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 등장한 비틀즈 최신곡이자 마지막 걸작
1980년 존 레논 피살, 2001년 조지 해리슨도 사망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뿐인데 AI로 유작 복원해
"노래 듣고 아기처럼 울어"…국경과 세대 넘어 열광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시절 함께한 이들 기리는 곡
2023년 11월 2일, 비틀즈의 마지막 신곡 <Now And Then>이 공개됐다. 1980년 존 레논이 암살되고 2001년 조지 해리슨이 폐암으로 사망해 남은 비틀즈 멤버는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밖에 없는 상황에서 신곡이 나온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사연은 이렇다. 비틀즈 앤솔로지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조지 해리슨과 이야기를 나누던 오노 요쿄는 존이 남긴 테이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1994년 1월 요코는 존 레논의 '록큰롤 명예의 전당' 입성식 참석을 위해 뉴욕에 간 폴 매카트니에게 2개의 테이프를 건넨다. 이 테이프에는 존이 생전에 녹음한 곡들이 담겨 있었다. 폴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존이 죽었을 때 우리는 정말 모든 게 끝났다고 느꼈어요. 하지만 1994년 놀랍게도 더 많은 음악을 함께 만들 흥미로운 기회가 생겼죠. 뉴욕의 한 아파트에서 피아노를 치며 데모 테이프를 녹음하고 있는 존이 있었죠."
남은 세 명의 비틀즈 멤버들은 함께 모여 이 데모 테이프에서 <Free As A Bird>와 <Real Love>를 녹음해 이듬해 세상에 공개하지만, <Now And Then>은 테이프 상태가 너무 조악해 존의 목소리와 피아노 반주를 분리할 수 없어 미완성인 채로 남는다. 1977년경 집에서 간단히 녹음한 테이프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2001년 조지 해리슨마저 세상을 떠나며 이 곡은 묻힌다.
머신러닝 MAL 프로그램이 만든 존 레논의 목소리
반전은 2022년에 일어난다. 다큐멘터리 영화 '비틀즈 : 겟 백(The Beatles : Get Back)'을 제작하던 피터 잭슨 팀이 머신러닝을 통해 특정 악기와 목소리를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들은 이 기술로 존의 목소리와 피아노 반주 분리에 성공한다. 엄밀히 말하면 존의 아날로그 목소리는 아니다. 'MAL'(비틀즈 로드 매니저였던 Mal Evans와 영화 'Space Odyssey'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HAL을 결합한 단어)이라 불린 AI가 학습을 통해 만든 존의 목소리다. 피터 잭슨 팀이 존의 목소리를 공개하는 순간을 폴과 링고는 이렇게 말한다.
"몇 초 정도, 아니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존의 목소리가 선명하게(crystal clear) 들렸죠.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마치 존이 거기 있는 것 같았어요."
복원된 존의 목소리에 폴은 베이스를 다듬은 파일을 링고에게 보낸다. 여기에 링고는 드럼을 입히고 폴은 다섯 번째 비틀즈 멤버로 불린 조지 마틴의 아들 자일스 마틴에게 현악 파트를 맡긴다. 6명의 바이올린, 4명의 비올라, 3명의 첼로, 1명의 더블 베이스 연주자로 구성된 현악 파트는 영화음악가 제롬 르로이가 지휘를 맡고 사전 유출을 막기 위해 폴의 솔로곡으로 위장한 채 녹음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폴은 1995년 녹음한 조지의 기타 연주와 함께 그의 스타일로 슬라이드 기타 솔로를 덧입혀 곡을 완성한다. 그에 대한 폴의 헌사인 셈이다.
