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훈 판사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 없어"
경찰, 장애인 실태 반영 않고 무리한 영장
지난해에도 주거 부정 주장했지만 기각
[기사 보강 : 오전 10시 26분]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지하철 탑승 시위 도중 경찰에 연행된 중증 장애인 활동가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중증 장애인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도주가 우려된다'며 구속을 주장한 경찰에 대해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저녁 철도안전법 위반, 상해폭행,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 유진우 씨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탑승 제지가 정당한 업무집행인지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사실관계는 인정하는 피의자의 태도 및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와 이 법원의 심문결과 등에 의하여 피의자에게 증거인멸 내지 도망의 우려가 없는 점을 종합하면, 구속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지난 22일 전장연은 2001년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장애인 부부가 올라탄 리프트의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추락한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23주기를 맞아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유 씨와 함께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형숙 대표가 연행됐다. 경찰은 전날(23일) 이 대표만 석방한 뒤, 유 씨에 대해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은 유 씨가 지난 22일 오전 8시쯤 서울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에서 탑승 시위를 벌이던 중 철도 보안관 등의 손과 다리를 깨물고, 이후 혜화역에서 하차를 거부하며 열차 운행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씌웠다.
전장연은 이에 "동대문역사에서 혜화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지하철에 타던 도중에 보안관에게 밀려 휠체어에서 떨어졌고, 기어서 지하철 탑승 하려 했으나 보안관의 발길질로 입술이 터졌다"며 "그 과정에서 저항한 것을 경찰은 폭력으로 연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있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밝혔지만, 유 씨는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중증 장애인으로 이동이 극히 제한된다. 중증 장애인을 상대로 '도주 우려'를 주장한 데 대한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경찰은 유 씨를 현장에서 체포했고, 영상 등을 통해 이미 채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장연이나 유 씨가 수사기관의 증거를 인멸할 수단이나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도 증거 인멸을 주장한 것 역시 억지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히려 경찰이 장애인 이동권 관련 활동을 하는 유 씨를 '표적'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7월에도 장애인 이동권 보장 위한 '버스 시위'를 하던 유 씨를 긴급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유씨가 최근 5년 동안 주소지를 5차례 바꾸면서도 계약 기간이 2년 미만으로 주거가 일정하지 않다"며 '주거부정'을 주장했다.
그러나 전장연에 따르면 유 씨는 공공임대주택 입주자였지만, 주거지로 가는 도로 포장이 많이 벗겨져 있고 경사가 심해 자주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법원은 유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경찰은 장애인의 주거 실태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구속을 시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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