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면담 앞두고 "전장연 사회적 약자 아니다" 자극
외신보도 왜곡해 서울시 승강기 설치 비율 높다고 강조
탈시설 예산 불만 없다고?…지난해에도 장애인들 농성
오 시장 "손해배상 받을 것"…대화 아니라 대결하는 듯
'빈손' 우려에도 전장연 "사회적 해결 노력 위해 대화"
오세훈 서울시장이 다음 달 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의 면담을 사흘 앞두고 "전장연은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전장연 측을 자극했다. 또 외신 보도를 왜곡하며 '무관용'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대화를 통한 사회적 해결보다는 기존의 원칙만을 강조해 갈등만 증폭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 시장은 지난 30일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출입기자단 신년 간담회를 열고 "전장연이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하철 운행이 지연됨으로써 불가 예측적인 손해와 손실을 보시는 시민들이 사회적 약자"라고 했다.
이는 오 시장과 서울시가 그동안 보여온 '장애인과 시민 갈라치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약자와의 동행'이 핵심 시정 가치라고 홍보하는 오 시장은 이번에도 전장연은 '강자' 지하철 탑승 시민은 '약자'라는 비논리적인 대결 구도를 만들어 의도적으로 시민들을 갈라치기 한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의 이 같은 갈라치기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오 시장은 장애인과 시민뿐 아니라 장애인과 장애인 사이도 갈라치기하고 있다고 비판 받는다. 그는 지난 9일 자신에게 우호적인 장애인 단체와의 만남을 홍보하며 전장연을 비난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했다.(1월 11일자 <오세훈의 두 얼굴…'장애인 갈라치기'에 6억대 손배소까지> 기사 참고)
서울시는 당시 오 시장과 장애인 단체의 만남을 홍보하는 보도자료에서 "전장연 시위 이후에는 휠체어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할 때 비장애인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장애인들이 전장연 시위로 인해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 등 오 시장에게 유리한 장애인들의 주장만 전했다.
아울러 오 시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전장연 시위의 부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BBC 보도를 인용해 "런던의 지하철이나 뉴욕의 지하철은 장애인들이 이동하는 데 사용하는 엘리베이터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은 비율이 69~71% 정도 된다"며 "서울시는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은 비율이 5% 정도 된다고 통계 수치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 시장이 인용한 BBC 보도(한국 : '20년 동안 시위했지만 여전히 평등권은 없다')는 승강기 설치 비율을 인용해 서울시의 지하철 수준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해당 통계 뒤에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당국의 강경책이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견해를 드러낸다"는 장애인 활동가들의 주장을 싣고 있다.
오 시장은 그럼에도 전체 보도 맥락은 생략한 채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뽑아내 외신의 권위에 기대어 주장을 정당화했고, 언론들은 이를 그대로 받아썼다.
전장연 측은 31일 논평에서 BBC 보도에 대해 "서울시 지하철에서 엘리베이터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설치된 것은 2001년부터 전장연이 지하철 철로까지 내려가면서 수많은 벌금과 사법 처리의 대가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라"며 "서울시 스스로 결정한 것은 1도 없다는 것을 상기시켜 드린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은 앞뒤가 맞지 않은 주장도 했다. 그는 "서울시는 그동안 이제 10년 정도 탈시설 예산을 충분히 반영했기 때문에 서울시의 탈시설 예산이 부족하다는 말은 더이상 안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서울시청 건너편에서 장애인 단체들의 탈시설 관련 농성이 있었고 탈시설 관련 예산 증액 요구도 반영되지 않았다.
아울러 오 시장은 단독 면담의 목적과 관련, 지하철 이동권에 대한 의견 조율이 아니라 자신의 무관용 원칙을 재차 강조하는 자리가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조선일보> 인터뷰 등을 통해 숱하게 시민 불편을 강조하면서 정작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는 뒷전인 셈이다.
오 시장은 "앞으로 전장연이 본인들의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는 수단으로 지하철 지연을 수반하는 시위에 임한다면 서울시는 절대 용인할 수 없고 이미 발생한 손해액에 대해서는 반드시 소송을 통해서 손실보상, 손해배상을 받을 생각"이라며 "그 점을 분명히 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전장연과 입장이 다른 장애인 단체와도 릴레이 단독 면담이 있다며, "전장연이 이동권이나 탈시설 관련해서 주장을 하면서 시위를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얼마나 부당한지를 알리는 자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장애인 갈라치기 홍보를 예고한 것이다.
오 시장이 면담을 시작도 하기 전에 이처럼 대화보다는 대결을 강조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서 양측의 만남이 '빈손'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전장연은 어렵사리 마련한 면담 자리인 만큼 응한다는 입장이다.
전장연은 이날 논평을 통해 오 시장에게 "전장연을 무찔러야 할 적으로 보이는 것인가. 여전히 무관용과 무정차의 입장으로 대화를 할 예정인가"라고 반문하며 "서울시가 형식적인 '쇼' 대화 자리를 만들지라도, 전장연은 최선을 다해 사회적 해결을 위한 논리적인 대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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