을 실어주게 될 우려가 있다.
특히 현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임 전 실장의 과거 역사책에 기록된 학생운동 경력이 아니라 검찰개혁, 권력 기관 개혁 등 시대 과제에 대한 실제적 ‘저항운동’이다. 임 전 실장이 이러한 시대 과제에 적합한 인물인지, 검찰독재 정부에 온몸을 던져 싸워온 인물인지 등에는 의문이 남는다.
반면 전현희 전 위원장은 실제로 윤석열 정부의 탄압에 맞서 국민권익위원장 자리를 지키며 싸워온 인물이다. 최근에는 ‘민주당 당 대표 정치테러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이재명 대표 살인미수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애써왔다.
상대 후보와의 대진표로 봐도 전현희 전 위원장이 더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중구·성동구갑은 전통적 민주당 강세 지역뿐 아니라 트리마제, 갤러리아 포레,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등 고가 아파트 단지가 포함돼 있다. 이러한 지역 구성을 고려하면 치과의사이자 변호사인 전현희 전 의원의 전문직 이미지가 반윤석열 비민주당 유권자 계층에게 더 소구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승조 전 충남지사는 충남 천안을에서 뛰다가 컷오프된 뒤 충남 홍성·예산으로 전략 공천됐다. 양 전 지사는 민주당 인사 가운데 도지사라는 경력으로 인해 충남 지역 인사 가운데 가장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이러한 인지도를 이용해 가장 힘든 험지를 공략하겠다는 ‘선당후사’ 정신의 발로다.
충남 홍성·예산에서는 13대 총선 이후 민주당 계열 정당 후보가 승리한 적이 없다. 그러나 이 지역에 충남도청이 있다는 점은 도지사 출신 양승조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갈수록 인구가 늘어나는 내포신도시에 기대를 걸고 있다. 홍성군과 예산군의 인구는 17만 명 선인데 내포신도시 인구가 4만 명에 육박한다. 내포신도시는 40대 이하 비율이 70~80%에 이를 정도로 젊은 인구가 많으며 예산, 홍성의 농촌 지역과는 투표 성향이 확연히 다르다.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내포신도시에서 승기를 잡아 농촌 지역의 전통적 열세를 만회한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에서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단수 공천한 것도 변수다. 이 지역 4선 홍문표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홍문표 의원의 지역 조직이 제대로 가동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러한 변수가 양승조 후보에게는 긍정적 환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서울 마포갑에서 이지은 후보를 공천한 것도 전략적 선택이다. 이 지역에서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과 신지호 전 의원이 경선을 치르는 가운데 조 의원이 공천받을 가능성이 더 큰 상황이다. 서울 마포갑 지역은 인접한 마포을에 비하면 민주당에게는 험지로 여겨진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를 비롯해 공덕, 아현 지역에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광화문, 여의도 등지를 직장으로 하는 직주근접용 거주 인구가 많고 주로 화이트칼라 직군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에서 조정훈 의원을 공천하면 세계은행 출신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젊은 전문가 이미지로 소구력을 가질 수 있다. 노웅래 의원이 선대부터 이 지역에 터를 잡고 있지만 지역 관리로는 포괄하기 어려운 아파트 단지 유권자들에 대한 매력도를 생각한다면 이지은 후보가 더 경쟁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총경 출신인 이 후보는 마포구 홍익지구대장을 역임한 경력이 있고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거주해 왔다. 발랄한 이미지까지 겸비하고 있어 40대 이하 화이트칼라 계층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도봉갑의 경우 인재근 의원을 배제하고 안귀령 전 부대변인을 공천했다. 당에서는 김남근 변호사를 검토했지만 인 의원이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인 의원이 김근태 전 당 고문의 부인이고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에서 가진 상징적 이미지를 고려할 때, 인 의원의 영입인사 배제 권고를 따르며 ‘영’을 세워주면서도 참신한 인물을 공천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 지역에서 국민의힘은 김재섭 전 당협위원장을 전략공천했다. 30대 젊은 이미지로 방송에 다수 출연해 인지도가 높다는 강점이 있다. 만약 인재근 의원을 공천했다면 ‘청년 대 노장’ 구도로 선거를 치르려는 복안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30대 여성 안 전 부대변인을 공천함으로써 김 전 위원장과 선명한 대립 구도를 형성할 수 있게 됐다. 인재근 의원도 “젊은 사람을 돕겠다”고 나서면서 전폭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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