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사천? 한동훈의 김건희 방탄 국회 물타기"

"김혜경 여사 동행 사진? 나는 그 행사 총 기획자"

"경선, 자신 있어서 아니라 음해 참을 수 없어 신청"

"여성 의원 배출 안 돼온 지역구에 두 번째 도전"

"김대중‧문재인 정부 경력 등 당당히 평가받을 것"

"언론, 내게 전화 한 통 없이 보도…가짜뉴스 참담"

권향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구 민주당 공천 과정에 대한 언론의 마녀사냥식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많은 언론이 권 후보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 여사를 보좌하는 중앙선대위 산하 배우자실의 부실장을 맡은 이력만을 강조해서 권 후보의 30여 년 정치 경력을 삭제하듯 해버리고 있다. 권 후보는 "특혜 공천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며 당에 먼저 경선을 요구했고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여 서동용 현역 의원과 곧 경선을 앞두고 있다.

권 후보는 7일 리포액트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인 김대중을 존경해서 1987년 민주당에 입당해 밑바닥에서부터 각종 정치 경력을 쌓아왔다. '김혜경 비서'라는 허위사실을 퍼뜨려 사천 논란을 억지로 일으키는 언론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맞서 당당히 싸우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예비후보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예비후보 페이스북

다음은 권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에도 "이재명 대표 쪽은 권향엽 씨가 (배우자의) 비서가 아니라고 하는데 자기들이 비서실 밑에 넣어놓고 비서가 아니라고 어떻게 하느냐. 수행을 안 했다고 하는데 수행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을 어떻게 보시나.

"문화일보가 먼저 사천 논란을 촉발시켰는데 나를 김혜경 수행 비서처럼 보도한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허위 비방성 발언이다. 중앙당에서 법적 조처를 했다고 알고 있는데 한동훈 비대위원장까지 나서서 이런 주장을 하는 건 김건희 여사 방탄 국회 운영에 대한 물타기 공작 정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대선후보 배우자 비서실의 부실장이라고 알려졌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민주당 선대위 여러 기구 중에 배우자실이 있었다. 배우자실은 대선 후보 배우자의 활동 지원을 위한 기구였다. 배우자실의 실장은 현역 국회의원이 맡았고 나는 부실장으로 임명을 받아 활동을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

"나는 민주당의 오랜 당직자였고 그 당시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또 국회 부의장(김상희) 비서실장을 겸하고 있던 때였다. 선대위 조직에 여러 사람이 추천돼서 활동한 것이고 대통령 후보 배우자는 여성 단체와 각종 시민단체 접견 등 사실상 선거운동을 함께 하기 때문에 지원 조직이 필요했던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배우자 비서실 이런 게 아니라 후보 배우자의 대외활동을 지원하는 조직이었다.

모 언론에서는 내가 페이스북에 김혜경 여사와 동행한 일정 사진 하나만 갖고 비서처럼 보도하던데 그때는 벤처 창업을 하는 전문직 여성들, 그리고 공동육아를 하는 분들, 스마트팜 종사자 분들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기획 일정이었고 나는 그 행사의 총 기획자였다. 그런데 무슨 나를 김혜경 여사 개인 심부름 한 것처럼 몰아간다. 아무리 정치가 상대 당에 공세를 취하는 것이라 하지만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국민의힘이 선거에 질까 봐 조급한가 보다. 사천 논란을 당당하게 돌파하기 위해 당에 경선을 요청했고 그게 받아들여졌다."

-경선 일자는 언제로 잡혔나.

"중앙당 선관위에서 3월 15, 16일 경선을 하도록 결정했다."

-경선에서 이길 자신은 있나.

"자신 있다고는 말 못 한다. 하지만 과거에도 이길 것 같아서 경선에 참여한 것이 아니었다. 옳은 길이니까 그렇게 가는 거다.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 때도 현역 서동용 의원과 당당하게 경선을 하고 당당하게 졌다. 내가 옳다고 판단하는 그 길을 위해서 내가 오랫동안 청춘을 바친 민주당에서 성장한 당직자로서, 김혜경 개인 비서라는 식으로 이렇게 사실이 아닌 것을 마치 사실인 양 보수언론을 동원해서 민주당 혁신 공천 자체를 음해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구가 여성 전략특구로 지정된 것에 대해 많은 언론이 의아해 한다. 이 지역에서 수십 년간 여성 정치인이 없었나.

