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증시 연일 최고치 경신…코스피 7% 하락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 여파로 중국경제 타격

한·중 증시 동조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커져

재벌기업 구시대적 지배구조도 기업가치 훼손

올해 1월 1일부터 25일까지 코스피 지수가 7%가량 하락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 증시만 추락을 거듭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여러가지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원인이 한미일 동맹 외교와 남북 대치로 불안해진 한반도 정세, 한국 재벌기업의 전근대적 지배구조, 중국경제 침체 등 복합적이라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갑진년 새해 첫 거래일인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원/달러 지수가 표시돼 있다. 2024.1.2. 연합뉴스
갑진년 새해 첫 거래일인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원/달러 지수가 표시돼 있다. 2024.1.2. 연합뉴스

다우존스 지수와 함께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주가지수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24일(현지시간) 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9일부터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이어간 것이다. 최고치를 경신한 기간도 지난 2021년 11월 이후 가장 길다. 다우존스 지수도 3만 8000선을 오르내리며 고공행진 중이다. 기술 기업 중심의 나스닥지수 역시 사상 최고치에 바짝 접근하고 있다.

일본 증시의 상승 폭은 더 크다. 올해 들어 주요국 증시 중에 수익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지수가 3만 6546.95에 거래를 마치며 1990년 초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글로벌 기업들의 일본 내 투자가 늘고 엔화 가치가 떨어져 일본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며 외국인 투자자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 증시는 미국과 일본과 완전히 딴판이다. 정부가 지난해 공매도를 금지하고 대주주 주식 양도세를 완화하는 등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으나 추락하는 흐름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다.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을 공매도 세력과 투자자 세금 부담 같은 엉뚱한 곳에서 찾은 탓이 크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진짜 이유는 미국과 일본에 치우친 윤석열 정부의 동맹 외교와 미국의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재벌기업의 퇴행적 행태 등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제는 정부 정책과 국내외 시장 흐름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는커녕 더 키우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직접적인 위험 요인은 깊은 수렁에 빠진 중국경제다. 부동산 거품이 급속히 빠지면서 생산과 소비가 줄고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중국은 교역 비중이 점차 줄고 있으나 여전히 한국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위험 분산 차원에서 탈중국은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과 인접한 거대 시장 중국을 포기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런 점에서 중국을 도외시한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밀착 외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원인이다. 더 나아가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 재편에 동조하는 것도 우리 증시에 독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세계 시장이 개방될수록 수혜가 큰 국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려면 보호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확실하게 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이 격돌하는 상황에서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가야 할 방향이다.

북한과의 관계를 대결 국면으로 이끌어 가는 안보 정책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부각시키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일 영국 언론과 인터뷰하며 북한이 총선에 개입할 목적으로 군사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은 한국 증시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는 기폭제가 됐다. 올해 들어 코스피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신 장관의 이 발언도 한몫했다. 불안한 남북관계를 상기시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자초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외부 요인이라면 내부 원인은 재벌기업의 구시대적 지배구조와 대주주만을 위한 의사결정, 그리고 창업자의 3, 4세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익편취 행위다. 이는 소액 주주들의 손실을 야기하고 한국 증시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 미국의 경제 채널인 CNBC도 “한국의 재벌기업이 총수 가족 소유 구조로 돼 있어 주주나 투자자들이 회사의 전략적 방향에 거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총수 일가가 핵심 사업과 관련이 없거나 손실을 초래하는 사업에 뛰어들며 주주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 경제개혁연대. 재벌개혁에 대한 여론
 자료: 경제개혁연대. 재벌개혁에 대한 여론

재벌기업 창업자 3, 4세들의 경영 능력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창업 세대와 비교하면 이들은 대체로 기업가정신이 약하고 통찰력과 안목도 부족한 편이다. 상속와 증여세를 내느라 지분율이 낮아진 것도 문제다. 이는 재벌기업 이사회에서 소액 주주가 피해를 보는데도 대주주만을 위한 결정이 이루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실탄 확보를 위해 총수 일가 개인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사익편취 행위가 발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금융당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까지 짜고 있으며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한다. 기업 투자 지표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기술적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있는데 이 정도로는 해법이 될 수 없다. 재벌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엄벌하는 등 재벌개혁이 핵심이 돼야 한다. 한미일 동맹이 결국 미국과 일본 경제에만 유리하고 한국엔 불리하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지금과 다른 차원의 경제 외교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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