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한 혐의에도 서울 떠나도록 허가"
'도피 비호 혐의' 외교‧법무 장관 고발 소개
호주 정부, 의례적 환영…국제적 망신 자초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현 정권의 비호 아래 11일 주호주 대사로 부임한 사실을 호주 최대 공영방송인 ABC가 전했다.
호주 ABC 방송은 12일 '한국 대사 이종섭, 고국에서 비리 수사 중인데도 호주로 날아오다'란 기사를 통해 "한 병사 사망 관련 비리 수사에 연루된 한국의 전직 국방장관이 임명 과정에서 논란이 많았던 대사직을 수행하고자 호주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ABC는 "이종섭에게 공공연한 혐의들이 있는데도, 지난주 한국 법무부는 이종섭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함으로써 새로 외교관으로 임명된 그가 서울을 떠날 수 있도록 허가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사는 대한항공 KE407편을 이용해 교민들이 많은 시드니를 피해 11일 오전 브리즈번에 도착했다. 이 대사는 12일 캔버라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주호주 대사관 홈페이지에는 제23대 이종섭 대사의 인사말이 게시됐다.
호주 ABC "한국 대사, 비리 수사 중에 호주로"
ABC 방송은 기사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해 7월 수색 임무 중 숨진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 관련 해병대 수사에 대한 이(대사)의 개입 혐의들을 수사 중이었다"며 "윤석열 보수 정부가 지난 4일 전직 국방장관인 그를 주호주 대사로 임명해 현 김완중 대사를 교체함으로써 자유주의적인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을 불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사의 출국에 항의하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벌인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시위 사실도 전했다. ABC는 홍 원내대표가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해병대 장병 사망 사건의 주요 피의자 신분인 이 전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해 해외 도피를 강행했다"는 발언에 이어, 1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대통령이 주도하고 진행한 해병대원 수사외압 핵심 공범의 해외 도피극이 현실화된 것"이란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리곤 민주당이 외교부와 법무부 등이 이 대사의 호주 출국을 도왔다고 보고 조태열 외교장관과 박성재 법무장관을 직권 남용과 수사 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형사고발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ABC는 한국 언론을 인용해 지난 1월 이 전 국방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 사실을 대통령실과 외교부가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고, 이 전 장관은 법무부에 성공적으로 로비해 출국금지를 해제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호주 최대 공영방송 '이종섭' 보도…국제적 망신살
ABC 방송에 따르면, 호주 외교통상부는 이종섭 대사의 부임에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호주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ABC에 "호주는 한국과의 중요한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며 새로운 역할을 맡은 이 대사 지명자와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대사 내정자의 신임장 제정 날짜는 통상적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한 호주대사관도 시민언론 민들레의 이메일 질의에 대해 12일 동일한 내용의 공식 답변을 보내왔다.
한편, ABC 방송은 채 상병 사망 두 달 전인 지난해 5월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부 장관이 당시 이종섭 국방장관과 양국의 군사협력 관계 증진을 위한 회담을 가졌으며, 호주 보병 전투차량 제작 사업자에 한화가 선정됐다고 소개했다.
호주 외교통상부는 양국 관계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자 비리 수사 중인 이 대사의 부임에 일단 의례적으로 환영의 뜻을 밝힌 듯하지만, 권력의 비호를 받고 황급히 도피성 출국을 한 한국 대사의 부임 관련 뉴스를 호주 최대 공영방송이 보도함으로써 국제적 망신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민언론 민들레의 취재를 종합하면, 분노한 호주 현지 교민들이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페니 웡 외교통상 장관 등에게 “이종섭은 피의자”란 내용의 메일과 전화를 통해 거세해 항의하고 있으며, 특히 ‘메일 폭탄’ 탓에 지금은 호주 총리의 이메일 계정은 닫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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