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퇴거, 현장 연행 비판 받자 방법 바꿔

"지하철 소유물 아냐…강제퇴거 기본권 침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14일 서울지하철 혜화역 4호선 승강장에서 침묵시위(출근길 지하철 선전전 529일차)를 하고 있다. 2024.2.14. 전장연 제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14일 서울지하철 혜화역 4호선 승강장에서 침묵시위(출근길 지하철 선전전 529일차)를 하고 있다. 2024.2.14. 전장연 제공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가 지하철 출근길에 '침묵 시위' 중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을 강제퇴거 및 연행에 덧붙여 과태료로 압박하고 있다. 평화적인 침묵 시위에 과도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돈으로 죽이기'와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시민언론 민들레> 취재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 1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승강장에서 침묵 시위를 하고 있는 10명 안팎의 장애인·비장애인 활동가에게 철도안전법 위반을 들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고지했다.

철도안전법상 지하철 이용자는 공사 직원이 질서 유지 등을 위해 내리는 지시에 따라야 하고, 이를 어길 시 1회 300만 원, 2회 600만 원, 3회 이상 위반 시 900만 원의 과태료를 내도록 돼 있다. 서울시는 공사 쪽이 보낸 자료에 대한 승인 절차를 거쳐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활동가들이 종이 팻말만 든 채 침묵 시위를 하고, 지하철 운행을 막지 않음에도 과도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전장연 관계자에 따르면 공사 쪽은 전날에도 장애인 활동가 3명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고지했다.

전장연은 공사 쪽이 장애인을 강제 퇴거시키거나 현장 연행하는 등 강압적으로 조치해 언론과 시민들로부터 비판을 받자 과태료로 대신 압박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 공사가 지난해 11월 23일 전장연 지하철 시위에 대해 "역사 진입을 봉쇄하겠다"며 3단계 강경책을 내놓은 뒤, 강제퇴거 및 현장 연행이 잇달아 발생했다. 11월부터 이달까지 총 18명이 연행됐고, 한 중증장애인 활동가는 영장실질심사까지 받고 풀려난 바 있다(☞1월 24일자 법원, 중증 장애인 '묻지마 구속영장' 기각).

강제퇴거, 연행을 총괄했던 최영도 고객안전지원센터장은 취재기자 명함을 바닥에 던지고 끌어내거나, 출근길 시민들이 있는 공공장소에서 현직판사를 조롱하는 일이 벌어져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1월 25일자 서울교통공사 쪽 "장애인 풀어준 판사 정신 나갔다"). 공사 쪽은 논란이 커지자 최 센터장을 지난 1일 전보 조치했다.

이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달 30일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은 그 행위의 양상, 정도, 시간 등에 비춰봤을 때 철도보호 및 질서유지를 해치는 행위라 할 수 없고, 따라서 철도안전법을 이유로 퇴거시키는 조치는 위법"이라며, 공사의 강제퇴거·연행이 집회·시위 자유 등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공사 쪽에 제출했다(공사는 접수 거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앞에서 법률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30. 민변 제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앞에서 법률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30. 민변 제공

전장연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감옥같은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라는 당연한 권리 외침이 불법인가"라며 "침묵시위조차 불법으로 규정하고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에게 묻는다. 누가 죄인인가"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계속되는 강제퇴거, 현장연행, 과태료 부과라는 불의한 권력남용으로 전장연이 23년동안 외쳐온 장애인들의 정당한 권리 요구를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전장연은 서울시와 공사의 과태료 부과 조치에 맞서 매일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침묵 시위를 하고, 오는 29일 서울역(1호선)에서 '제59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녹색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 등은 "2001년 오이도역 참사(휠체어 사용자가 지하철 리프트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건)를 계기로 20년 넘게 장애인 차별 사회에 맞서 싸우고 있다"면서, 전장연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장 의원은 "정부는 여전히 개인별 활동보조서비스 제공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애등급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 결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집에서 불에 타 숨지는 비극적인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많은 장애인 거주시설이 정부 지원금으로 유지되고 번창하면서 많은 장애인이 수십 년 동안 갇혀 지내고 있다"며 "이러한 구조적 폭력에 맞서 전장연은 한국의 능력주의 시스템을 폭로하고 입법과 캠페인을 통해 의미 있는 변화를 촉구해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장연의 유명한 지하철 시위는 능력주의 사회에서 장애인이 얼마나 배제되어 있는지를 드러냈다. 지하철에 장애인 활동가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혼란을 일으켜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의 폭언과 혐오, 불법 연행으로 이어지는 강경 대응에 직면하기도 했다"며 "전장연은 장애인을 존엄성과 주체성을 가진 정치적 존재로 규정함으로써 제도적 능력주의에 저항해 왔다. 대중교통 이용, 농성, 행진, 퍼포먼스 등 평화적인 직접 행동을 통해 장애인도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 권리가 있음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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