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에 특검법 최초 발의…9월엔 당론 발의
수사 대상도 주가조작, 허위 경력, 협찬 의혹 망라
올해 2월 국회서 쌍특검법 패스트트랙 처리 추진해
여당 결사반대에 '캐스팅보트' 정의당 뜸 들여 지체
4월 본회의 표결…국힘은 반대토론 이어 집단 퇴장
8개월 또 방치…법사위 협조했다면 특검 이미 종료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김건희 특검'이 총선 때 진행되도록 야당이 의도적으로 법안 발의 시점을 골랐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에 이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잇따라 그 같은 주장을 내놓고 있다. 김건희 특검 수사가 내년 4월 총선 시기에 딱 맞춰 실시되도록 더불어민주당이 처음부터 기획했다는 취지로 정부‧여당이 미리 짠 듯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거짓이거나 무리수에 불과하다.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4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저희들 입장은, 총선을 겨냥해서 어떤 흠집 내기를 위한 그런 의도로 만든 법안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다"며 "오는 28일 법안이 통과된다든지, 그리하여 국회에서 정부로 넘어오게 되면 입장을 잘 정해 어떤 대응을 할지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김건희 특검법에 관한 입장을 밝힌 건 처음으로, 사실상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시사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이를 위해 의도적으로 '박민 KBS'를 통해 명분 쌓기용 여론몰이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쌍특검' 법안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총선을 겨냥한 흠집 내기'라는 주장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된 한동훈 전 장관이 지난 19일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했던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25일 논평을 통해 "쌍특검법의 발의 시기와 내용을 보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총선용 정쟁 특검"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최초 발의한 것은 무려 1년 4개월 전인 지난해 8월 22일이다. 이날 김용민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 조작, 허위 경력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동 발의자로는 정청래 서영교 김승원 장경태 황운하 민형배 의원 등 12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 법안은 김건희 특검의 수사 대상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관여 의혹 ▲허위 학력·경력 의혹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관련 뇌물성 협찬 의혹 ▲대통령 공관 인테리어 공사 특혜 수주 의혹 ▲대통령 부부 해외 순방 비선 수행 의혹 등 5가지를 망라했다.
민주당은 이어 같은 해 9월 7일 의원총회를 거쳐 아예 당론으로 법안을 발의했다. 박홍근 당시 원내대표를 대표 발의자로 민주당 소속 전체 의원이 서명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허위경력·뇌물성 후원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김용민 의원 안을 뼈대로 삼되 특검 수사 대상은 ▲주가 조작 의혹 ▲허위 경력 의혹 ▲뇌물성 협찬 의혹 등 세 가지로 좁힌 것이다.
민주당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검찰은 대통령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시간 끌기 수사, 봐주기 수사를 반복하면서 위법 행위에 눈 감고 있어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공정한 특별검사 임명을 통해 윤 대통령 가족에 대한 각종 의혹을 엄정히 조사해 진상을 신속하고 철저히 규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당초 올해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과 대장동 특검에 관한 쌍특검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올릴 방침이었지만 여당의 강력 반발에 더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과 정의당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시간이 지체됐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면 법사위 재적 위원 5분의 3(11명) 또는 본회의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민주당 의석만으로는 단독 처리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의당은 "검찰 수사를 우선 지켜봐야 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김건희 특검 시기상조론'을 펼쳤다. 그러면서 2월 20일에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만 먼저 당론으로 발의했다. 정의당은 3월 6일 당시 이은주 원내대표와 심상정·장혜영·류호정·배진교·강은미 등 의원단 전원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방문해 김건희 씨에 대한 즉각적인 소환조사 등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최후통첩'에도 불구하고 검찰에 아무런 수사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다음날 노선을 급선회해 김건희 특검법 추진을 공식화했다. 그나마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수사만 '원포인트'로 담은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민주당은 3월 국회 처리를 누차 강조했지만 정의당이 이번엔 '법사위 여야 합의 처리'에 집착하며 또 다시 좌고우면하는 바람에 물거품이 됐다. 물론 국민의힘은 초지일관 쌍특검, 그중에서도 김건희 특검법을 극렬 반대하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입법을 저지하겠다(주호영 원내대표)"고 공언했고 실제 법사위 김도읍 위원장을 '수문장'으로 내세워 법안 상정을 원천 봉쇄했다.