"호남이 민주당 강세 지역인데 유독 여성 정치인을 배출 못 했다. 광주 같은 도시에서는 이름을 알만한 여성 정치인이 나오긴 했지만 이 지역에서는 김윤덕 의원(신안군 출신 8~10대 국회의원) 정도 배출한 게 유일하다. 벌써 40년이 지난 일이다. 내가 출마한 지역의 민주당 역사가 69년째인데 국회의원에 도전한 여성이 아무도 없었다. 내가 21대 총선 때 도전한 뒤 22대 총선 때 재도전하고 있다.

지역 특성이 좀 그렇다. 내가 주민들께 명함을 돌려도 잘 안 받고 남성 후보들이 명함을 주고 내가 옆에 서 있으면 배우자나 선거운동원인가보다 하고 명함을 받는다. 이렇게 여성 정치인에게 보수적이다. 그래서 대부분 여성 후보들은 수도권이나 도시 지역구에 출마한다. 하지만 민주당이 새롭게 변화해야 하고 이런 도농 복합지역에 출마하는 여성 후보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 그렇지만 내가 여성이라고 무조건 당에서 기회를 주었겠나. 김대중 정부 때와 문재인 정부 때의 비서관으로서의 경력, 당에서의 오랜 활동 등을 평가하고 또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이 나오고 본선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니까 당에서 공천 기회를 주었던 거라 본다. 상대는 이정현 국민의힘 후보이다. 민주당이 절대 경쟁력 없는 후보에게 함부로 공천을 줄 수 없다."

-여성으로서 정치적 돌파구를 찾으려면 이런 지역보다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공천을 받거나 비례대표 후보 지원을 하는 등 방법을 택할 수도 있는데 굳이 계속 호남 지역구에 도전하는 이유가 뭔가.

"저도 물론 중앙당 당직자로서나 김대중 문재인 정부에서 비서관 등으로 일했기 때문에 서울이나 수도권 출마라든지 비례 후보 지원 등 생각 안 해본 게 아니다. 하지만 전남 광양은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고 시댁도 여기에 있고 내가 너무나 아끼는 고향이다. 광양은 국가산단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저탄소 정책으로 갈수록 지역 산업기반이 위태로워지고 인구가 소멸되고 있는 등 문제가 많다. 내가 오랫동안 중앙정치에서 쌓았던 경험들을 기왕이면 내 고향을 위해서 보탬이 되는 쪽으로 정치를 하고 싶었다. 여성으로서 이곳은 당선되기 어려운 험지이지만 꼭 지역에서 당선돼 보고 싶다."

 

2020년 4월 5일 국회에서 열린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대책 당정협의에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권향엽 민주당 디지털성범죄근절대책단 간사(오른쪽)가 참석하고 있다. 2020.4.5. 연합뉴스
2020년 4월 5일 국회에서 열린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대책 당정협의에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권향엽 민주당 디지털성범죄근절대책단 간사(오른쪽)가 참석하고 있다. 2020.4.5. 연합뉴스

-정치입문은 처음에 어떻게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되고 김대중 대통령께서 평화민주당으로 후보 출마할 때 입당원서를 내고 대학생으로서 자원봉사부터 시작한 게 정치 이력의 시작이다. 대학생 때 김대중 선생님의 옥중서신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 그 엄혹한 시절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맞서 싸우면서 생명이 위태로운 가운데서도 이희호 여사와 주고받았던 여러 편지를 보면서 이분이 강한 정치인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힘들다고도 말할 줄 알고 아프다거나 화가 난다고 말하는 평범한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끼고 뭐라도 돕고 싶었다. 가톨릭센터 등에서 몰래 5‧18 항쟁 관련 다큐물을 보고 굉장히 충격받아서 반드시 민주화를 이뤄야겠다는 결심도 했었다.

민주당 통일국제위원회 국제국 부장직을 가졌던 적이 있다. 김대중 선생께서 거의 정치 테러에 의해 수장되다시피 했다가도 구출된 게 국제 연대 속에서 된 거잖나. 그래서 해외 언론 보도 동향을 파악하는 게 당시에는 아주 중요했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었다. 매일 해외 언론을 스크랩해서 번역해서 당에 보고하고 어떻게 국제 연대를 준비해야 하는지 그런 역할을 했던 기억도 난다. 그냥 김대중 선생을 위해 뭐라도 돕고 싶어 시작한 정치 생활, 밑바닥에서부터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해봤는데 그 경험들 자체를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한다. 나는 누군가의 계파나 보호 속에 성장한 사람이 아니라 계속 현장에서 정치를 배웠고 그 경험만으로 여전히 정치를 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던 여러 핵심 정책을 담당하는 비서관으로도 일했던데.