For Paul
이 곡의 모태가 된 존이 남긴 데모 테이프에는 "For Paul"이라 적혀 있었다. "To Paul"이 아니라 "For Paul"로 적은 대목에 눈길이 간다. <Now And Then> 가사에 언급된 'you'의 주인공을 폴과 비틀즈 멤버로 생각하면 존이 폴과 멤버들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의 의미를 담아 만든 헌정곡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가사는 '모두 네 덕분'이란 걸 강조한다. 여기서 'now and then'은 사전적 의미인 '가끔'의 뜻이 아니라 always, '항상'을 반어적으로 비틀어 강조했음을 알 수 있다. 네 덕분에 이룰 수 있었고 다시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폴은 이 대목을 이해했기에 존이 남긴 노래를 포기하지 않고 30년 만에 완성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가사를 우리말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I know it's true / It's all because of you / And if I make it through / It's all because of you"
사실이란 걸 알죠 / 모두 네 덕분이란 걸 / 그리고 내가 해낸다면 / 그건 모두 네 덕분이란 걸
"And now and then / If we must start again / Well, we will know for sure / That I will love you"
그리고 때때로 / 우리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 흠, 우리는 확실히 알거야 /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걸
"Now and then / I miss you / Oh, now and then / I want you to be there for me / Always to return to me"
가끔씩 / 네가 그립다 / 오, 가끔씩 / 네가 내 곁에 있기를 바래 / 언제나 내게 돌아오길 바래
"I know it's true / It's all because of you / And if you go away / I know you'll never stay"
사실이란 걸 알죠 / 모두 네 덕분이란 걸 / 그리고 네가 떠나면 / 절대 견디지 못할 걸 알죠
비틀즈 'Now And Then' 뮤직 비디오 영상. 공개 2개월 만인 2024년 1월 21일 현재 조회수 4265만을 기록하고 있다.
국경과 세대를 넘은 관심과 사랑
반응은 뜨거웠다. 비틀즈의 마지막 노래라는 상징성과 1996년 <Real Love> 이후 최신곡이라는 점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AI를 활용해 존의 목소리를 복원했다는 이야기는 신선했다.
음악전문잡지 롤링 스톤의 롭 셰필드는 "비틀즈와 그들의 팬이 마땅히 받아야 할 마지막 걸작"으로 평가하고 BBC 6뮤직의 로렌 라번은 "노래를 듣고 아기처럼 울었다"고 말한다. 가디언은 별 5개 중 4개를 주고 "밴드의 유대감에 대한 감동적인 찬사"로 평가한다.
대중도 열광했다. <Now And Then>은 발매 직후 빌보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와 아이튠스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다. 발매 일주일 뒤엔 테일러 스위프트의 <Is It Over Now?>를 제치고 영국 싱글차트 1위에 오른다. 1969년 <Ballad of John and Yoko>에 이어 54년 만의 1위이자 이들의 18번째 1위 곡이다. 또, 유튜브 글로벌 인기 뮤직비디오에서 BTS 정국의 <Standing Next to You>에 이어 2위를 기록한다. 국경과 세대를 넘어 비틀즈의 인기가 여전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빛나던 시절에 바치는 헌사
누구든 자신이 빛나던 시절이 있다. 그때 함께 했던 동료, 친구들…, 그들이 있어 빛날 수 있었다. 그때는 모른다. 그 시절이 얼마나 빛났는지, 함께 한 이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지나서야 안다.
그래서인지 뮤직비디오에서 팔순의 폴은 웃지 않는다. 존이, 조지가, 심지어 젊은 시절 자신이 장난을 쳐도 그저 기타 치고, 화음 넣고, 편곡 작업을 하며 옅은 미소로 담담히 바라볼 뿐이다.
복잡미묘한 폴과는 다르게 링고는 즐겁다. 좀 철없어 보이긴 하지만 천진난만한 그가 있기에 비틀즈가 유지되었구나 싶다. 뮤직비디오 마지막에는 4명의 멤버가 허리 숙여 인사하고 사라진다. 그 뒤로 'Beatles'만 남는다. 전설의 마지막 인사다.
<Now And Then>은 존이 폴과 동료에게, 팔순의 폴이 동료이자 친구들에게 건네는, 가장 빛나던 시절에 바치는 헌사다. 여러분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시절은 언제였을까? 오늘은 그 시절을 함께했던 이들을 떠올리는 것도 좋을 듯싶다. 비틀즈의 <Now And Then>은 그들을 기리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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