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범인도피 혐의로 윤석열 공수처에 고발
대통령실 ‘야당-공수처-좌파 언론의 공작’ 규정
국힘 수도권 선대위원장들, 총선 악영향 우려
이재명 "피의자를 공직자 임명, 해외로 빼돌려"
4·10 총선을 앞두고 '이종섭 스캔들'이 파괴력을 더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한 것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수사 불법 개입 사건의 핵심 피의자를 대통령이 인사권을 활용해 국외로 도피시킨 것으로 보고 15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과 범인 도피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 덕분에 호주로 출국한 이 대사를 '도주 대사'라고 부르며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이종섭 전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3월 4일)에서부터 법무부 인사 검증 및 임명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출금 사실 인지 여부, 임명 후 공수처의 반대에도 법무부가 출금을 해제한 행위, 그리고 신임장 원본도 없이 공관장 대면 교육도 받지 않은 채 이뤄진 '황급한' 호주 출국 등에 이르기까지 석연치 않은 점들이 너무 많아 이종섭의 도피성 출국과 그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관련성에 대한 의혹은 날로 더 확산하는 양상이다.
대통령실 ‘야당-공수처-좌파 언론의 공작’ 규정
'공수처 죽이기'로 이종섭 스캔들 돌파 시도
당연히 집권당인 국민의힘에는 대형 악재다. 전국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최대 승부처인 서울과 수도권 후보들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통령실과 국힘 핵심부는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실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대통령의 합법적인 대사 임명을 두고 '민주당과 공수처, 좌파 언론이 결탁해 벌이는 정치공작'으로까지 규정했다. 또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14일 SBS TV에 출연해 밝혔듯이 이 대사 임명 철회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임명 철회가 일을 더 키울 우려가 있다는 판단인 듯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채 상병 사망 수사 불법 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공수처를 정조준하고 나선 대목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먼저 공수처의 출국 금지 조처를 비판했다. 그는 이 대사가 수사를 회피할 의도가 없었다면서 "공수처가 소환 시도도 없이 출국금지 조치를 하고 2회에 걸쳐 연장한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한 발 더 나갔다. 윤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만약 공수처가 의도적으로 수사 기밀을 흘리고 있다면 매우 심각한 범죄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흔드는 선거 개입"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기관만이 알 수 있는 통화 내역과 출국금지 사실 등이 유출돼 특정 언론이 악의적으로 보도하고 야당이 이를 받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이 문제는 반드시 진상이 규명돼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수처 죽이기' 시도라고 하겠다. 검찰이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인사들을 상대로 그럴 때는 아무 말 없다가 공수처를 상대로 근거도 불분명한 의혹을 제기하는 전형적인 ‘내로남불’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 03.15. 연합뉴스
국힘 수도권 선대위원장들, 총선 악영향 우려
한동훈 "공수처 부르면 안 돌아오지 않을 것"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당장 국힘의 서울과 경기, 인천 담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들인 나경원(서울 동작을) 안철수(경기 분당갑) 원희룡(인천 계양을) 후보가 일제히 이종섭의 도피성 출국 사태의 부정적 파장을 우려했다. 안철수 의원은 14일 연합뉴스에 "(대통령실이) 출국 금지를 몰랐다고 해도 수사 대상인 것이 알려져 있었으므로 사건이 클리어된 후에 임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사 임명 철회 건의에 대해 "그런 조치도 고려사항 중 하나가 돼야 한다"며 "여러 검토를 통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13일 나경원 전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통령실이 이종섭 장관을 임명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부분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며 "이 사건 수사는 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15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에서 이것을 공세하고 있고, 여당 지지자 중에서도 조금 걱정하는 분들을 현장에서 꽤 접한다"며 "총선은 결국 민심의 선택을 받는 것 아니겠나. 그런 점에서 당 지도부나 정부에서 신중하게 검토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호소'를 대통령실이 들을 리가 없다는 게 이들의 고민이다.
대통령실을 비롯해 정부·여당에선 다양한 해명을 내놓았지만, '사후약방문' 격으로 논리가 궁색하다. 국힘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이 대사의 도피 의혹에 "내일이라도 정말 필요하다면, 공수처에서 부르면 안 들어올 것 같지 않다"고 말해 ‘당황하는’ 속마음을 들켰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대사는 결코 숨을 수 없는 공식 직위다. 출입국도 모두 공개되고, 거주지도 공관이며, 공개 무대에서 활동한다는 점에서 수사 회피가 애당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사 중에 대사 임명을 굳이 강행했느냐'는 지적엔 "이 대사는 엄밀히 말해 피고발인 신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이 대사를 '핵심 피의자'로 보고 있다. 부임 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공관장 교육에 대해선 '화상'으로 수료했다는 게 외교부의 해명이다.
이재명 "피의자를 공직자 임명, 해외로 빼돌려"
민주당, 범인도피 혐의로 윤석열 공수처에 고발
민주당은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 겸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TF(태스크포스) 단장, 김승원 당 법률위원장 등은 15일 오전 경기도 과천 공수처를 찾아 직권남용과 범인 도피죄 혐의로 윤 대통령 등 관련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민주당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대통령과 외교부 장관은 "외교 능력 등을 고려해 임명권을 행사해야 함에도, 수사 외압 사건의 핵심 피의자를 대사로 임명해 출국의 근거를 준 것은 직무권한을 부여한 목적에 정면으로 반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과 외교부 장관이 대사로 임명한 후 법무부 장관의 출국금지 조치 해제를 통해 직접적으로 출국이 진행됨으로써, 범인도피의 죄책이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만큼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이재명 대표는 14일 충북대 중문거리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국가 질서를 어지럽히고, 국민이 억울하게 죽어간 사건들을 은폐하고, 조작했다고 의심받는 핵심 피의자를, 출국 금지된 피의자를, 출국 금지를 해제시켜서 공직자로 임명해서 국민이 낸 세금으로 해외로 빼돌리지 않았나"라며 "이게 무슨 망신인가.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국제 사회로부터 조롱받는 나라가 되었나"라며 개탄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