"김대중 정부 때는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수석실 산하의 여성가족비서관실에 있었다. 그곳의 행정관이었다. 제일 기억나는 게 육아휴직을 2개월에서 3개월로 늘리는 정책을 이뤄낸 것이었다. 지금은 육아휴직이 너무 당연하지만 그때만 해도 사회적으로 육아휴직 기간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조정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 김대중 대통령이 지금의 여성가족부라는 독립된 부처를 만들 때 내가 성평등 정책을 위해 각종 협의 조정을 하는 역할에 참여한 경험도 아주 뿌듯한 기억으로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는 균형인사비서관으로 재직했는데, 공공기관 임원이나 장‧차관 등을 임명할 때 장애인과 비장애인, 중앙 및 수도권 지역과 지방 인재, 여성과 남성 등 적절히 균형이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일을 했다."

-권 후보 페이스북을 살펴보면 딱히 김혜경 여사나 이재명 대표와의 인연을 강조하는 게시물이 없고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 행보나 현장 시민 활동 등이 주를 이루던데.

"저의 당직 경험 전체로 봤을 때 대통령 후보 선대위 임시 활동은 아주 작은 경험 중의 하나다. 이번에 공천 신청하면서 서류에 대통령 후보 선대위 경력은 아예 쓰지도 않았다. 후보 배우자실 부실장 때도 김혜경 여사에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인사드린 게 다이고 선대위 끝나고 나서도 그분을 사적으로 한 번도 뵌 적 없다."

(한겨레는 6일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전략공천위원장이 "권향엽 후보는 당료 출신으로 해당 지역에서 6년 전부터 선거를 준비해왔다. 다른 호남 지역의 여성 후보는 경쟁력 조사에서 한 자릿수가 나왔는데, 이 후보는 현직 의원과 근사치가 나왔다. 타 여성 후보보다 상당히 경쟁력 있는 후보라고 봤다. 세간에 나오는 김혜경 여사를 수행한 것은 조금도 고려사항 아니었고, 저는 수행했는지도 몰랐다"고 한 발언을 보도했다.)

-페이스북을 보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 집회나 이태원 참사 특별법 통과를 위한 집회 등에 꾸준히 참석했더라.

"김대중 선생을 보좌하면서 얻은 정치철학이다. 김대중 당시 총재는 늘 사회적 연대를 중요시했다. 아래로부터의 협의를 통해 연대를 하고 힘을 규합하는 정치를 했다. 당신께서는 늘 어떻게 보면 어려운 길을 일부러 가면서 문제를 푸는 정치를 해내곤 했다. 그런 정치를 계속 닮고 싶다. 정치는 늘 힘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게 내 철학이다. 일본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그대로 방치한 건 윤석열 정부가 큰 잘못을 한 것이다. 한 번 외교적 관례가 생기면 이것을 거꾸로 뒤집기가 매우 어렵다.

그리고 이태원 참사는 우리 국민이 길거리에서 행정력의 부재로 압사를 당한 끔찍한 일이었다. 그때 내 아들이 수능을 준비하던 고3 학생이었는데 곤히 잠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손을 만져보는데 따뜻하게 만져지니 부모로서 펑펑 눈물이 다 나더라. 이태원 참사나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분들의 슬픔이 얼마나 컸겠나. 내가 섬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바닷바람이 얼마나 찬지 안다. 팽목항에서 자식들 돌아오기만 기다렸던 그 부모님들이 얼마나 추웠을까. 그런 걸 생각하면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참사의 책임이 있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윤석열 대통령이 그대로 쓰고 있지 않나. 이번 선거는 반드시 비정상적인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 선거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언론이 사천 논란을 제기하기 전 내게 전화 한 통이 없었다. 진보든 보수든 떠나 그런 추측성 기사 좀 쓰지 말고 공정하게 팩트 중심으로만 보도해주었으면 한다. 제발 부탁드린다. 이런 가짜뉴스들에 막상 피해를 당해보니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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