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권력이 '신검부' 국정 폭주 저지할 마지노선

여론은 '정권 심판론' 우세…중도‧무당층서도 다수

'야당 심판' 프레임 전환하려는 '검사 삼형제' 체제

검찰 이재명 흔들기, 국힘 위성정당, 신당 등 변수

윤석열, 선전포고하듯 "이념 패거리 카르텔 타파"

또 '이념 카드' 꺼낸 저의…민생‧민주주의 갈림길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 걸린 정당 현수막들. 2024.1.1. 연합뉴스
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 걸린 정당 현수막들. 2024.1.1. 연합뉴스

 

의회 권력의 판도를 다시금 결정할 제22대 총선의 해가 밝았다. 2024년 4월 10일에 실시될 국회의원 선거는 신정 연휴가 끝난 1월 2일로 남은 날짜가 이제 두 자릿수로 줄어 'D-99'가 됐다.

출범 3년 차 정권 중간 평가…국회가 국정 폭주 저지할 마지노선

2년 만의 전국단위 선거인 이번 총선은 무엇보다 출범 3년 차를 맞는 윤석열 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한 중간 평가로서 이른바 '검사독재정권' 심판 여부를 판가름하게 된다. 행정 권력과 지방 권력에 이어 의회 권력까지 윤석열 정권이 차지할 경우 '신검부'의 국정 파행을 저지할 마지노선이 무너지고 공동체에 돌이키기 어려운 심대한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는 게 촛불 시민들의 한결같은 우려다.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 역시 극보수 성향의 조희대 대법원장과 윤 대통령의 동기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임명되는 등 사실상 현 정권에 장악돼 갈수록 우경화하는 상태다. 이에 따라 '정권 심판'을 이번 총선의 지상과제이자 시대정신으로 여기는 유권자들이 진보층은 물론 중도층과 무당층에서도 다수를 점하고 있다.

본래 총선은 평가적 요소, 즉 회고형 투표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는데 깨어있는 시민들이 뼈저리게 절감하고 있듯이 윤석열 정권의 지난 1년 8개월간 국정 운영은 거대한 퇴행과 폭주로 점철돼왔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막대한 규모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데도 전방위적 '부자 감세'에만 매달리는 등 경제를 낭떠러지로 내몰았고, 미일 편중·굴종 외교의 일환으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앞장서 지지해 국민 불안을 증폭시켰으며, 새만금 잼버리 대회 운영 및 부산 엑스포 유치에서의 처참한 실패로 국격을 땅에 떨어뜨렸다. 오로지 대결 일변도인 대북 정책은 군사적 충돌 우려와 한반도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고조시켰다.

특히 '국민 안전 보호'라는 헌법적 의무와 직결된 10·29 이태원 참사에서 윤석열 정권이 최초 발생 때부터 지금까지 보인 일련의 행태는 공감 능력 자체가 부재한 '소시오패스 정권'의 실체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이 같은 정부·여당의 총체적 무능과 무책임, 무도함으로부터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와 정치검찰 등 유관 기관을 총동원해 언론 탄압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땡윤 뉴스' 체제를 기도해온 점도 독재정권의 전형적 특징을 보여준다.

 

한국은 지난해 99억7천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477억8천만달러)에 이은 2년 연속 적자다. 연합뉴스
한국은 지난해 99억7천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477억8천만달러)에 이은 2년 연속 적자다. 연합뉴스

여론조사, '정권 심판론' 우세…윤 대통령 부정 평가도 60% 상회

이 정권에 대해 시민들이 회고하기도 괴로울 정도로 최악의 평가를 공유하고 있음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전임 문재인 대통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며 부정 평가가 60%를 상회하는 데서 여실히 증명된다. 이는 총선을 앞두고 '정권 심판론'이 '정권 지원론'보다 우세한 추이와 동전의 앞뒷면을 이룬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3.1%포인트)를 벌여 1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53%인 반면,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9%에 그쳤다. 오차 범위를 크게 뛰어넘는 14%p 차이다.

새해 첫날 언론사에 따라 여러 다른 여론조사 수치를 어지럽게 쏟아냈지만 해당 문항을 일정 기간마다 똑같이 점검하고 있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는 일관된 흐름을 보인다. 지난달 8일 발표된 조사에서도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51%를 나타낸 반면,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5%에 그쳤다. 중도층에서도 '야당 승리'(60%)가 '여당 승리'(26%)보다 월등히 높았고, 무당층에서도 '야당 승리'(47%)가 '여당 승리'(21%)를 두 배 이상 앞질렀다.