민주당은 3월 9일 정의당 입장을 고려해 김건희 특검법을 다시 발의했다. 당초 발의안에서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 의혹은 제외하고 주가 조작과 협찬 의혹으로 수사 대상을 더 좁힌 것이다. 어떻게든 정의당과 접점을 만들어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고육책이었다. 보다 못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도 '쌍특검 중재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이렇게 '검찰 수사 우선론' '여야 합의 처리론' 등 의미 없는 형식논리를 고집하며 시간만 허비하고 다른 야당들 속을 태우던 정의당은 결국 3월 24일 이은주 원내대표 대표 발의로 김건희 특검법을 제출했다. 이렇게 해서 민주당의 양보 속에 정의당이 발의한 쌍특검법이 법사위를 우회해 4월 27일 마침내 국회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당시 표결엔 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야당과 무소속 의원들을 포함해 총 183명이 참여해 '50억 클럽 특검' 안건은 183명 전원이 찬성했으며 '김건희 특검' 안건은 찬성 182명, 반대 1명으로 각각 통과됐다.
표결에 앞선 반대토론에서 국민의힘 전주혜‧박형수 의원은 "김건희 여사에게는 주가조작 혐의가 인정되기 어려움에도 특검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야권을 맹비난했고 이어 여당 의원들은 투표는 거부한 채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했다.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태워지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이 경우 법사위)는 최장 180일 이내에 심사를 마쳐야 하고 본회의 숙려 기간(최대 60일)까지 포함하면 법안 상정에는 최장 240일(8개월)이 소요된다.
이 기간에도 국민의힘은 쌍특검법에 대해 그 어떤 수용이나 타협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특검 쌍두마차'는 국회법에 따른 시한인 180일을 꽉 채워 10월 24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고, 숙려 기간 60일도 넘겨 오는 28일 '자동 상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특별검사는 파견검사 20명(특검보 4명), 특별수사관 40명을 임명할 수 있으며 준비 기간 20일, 수사 기간 70일을 쓰고 1회에 한해 30일 더 연장할 수 있다. 따라서 내년 1월 말쯤 특검이 출범하면 2월 중순에 수사를 시작해서 4월 10일 시행되는 총선이 지나서야 막을 내리게 된다.
정리하자면, 김건희 특검법은 민주당이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법안 발의에 적극 나서며 패스트트랙 추진을 공식화했던 사안이다. 국민의힘이 자당 소속 법사위원장을 앞세워 법안 상정을 결사반대하고 여기에 정의당이 처음엔 검찰의 '선의'에, 나중엔 여당의 '선처'에 기대 정세 판단을 그르치면서 처리가 늦어졌을 뿐이다. 만약 국민의힘이 법사위 심사 및 처리에 협조했다면 김건희 특검 수사는 진작에 끝났을 것이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24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한동훈 전 장관과 국민의힘이 여론을 호도하며 김건희 특검법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반대가 70%에 이르는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됐듯이 이미 국민의 판단은 끝났다.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처음부터 정권의 부도덕함을 호위하기 위한 '아바타' 노릇을 한다면 정권 몰락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소환이나 압수수색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것이 과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비호 없이도 가능한 일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그런데도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는 야당과 국민의 주장을 폄훼하고 무력화하려는 한동훈 전 장관과 여권의 행태가 과연 가당키나 한 것이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지난 4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후 8개월이란 기한 동안 아무런 협의나 협상도 없이 시간만 끌어오다가 김건희 특검법을 총선 앞으로 닥치게 만든 장본인은 국민의힘"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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