여론조사꽃이 지난달 18일 발표한 서울 25개 구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서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제외한 모든 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큰 격차가 난 곳은 은평구로 민주당 56.2%, 국민의힘 26.5%였으며 대부분의 구에서 민주당이 2배 또는 10%p 이상 차이로 국민의힘을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이는 조선일보가 지난달 8일 국민의힘 자체 총선 판세 보고서를 입수했다며 서울 49개 지역구 가운데 여당 우세 지역이 강남갑, 강남을, 강남병, 서초갑, 서초을, 송파을 등 강남 3구 6곳에 불과하다고 보도한 내용과 일치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5일 발표한 정기 여론조사에서는 윤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31%에 불과했다. 부정 평가는 62%를 기록했는데, 이는 4월 4주 차 조사 때 63% 이후 최고치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에서만 긍정 평가가 약간 높았을 뿐(긍정 49%‧부정 41%) 서울, 인천·경기, 대전·세종·충청, 광주·전라, 부산·울산·경남에서 전부 부정 평가가 높게 나왔다. 연령별로도 70대 이상(긍정 67%·부정 30%)을 제외하고는 모든 연령대에서 부정 평가가 많았다. (이상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2.29 [공동취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2.29 [공동취재] 연합뉴스

'야당 심판론'으로 프레임 전환하려는 '검사 삼형제' 체제

윤 대통령의 이처럼 저조한 지지율이 총선을 앞두고 갑자기 극적으로 반전될 리는 만무하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대통령 후광을 기대하기는커녕 '대통령 부부 리스크'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가 관건인 처지다. 그래서 여당 대표격으로 등판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당일부터 '개딸 전체주의'라는 조악한 표현으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향한 혐오 발언에 집중했다. 여론의 초점을 돌리고 '야당 심판론'으로 프레임을 전환하려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극우적 '싸움꾼'들을 비상대책위원으로 기용했다가 민경우 비대위원이 갖은 망언 시리즈 끝에 공식 임명 하루 만에 사퇴하는 자충수까지 연출했다.

윤 대통령과 그 분신으로서 총선 정국에 전면 배치된 한동훈 비대위원장, 김홍일 방통위원장의 '검사 삼형제' 체제는 검사독재정권의 실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검찰을 정적 제거용 사냥개로 활용하며 전‧현직 검사들을 정부 요직 곳곳에 꽂아 넣고 통치권의 핵심 도구로 활용하는 윤 대통령의 국정 사유화가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를 점점 더 많은 국민이 똑똑히 깨닫고 있다. 윤 대통령이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김건희 특검법'에 끝내 방탄용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여론의 분노는 더욱 확산될 것이다. '김건희 명품백 수수' 사건도 뇌관으로 살아 있다. 이번 총선이 정권의 독선‧독주에 급제동을 걸고 윤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총선 전 이재명 영장 청구, 1심 판결 가능성…각종 네거티브 전술 주시

그러나 야권이 승리를 장담할 수만은 없는 위험 요소도 산재해 있다. 우선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을 다시 들여다보며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서도 대대적 압수수색을 진행한 검찰이 총선 전에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전반적으로 보수적 성향이 강한 법원이 주 2~3회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의 혐의 중 사건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위증교사 혐의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에 대해 총선 전 1심 유죄 선고를 내놓을 수도 있다. 비례대표 선거제가 연동형으로 치러져 국민의힘만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거나, 민주당이 연대할 만한 야권의 비례연합정당 구성이 지리멸렬하거나, 이낙연 신당과 이준석 신당, 금태섭 신당 등 이른바 제3지대 신당들이 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줄 수 있다는 점 등도 변수다.

'졸속 인사'라는 비판이 쇄도하는 데도 대통령실 비서진과 장‧차관을 대거 차출하는 등 총선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활을 거는 윤석열 정권이 어떤 네거티브 전술‧전략을 꺼낼지도 주의 깊게 지켜볼 대목이다. 윤 대통령이 새해가 됐다고 국정 기조를 전환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오히려 야권과 진보적 시민사회 진영을 더욱 억압하고 음해하며 적대적 갈라치기에 몰두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갑진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2024.1.1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갑진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2024.1.1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이념이 제일 중요" ⇒ "이념 논쟁 멈춰야" ⇒ "이념 패거리 타파"

또 '이념 카드' 꺼내…민생‧민주 갈림길, 국민 주권 행사가 결정

윤 대통령은 1일 신년사에서 선전포고라도 하듯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고 공언했다. 취임 이래 줄곧 전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민주주의‧인권 운동가 등을 겨냥해 "종북 주사파" "공산 전체주의" "이권 카르텔" 운운하며 난폭하게 악마화하던 방식 그대로다. 새해 첫날부터 소통과 협치를 향한 일말의 의지는커녕 비판 세력에 대한 적개심을 노골화한 국정 최고 책임자의 저열한 본색은 촛불 시민들을 또 한 번 절망케 한다. 지금 정말 타파해야 할 이권‧이념 패거리 카르텔이 있다면 그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검찰‧극우 카르텔인데도 적반하장의 극한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해 8월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이념"이라고 목청을 높였다가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뒤에는 "이념 논쟁을 멈추고 오직 민생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정반대로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당부했다던 윤 대통령이 또 다시 공개적으로 '이념 카드'를 꺼내든 건 심상치 않다. 검찰‧경찰‧감사원‧국정원 등 공권력과 어용 언론들을 동원해 총선을 어떻게 끌고 가려는지 짐작케 한다.

윤석열 정권이 폭주를 멈추고 스스로 성찰하며 변화할 조짐은 없다. 벼랑 끝으로 가는 민생과 민주주의의 갈림길에서 국민 한 명 한 명이 직접 나서는 주권 행사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4월 10일 총선에서 깨어있는 시민의 현명한 선택이 이후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짓게 된다.

 

4·10 총선 주요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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